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만 役 맡아 열연…새로운 작품에 호불호 반응 나뉘기도
"독특한 작품의 처음 될지 마지막 될지 나도 궁금해"
배우 류승룡이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류승룡에게 '닭강정'은 이번에 놓치면 영영 못 할 것 같은 독특한 작품이자 기회였다. 뭐가 됐든 처음은 생경하고 여러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닭강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류승룡 역시 '닭강정'이 자신의 필모에서 독특한 장르의 처음이 될지 마지막이 될지 궁금하단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다양성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
류승룡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닭강정'(감독 이병헌)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류승룡은 극 중 중소기업 모든기계의 사장 최선만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 분)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 분)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 분)의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최선만은 아내와 일찍 사별한 뒤 20년 넘게 애지중지 키운 딸이 하루아침에 닭강정으로 변하게 돼 자신의 전부인 딸을 찾아 나선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사람이 닭강정이 된다'는 기발한 소재를 내세워 궁금증을 자극했다. 여기에 16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극한직업'과 종영 후 오히려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특유의 '말맛'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다만 너무 기발하다 보니 오히려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었다. 이병헌 감독과 배우들 역시 호불호가 나뉠 소재이자 설정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다. 류승룡은 "로그라인을 처음 들었을 땐 농담하는 줄 알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샜다"고 밝혔다.
"나중에 다시 정식으로 제안이 와서야 정말 이런 작품이 있다는 걸 알았죠. 이후 웹툰을 찾아봤는데 전 완전 호였어요. 신선하고 재밌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보니 오히려 도전 의식이 생겼죠. 또 제일 큰 사건을 앞에 던져 놓고 시작하는데 그렇다면 뒷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대본을 받아볼 때쯤에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웃음)"
배우 류승룡이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의 호불호 반응을 예상했었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넷플릭스 |
'닭강정'이 만화적인 작품을 지향하다 보니 배우들의 톤과 발성은 물론이고 때때로 행동까지도 연극에 가까울 정도로 과장될 때가 많았다. 이에 류승룡은 "연극톤으로 오랜만에 돌아갈 수 있어서 친근했다"며 "사실 연극 배우들은 매체로 넘어올 때 연극톤을 빼는 게 좀 힘들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오히려 고향으로 돌아간 것마냥 물 만난 고기처럼 즐거웠다. 이번 기회에 원 없이 하는 쾌감이 있었다"고 돌이켰다.
또한 시청자들이 이러한 연극톤에 거부감을 느끼기보다는 신선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류승룡은 "예를 들어 요즘 친구들은 음원을 통해 음악을 드는 게 일상이다 보니 레코드나 LP를 보고 역으로 신기해하지 않나. 그런 것처럼 방송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연극적인 발성과 몸짓이 하나의 새로운 시도로 다가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예상대로 '닭강정'은 공개 후 호불호 반응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에 류승룡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다양한 취향이 있지 않나. 파인애플 피자나 민트초코처럼 극명한 취향이 나뉠 만한 작품"이라며 "물론 나는 극호라서 '닭강정'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수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항상 넣어 먹을 만큼 좋아해요. 그런데 처음부터 잘 먹은 건 아니었어요. 고수만의 맛과 매력을 느낀 뒤부터 빠지게 됐죠. 고수 안 먹었던 사람들이 막상 먹어보면 괜찮은 것처럼 저희 작품도 취향의 문제만 넘긴다면 충분히 통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생각 없이 웃는 게 스트레스에도 도움이 돼요. 디톡스 차원이라 생각하고 즐겨줬으면 합니다.(웃음)"
배우 류승룡이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에서 김유정과 부녀 호흡을 맞췄다. /넷플릭스 |
'닭강정'은 류승룡과 안재홍이 중심이 돼 극을 이끌어가는 만큼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버디물'로 봐도 무방하지 않나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히 이날 류승룡은 후배 안재홍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아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우리 모두 위인전을 보고 자라지 않았나. 안재홍이 조금 더 예전에 태어났다면 위인전에 실릴 만한 인물"이라고 표현해 기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류승룡은 "안재홍은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영화에 대한 기본과 자세가 완벽히 갖춰져 있는 배우다. 잘될 수밖에 없는 능력치들이 내재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안재홍은 워낙 머리가 좋고 감각이 뛰어난 친구예요. 자기 해상도가 밝은 친구라는 점에서 '마스크걸'이나 'LTNS'는 아직 빙산의 일각이에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알고 있는 친구기 때문에 다음이 더 기대될 수밖에 없죠. 저도 이 친구의 다음 선택을 지켜보는 게 재밌어요."
배우 류승룡이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
'닭강정'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사실 국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통할지는 더욱 미지수였다. 류승룡은 해외 시청자들이 '닭강정'을 어떻게 바라봐주길 바라는지 어떤 점에 초점을 두길 바라는지 궁금했다.
그는 "어떤 반응이든 예상하기는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저희는 그저 요리를 잘 차려놓고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넷플릭스로 K-좀비, K-사극을 전 세계에 알렸다면 '닭강정'은 K-푸드를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또한 K-이야기꾼들의 내공도 조명되길 바란다. 한국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독특하고 해학에 뛰어난지 그리고 그 안에는 얼마나 진중함이 가득한지 어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류승룡은 "당분간 코믹 장르는 그만하겠다"고 선언해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코미디 작품이 하나 더 있긴 하다. 아마 올해 공개될 것 같은데 그 작품 이후에는 조금 쉬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휴식과 안식년을 가져야 또 '류승룡 웃기는 게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이 생길 것이 아닌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때 다시 나타나고 싶다"고 밝혔다.
"항상 선택하는 것이 있어요. 배우는 대중의 선택을 받는 사람이라는 점이죠. 물론 감독과 제작사의 선택도 받아야 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코미디라는 색만 너무 많이 칠해져 있으면 안 되잖아요. 어떤 걸 칠해보고 싶고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안겨드려야 하니까요. 때문에 한 색이 너무 짙어지면 조금 지워내 다시 하얀 도화지 상태로 돌아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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