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 김성철의 도전·배움·성장[TF인터뷰]
입력: 2024.03.31 07:00 / 수정: 2024.03.31 07:00

'팀알렙'의 실질적 리더 찡뻤킹 役
"디테일한 연기 배워…새로운 모습 보실 수 있을 것"


배우 김성철이 영화 댓글부대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김성철이 영화 '댓글부대'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김성철에게 '댓글부대'는 도전 그 자체였다. 매력적인 글에 한 번, 신선한 구성과 조합에 두 번, 애매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싶은 욕심에 세 번 끌렸던 그는 지금껏 해본 적 없는 결의 연기로 영역 확장과 함께 디테일함을 얻으며 배우로서 한뼘 더 성장했다.

김성철은 27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에서 빠른 두뇌 회전으로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팀알렙'의 실질적 리더 찡뻤킹 역을 맡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개봉을 앞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댓글부대'는 대기업의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 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의 안국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성철은 팀알렙의 실질적 리더 찡뻤킹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김성철은 '팀알렙'의 실질적 리더 찡뻤킹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먼저 김성철은 완성본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안국진 감독님의 팬이었고 시나리오를 보면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애매하고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은 찡뻤킹이라는 캐릭터를 제가 잘 만들어보고 싶었죠"라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극 중 찡뻤킹은 후킹한 스토리를 짜는 익명의 작가이자 임상진에게 댓글부대의 존재를 알리는 제보자 찻탓캇(김동휘 분)과 온라인 여론 조작에 점점 더 빠져드는 키보드 워리어 팹택(홍경 분)과 함께 '팀알렙'으로 활동하는 인물이다. 그는 눈먼 돈을 벌기 위해 빠른 두뇌 회전을 선보이며 여론 조작을 주도하지만 자신이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했을 때 상대를 탓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등 무책임한 면모를 보여준다.

일차원적으로 풀어내면 접근하기 쉬운 캐릭터지만, 김성철은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관객들이 찡뻤킹을 보면서 '쟤는 대체 왜 저러는 거야? 무슨 생각이야?'라고 의문을 갖길 바랐어요"라고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하면서 "그런 점에서 '개연성이 없다'는 반응도 사실 맞아요. 저는 제 연기니까 체감이 안 되지만 어느 정도 잘 나온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한 집에 모여 사는 '팀알렙'이 온라인 여론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만 캐릭터 각자의 서사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김성철은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인물의 본명 직업 나이 등을 생각했고 더 나아가 '머리가 비상하고 꿈이 원대해서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큰 인물'이 아닌 '그냥 밥 벌어 먹고 살고 싶은 아이'라고 바라봤다고.

"전사를 설정하지만 이를 연기로 표현하는 건 쉽지 않아요. 찡뻤킹은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떻게 적용될지 모르는 사회초년생 같았죠. 그냥 양아치 같은 친구면 오히려 개연성이 없어도 돼요. 그런데 과연 이 친구가 나비효과처럼 돌아오는 파장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봤어요. 누군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니까 정의감을 갖게 됐고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을 겪는 거죠. 이러한 개연성의 모호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김성철(위쪽 사진의 가운데)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외적 스타일링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김성철(위쪽 사진의 가운데)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외적 스타일링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렇게 인물의 내면을 구축한 김성철은 붉게 염색한 꽁지 머리를 붙이며 외적 스타일링에도 힘을 줬다. 금발부터 브릿지까지 여러 버전의 헤어스타일을 시도해 봤다는 그는 "이게 가장 찡뻤킹스러웠어요. 이 친구가 갖고 있는 욕망이 강렬한데 그렇지 않은 인물이다 보니 머리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 머리가 저한테는 안 보이거든요. 중의적으로 보이게끔 생각했어요"라며 "노랑머리였으면 일차원적인 캐릭터가 됐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작품은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안국진 감독의 취재가 더해져 또 다른 '댓글부대'가 탄생했다. 그런 지점에서 김성철도 "원작과 저희 영화는 다르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소재는 같지만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건 아니거든요"라며 자신이 느낀 점을 함께 전했다.

"한 사람이 한 가지의 감정으로만 사는 건 아니에요. 실행할 때가 있으면 망설일 때도 있죠. '팀알렙'이 각기 다른 인물이지만 같은 사람일 수도 있어요. 팀이지만 한 사람인 느낌을 내고 싶었죠. 그래서 연기하는 게 재밌었어요. 실존 모델이 있는 게 아니라서 이런저런 걸 다 해봤거든요. 장면의 목표가 명확하면 달리기의 형상이 있을 텐데 어떤 지점을 향해 어떤 길을 갈지를 고민하고 파악했죠.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연기했죠."

2014년 뮤지컬 '사춘기'로 데뷔한 김성철은 2017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법자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후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 해 우리는' 등과 영화 '올빼미'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간 그는 뮤지컬 '데스노트' '몬테크리스토'와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 무대 위에 올라 관객들과 만나며 다채로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하면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김성철이기에 '댓글부대' 속 돋보이는 활약상을 기대하는 관객들이 많을 터다. 하지만 그는 예상보다 적은 분량을 책임진다. 다만 이에 아쉬움은 없다는 김성철은 "강렬하고 목표점이 뚜렷한 캐릭터는 누구나 선호하고 편하고 재밌죠"라면서도 이번 작품으로 얻은 것을 되새겼다.

"저는 이번에 김성철이 연기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팀알렙' 그 자체로 보이길 원했어요. 관객들이 저의 연기를 통해 강렬함이나 짜릿함을 원한다면 장담할 수 없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작품 자체도 재밌고 구성과 조합도 신선해요. 또 최선을 다했죠. 이번 작품을 통해 디테일한 연기를 많이 배웠죠. 인물의 생각이나 내면이나 서사를 눈으로 많이 보여주는 거요."

김성철은 올해 하반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지옥 시즌2로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김성철은 올해 하반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지옥 시즌2'로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또한 김성철은 이번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못한 손석구를 향해 무한한 존경심을 표했다.

'뺑반'(2019) 속 손석구의 활약을 회상한 그는 "'도대체 저 배우는 누구지?' 싶었어요. 또 '멜로가 체질' '범죄도시2'를 보고 '우리나라에도 저런 배우가 있구나' 싶었어요. 하이퍼내추럴같은 진짜 현실 연기를 잘하시잖아요"라며 "한살 한살 먹을수록 존경심이 늘어나요. 어렸을 때는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치기 어린 생각을 하곤 했는데 '겸손해야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이해하기 시작했죠"라고 덧붙였다.

"저희 영화를 보면서 석구 형이 계속 나와서 좋았어요. 극을 이끄는 에너지와 힘을 보면서 나중에 제가 극을 이끌어가는 때가 왔을 때 어떻게 흡입력있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죠."

최근 '몬테크리스토' 공연을 마치고 '댓글부대'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김성철은 영화 '파과'와 새 시리즈 '노 웨이 아웃' 촬영에 한창이다. 또한 그는 넷플릭스 '지옥 시즌2'로 하반기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무게감보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성철의 얼굴에 피곤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이렇게 인터뷰하러 오시는 것도 영화를 재밌게 보시고 궁금한 점이 있어서 오셨을 테니까요. 행복하게 살고 있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일상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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