쇼케이스 인터뷰 기획 등 '발품' 파는 기사 시도
"놀랍긴 하지만 정리만 잘 해놓은 느낌"
"K팝 아티스트에 통상적인 표현 위주"
다이나믹 듀오의 인터뷰 내용을 두서 없이 입력했음에도 챗GPT는 각 이야기들에 맞게 잘 정리해 나름의 인터뷰 기사를 내놨다. 소속사 관계자는 "놀라운 부분들이 있고 정리도 잘 됐지만 인터뷰 기사 느낌은 아니다"고 평했다. /아메바컬쳐 |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 많은 사랑을 받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소설까지 쓰는 시대다. 간단한 문장만 몇 개 입력하면 글은 물론이고 그럴싸한 영상까지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팩트'가 가장 중요한 기사는 어떨까. 화제의 챗GPT로 간단한 스트레이트 기사부터 칼럼 형식의 기사까지 두루 시도해보고 활용도와 한계를 체험했다. <편집자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챗GPT에 두세 문장을 입력한 것만으로 보이그룹 싸이커스(xikers)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소개하는 칼럼 기사([챗GPT로 쓴 연예 뉴스②] 싸이커스→차별화 입력하자 벌어진 일)를 쓰는 데 성공했다. 신곡 'We Don't Stop(위 돈트 스톱)'과 싸이커스의 색깔을 보여주는 몇몇 무대를 찾아내 그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은 놀라웠다.
챗GPT가 만들어낸 '싸이커스의 음악은 강렬한 비트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 독창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특히 무대 위에서 칼 같은 동작과 역동적인 안무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그들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는 제법 그럴싸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몇몇 문제점들이 있다.
해당 기사를 본 싸이커스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는 "방송 리뷰는 챗 GPT라는 걸 깨닫지 못할 정도로 잘 서술했으며 문장 구사력이 좋다"면서도 "싸이커스와 연관된 모든 데이터를 끌어모아 작성하다 보니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있어서 사람이 더블 체크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령 챗GPT는 싸이커스의 영문 표기를 Xikers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xikers고, 또 '국내외에서 진행된 콘서트와 팬 미팅은 매회 매진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는데 싸이커스는 국내에서 아직 콘서트를 하지 않았고 팬미팅은 올해 5월 예정이다. 또 특정 무대 의상을 전체적인 무대 콘셉트인 것처럼 설명해 놓은 부분도 있다.
관계자는 "서술이 길지만 핵심 메시지가 없는 느낌이다. 각종 수식어와 서술된 내용이 통상적인 K팝 아티스트에게 사용되는 표현들이라 싸이커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내용에 깊이가 없다고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문장이 매끄럽긴 하나 부분적으로 번역체 같은 곳이 있다"고 분석했다.
챗GPT의 장점은 기사에 들어갈 각종 정보를 찾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일일이 검색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또 그 정보들을 꽤 논리정연하게 배치해 보여준다는 것도 활용도를 높인다. 이는 특정 가수의 과거 앨범 정보와 성과, 최근 불거졌던 논란들에 대해 인과관계를 정리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기사를 시험해본 결과다. 물론 '더블 체크'는 필수다.
챗GPT가 작성하는 기사에서 가장 큰 한계일 거라고 예상했던 부분은 인터뷰 제작발표회 쇼케이스 등 소위 '발품'을 파아야 하는 현장 기사다. 몇몇 시도를 해본 결과 역시나 다른 류의 기사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졌지만 예상했던 것 이상의 결과물이 나왔다. 이는 입력값에 크게 좌우됐다.
이미 동일한 현장의 기사가 많이 나왔음에도 '3월 27일 신인 걸그룹 유니스가 데뷔 쇼케이스를 개최했어. 멤버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와 앨범 소개를 더해서 기사 작성해줘'라고만 입력하면 관련 내용을 찾아내 활용하지 못하지만, 당시 멤버들이 했던 말을 같이 입력하면 각 항목에 맞게 그 말들을 배치해서 기사를 완성하는 식이다.
전체적인 구성 자체가 일반적인 쇼케이스 기사와 확연히 차이가 있고 입력한 내용을 각 항목에 맞춰 정리하는 선에서 그친다.
챗GPT는 스트레이트 기사나 정보 취합과 정리에는 유용하지만 취재를 바탕으로 한 현장감 있는 기사에는 한계를 보였다. 이는 다이나믹 듀오의 인터뷰 기사를 PPT 형식으로만 정리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챗GPT 캡처 |
좀 더 호흡이 긴 인터뷰 기사도 마찬가지. 제대로 정돈하지 않은 다이나믹 듀오의 장문의 인터뷰를 그냥 그대로 복사해 붙이며 인터뷰 기사를 요청해도 챗GPT는 제법 그럴싸한 결과물을 완성했다. 알아서 소제목을 달고 챕터를 구분하기까지 했다.
'개코와 최자는 이번 앨범이 데뷔 20주년과 맞물려 더욱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음악을 넘어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는 우정을 지켜왔다. 그 비결에 대해 개코는 "우리가 서로 달라서 오래 지낸 것 같다"며, 알맞은 거리감과 서로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등 풀어쓰는 것과 인용하는 것까지 해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전체적인 문단 구성이 부자연스럽고 각 멤버들의 말을 인용문으로 활용하기보다는 풀어쓰는 문장으로 뭉뚱그리는 빈도가 많았다.
다이나믹 듀오의 소속사 아메바컬쳐 관계자는 챗GPT가 완성한 인터뷰 기사를 본 뒤 놀라며 "이걸 챗GPT가 쓴 게 맞냐"고 물었다. 이어 "인터뷰 때 다소 두서 없이 한 말들까지 정리를 정말 잘 해놓은 거 같다. 특히 '이 앨범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함께 시간을 관통하는 여정의 기록'이라는 문장은 AI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관계자는 "놀랍긴 하지만 아쉬운 건 인터뷰 기사는 커뮤니케이션이 기본 바탕인데 너무 정리만 잘 해놓은 느낌이다. 일부 오류도 있더라. 이번 앨범을 '음악적 일대기'라고 표현했는데 그보다는 '개코 최자 두 사람 인생 일대기'"라며 "정보 전달은 대체로 잘 된 거 같지만 인터뷰 기사가 맞나 싶긴 하다"고 지적했다.
챗GPT는 생각했던 것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물론이고 현장 기사와 칼럼 기사 모두 정보 검색과 내용 정리 면에서는 그렇다. 다만 투박한 문단 구성이 아쉽고 무엇보다 '표현의 맛', '문장의 맛'을 내지는 못했다. 또 드물지만 앨범 판매량 등 구체적인 수치가 팩트에서 조금 어긋나는 경우가 있었다.
결론은, 챗GPT는 활용도는 있겠지만 발품을 판 취재의 영역을 대체하는 건 아직 무리다. 또 그럴싸한 문장들은 많아도 전체적인 이해도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핵심 문장들을 찾긴 어렵다. 또 결과물을 결국 또 한 번 '팩트 체크' 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은 챗GPT가 간단한 스트레이트 기사 이상의 것을 대체하긴 어려워 보인다.
마지막으로 챗GPT에 '챗GPT로 쓴 연예 기사를 소재로 기획 기사를 작성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될까'를 물었다.
'도전과 한계점 조사' '실제 사례 분석' '윤리적 고려' '인터뷰와 설문 조사' '작성 팁과 가이드 라인' 5가지를 제시하며 각각의 항목에 약간의 설명을 더했다. 그러면서 챗GPT는 말했다. "'챗GPT로 쓴 연예 기사' 기획 기사는 독자에게 유익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디 그랬기를. <끝>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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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쓴 연예 뉴스②] 싸이커스→차별화 입력하자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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