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황현정'] 성실한 고민으로 만들어 낸 싱크로율
입력: 2024.04.03 00:00 / 수정: 2024.04.03 00:00

'피라미드 게임' 김다연 役으로 활약
현장서 가장 막내…180도 다른 얼굴 완성


배우 황현정이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영무 기자
배우 황현정이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영무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분명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맞는데 작품 밖에서 보니 캐릭터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아 신기할 정도였다. 그만큼 배우 황현정이 '피라미드 게임' 속 김다연이 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악랄한 가해자 캐릭터 이면에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성실했던 황현정의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황현정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더팩트> 사옥에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극본 최수이, 연출 박소연)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총 10부작인 작품은 지난달 21일 티빙을 통해 전편 공개됐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학생들이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로 나뉘어 점차 폭력에 빠져드는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 전쟁을 그렸다.

황현정은 반에서 서열 F등급을 주도적으로 괴롭히는 김다연으로 분해 활약했다. 특히 극 초반 피리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또한 학교에서는 가해자지만 집에서는 가정 폭력 피해자인 김다연의 이중적인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 데다 감정적인 모습까지 다채롭게 그려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인터뷰 당일 기자가 황현정을 처음 마주한 순간 든 생각은 '내가 배우를 착각했었나'였다. 그 정도로 극 중 김다연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다소 강하게 생겼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실제로 본 황현정은 앳된 얼굴로 낯을 가리며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또한 아직까지 굽 높은 힐이 불편하고 어색해하는 그에게서 거침없는 김다연의 모습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배우 황현정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임영무 기자
배우 황현정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임영무 기자

'피라미드 게임'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촬영해 올해 2월부터 공개됐다. 황현정은 "오디션 보게 된 순간부터 방송이 끝난 지금까지 김다연 역할을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만 가득한 것 같다. 시청해 준 시청자분들께 김다연을 미워해 주고 좋아해 주기도 해서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피라미드 게임'은 유독 신예 배우들이 많은 작품이었다. 주인공 성수지 역의 김지연을 제외하고는 모든 배우가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황현정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는 2학년 5반 학생들 중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

"감독님께서 '소년심판'에서 거울의 피를 닦는 제 모습을 보고 김다연이 떠올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기회를 얻었어요. 오디션 당일에 김다연 캐릭터가 저와는 너무 다른 인물이다 보니 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더라고요. 괜찮은가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는 좋게 봐주셨어요.(웃음)"

배우 황현정이 티빙 오리지널 피라미드 게임에서 김다연으로 분해 활약했다. /티빙 방송화면 캡처
배우 황현정이 티빙 오리지널 '피라미드 게임'에서 김다연으로 분해 활약했다. /티빙 방송화면 캡처

김다연은 집에선 가정폭력을 당하지만 학교에서는 친구들을 괴롭히는 가해자다. 안으로나 밖으로나 쉽사리 다가갈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설정이긴 했다. 때문에 황현정이 처음 김다연을 만났을 때 어떤 인물로 해석하려고 했을지 궁금했다.

황현정은 "다연이는 다혈질이고 서열이나 등급에 많이 집착하는 인물이다. A등급이면서도 백하린처럼 완벽한 A등급을 동경하고 자신의 A 등급도 잃지 않으려고 한다"며 "감정에 예민해서 누군가가 자신을 건드리거나 무시하면 더 발끈하고 쉽게 화를 낸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황현정의 말처럼 자신과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인 인물이었다. 실제 황현정은 가정 폭력도 학교 폭력과도 거리가 멀었다. 이에 황현정은 '캐릭터 분석 노트'를 준비했다. 이에 황현정은 이날 미리 챙겨온 수첩을 기자에게 수줍게 보여줬다. 여기에는 김다연이란 인물은 물론이고 2학년 5반 학생들과의 서사, 피라미드 게임의 진행 과정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황현정은 "이것 말고도 두 권 정도가 더 있다. 한 권은 9회에서 다연이가 자은이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장면처럼 어렵거나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야 하는 장면이 있으면 노트에 분석을 하고 촬영 전에 보고 들어가곤 했다"고 전했다.

"앞서 '소년심판' 한예은 때는 사례를 위해 논문을 많이 찾아봤어요. '이로운 사기' 때는 가정사가 암울하지만 천재 소녀였기 때문에 그런 이로운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생각나는 것마다 벽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영감을 얻으려고 했죠. 그에 반해 다연이는 사실 단순한 캐릭터예요. 때문에 연기하는 순간에 바로 떠올라야 한다고 생각해서 성격이나 행동 등을 미리 완성해야 했어요."

배우 황현정이 소년심판에 이어 피라미드 게임에서도 다시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임영무 기자
배우 황현정이 '소년심판'에 이어 '피라미드 게임'에서도 다시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임영무 기자

그야말로 '순수하다' '성실하다'는 말이 저절로 생각나게 하는 열정이었다. 그런 황현정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없는 싱크로율을 극에서만큼은 있도록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외적인 부분에서도 황현정은 계속해서 김다연을 떠올렸다. 그는 웹툰 속 김다연의 초록색 염색 머리를 표현하기 위해 피스틀 선택했다. 당시 짧은 머리카락이었던 황현정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또한 스모키 메이크업 등을 통해 진하고 강한 인상을 만들었다.

황현정은 "목소리도 신경을 썼다. 아무래도 2학년 5반의 실세지 않나. 위압감이나 중압감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목소리에 포인트를 줬다. 표정의 경우 외모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황현정의 연기 중 특히나 호평을 받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욕설 장면이다. 허세 있는 김다연의 모습을 욕설 하나만으로 표현해 보는 이들에게 짜증을 유발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완벽히 표현해낸 황현정의 연기가 감탄을 자아냈다.

이에 황현정은 "잘한다고 생각 못 했었다"며 민망한 웃음을 보였다. 그는 "다연이처럼 유학을 갔다 온 것도 아니고 영어 과외를 받은 적도 없었다. 때문에 영어 발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었다. 다만 다연이가 영어를 쓰는 이유에 '과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발음도 일부러 더 꼬고 얄밉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배우 황현정이 티빙 피라미드 게임 속 김다연을 소화하기 위해 작품 분석 노트에 캐릭터 연구 등을 꾸준히 거듭했다고 밝혔다. /윌엔터테인먼트
배우 황현정이 티빙 '피라미드 게임' 속 김다연을 소화하기 위해 작품 분석 노트에 캐릭터 연구 등을 꾸준히 거듭했다고 밝혔다. /윌엔터테인먼트

김다연을 연기하며 어렵게 느껴졌던 부분은 후반부였다. 먼저 극 중 김다연은 게임을 없애는 데 동의하지만 참가 자격이 없다며 거절당한다. 이에 황현정은 김다연의 짜증과 억울함 분노 등 복잡한 감정을 한 번에 보여줘야 했다.

황현정은 "다연이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한 달 정도 생각했다. 그 정도로 어렵게 느껴졌다. 우선 다연이는 집에서 F등급처럼 소회를 받지 않나. 학교에서는 A등급이라고 주목과 관심을 받으며 즐겼을 거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자격이 박탈되면서 2학년 5반이 집이랑 겹쳐 보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서마저 소외받으니까 트라우마가 자극이 돼서 감정이 훅 올라왔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황현정은 '소년심판'을 시작으로 '이로운 사기' 그리고 '피라미드 게임'까지 역할과 분량에 상관 없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며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했다.

그리고 이제는 필모그래피를 더욱 다채롭게 채울 준비 중이다. 황현정은 "내가 아직 많은 작품을 촬영한 것은 아니지 않나. 연기적으로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성장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바랐다.

"'피라미드 게임'에서 막내였어서 부족한 점도 많고 연기적으로도 부족한 게 많았어요. 함께한 언니들과 감독님, 스태프분들이 많이 챙겨주셔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발전해서 더 다양한 색다른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할 테니까 지켜봐 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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