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든 영화계③] "CG 아닌 실제"…'N차 관람' 이끈 숨은 공신들
입력: 2024.03.20 00:00 / 수정: 2024.03.20 00:00

'험한 것'부터 도깨비불까지 실제로 구현하며 현실감↑
장르 특징 살린 굿즈와 상영회로 관객들 '과몰입' 완료


파묘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부터 장르적 특성을 살린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관객들의 N차 관람을 이끌고 있다. /쇼박스
'파묘'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부터 장르적 특성을 살린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관객들의 'N차 관람'을 이끌고 있다. /쇼박스

'파묘'가 높은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뜨거운 입소문에 힘입어 적수 없는 흥행 질주를 펼치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에 힘입어 뚝심 있게 K-오컬트를 판 장재현 감독은 영화계에 굵직한 획을 그었고 작품을 이끈 배우들은 필모그래피에 의미 있는 한 줄을 새기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감독과 배우들의 유의미한 발자취를 따라가고 '파묘'든 관객들과 '파묘'들 수밖에 없는 여러 요소를 제공한 숨은 공신들의 이야기까지 들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파묘'가 곳곳에 숨겨진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부터 '과몰입'을 유발하는 굿즈와 상영회 등으로 관객들의 'N차 관람'을 돕고 있다.

장재현 감독은 배우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영화의 생명인 미묘한 현실감을 위해 CG(컴퓨터 그래픽) 의존을 최소화했다. 이에 <더팩트> 취재진은 제작사 박형진 PD부터 김태성 음악감독과 특수분장을 전담한 셀의 황효균 대표 그리고 배급사 관계자들까지 장 감독과 함께 디테일을 완성한 이들에게 비하인드를 들어봤다.

특수분장을 전담한 황효균 대표는 김민준과 김병오 선수는 늘 함께 험한 것이 됐다. 한 사람당 약 2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쇼박스
특수분장을 전담한 황효균 대표는 "김민준과 김병오 선수는 늘 함께 '험한 것'이 됐다. 한 사람당 약 2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쇼박스

먼저 배우 김민준과 농구선수 출신 김병오가 연기한 '험한 것'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장 감독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소화할 배우를 찾던 중 우연히 김민준을 만났고 "저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받아 캐스팅했다. 또 '파묘' 팀은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전국의 키가 크다는 사람을 수소문한 끝에 국내에서 역대 두 번째 최장신 기록을 갖고 있는 220.8cm인 김병오를 찾았다.

박 PD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김병오 선수를 설득하는데 장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모션캡처를 통한 프리비주얼과 특수분장 테스트 등을 진행했고 걸음걸이부터 손짓까지 '험한 것'의 공포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촬영 내내 안무가 선생님의 세세한 지도를 받았다"고 밝혔다.

관객들은 김민준의 얼굴과 김병오의 몸을 합쳐서 '험한 것'을 구현해 냈다고 생각하지만 두 배우는 늘 현장에서 함께 '험한 것'이 됐다. 한 사람당 약 2시간 30분의 분장 시간이 소요됐다고 전한 황 대표는 "김병오 선수의 몸만 나오는 장면이어도 얼굴의 형태가 보이기 때문에 늘 두 분은 함께 똑같이 분장했다"며 "섬세한 표정 연기를 담당한 김민준 배우는 '나는 병오의 얼굴 대역'이라고 장난처럼 말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장재현 감독은 배우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영화의 생명인 미묘한 현실감을 위해 CG의존을 최소화했다고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쇼박스
장재현 감독은 "배우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영화의 생명인 미묘한 현실감을 위해 CG의존을 최소화했다"고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쇼박스

사람보다 훨씬 큰 장수이자 옛 사무라이처럼 위압감을 주기 위해 인조 피부를 붙여 손가락 마디와 손톱을 연장하고 얼굴을 크게 만들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이게 하기 위해 아래에서 위로 바라보는 카메라 구도와 원근감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또한 황 대표는 "'험한 것'이 처음에는 푸른기가 돌다가 점점 목 아래는 푸른색이고 머리 위로 붉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예 불거지는 색상 차이를 뒀다"고 관객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디테일까지 귀띔하며 "뒤로 갈수록 도깨비불이 도니까 그런 디테일로 위협감을 주려고 했다. 장 감독님이 학구파니까 숨겨진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소품팀과 미술팀을 비롯해 CE팀과 촬영 조명 등 모두가 장 감독이 원하는 '피묘' 속 흙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최종적으로 콩가루와 크래커류 과자 등을 섞어서 만들어냈다. 관계자는 "굉장히 맛있게 만들어져서 최민식 배우도 무리 없이 연기했다"고 말했다.

소품과 장치 등을 현실적을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장 감독이 가장 고생하고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도깨비불을 꼽았다. 가장 오컬트적으로 또 물질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특수 효과부터 CG 촬영 조명 등을 다 결합해서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도깨비불의 광원은 오리지널이고 구의 겉도 진짜지만 속의 기계가 보이는 부분과 와이어를 지우며 실사 70%에 CG 30%로 구현해 냈다고 알렸다.

파묘는 팝묘부터 손 없는 날 상영회까지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 N차 관람을 돕고 있다. /쇼박스, CJ CGV
'파묘'는 '팝묘'부터 손 없는 날 상영회까지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 'N차 관람'을 돕고 있다. /쇼박스, CJ CGV

그런가 하면 '파묘'는 동양 무속 신앙을 소재로 한 작품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앞서 메가박스 코엑스는 개봉 직후 묘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팝콘 더미에서 여러 종류의 삽으로 팝콘을 퍼갈 수 있도록 만든 '팝묘'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어 메가박스와 CGV는 손 없는 날에 맞춰 상영회를 열고 관객들에게 액운 퇴치용 소금을 증정했다.

실제로 관련 프로모션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오컬트라는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초반부터 강력한 입소문을 형성했다. 최근 '파묘'를 본 10대 여성 A 씨도 <더팩트>에 "극장에서 영화를 잘 안 보는 편이고 무서운 건 더더욱 못 본다. 그런데 SNS에 '재밌다'는 후기가 계속 올라오고 일부 장면들이 계속 화제 되길래 보고 싶어졌다"고 관람 이유를 설명하며 입소문의 힘을 실감케 했다.

이에 배급사 마케팅팀 관계자는 "개봉 전에는 콘셉트와 장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굿즈를 기획했다. 삽 모양의 티스푼과 소금 팥 등의 아이템과 함께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며 리뷰를 확산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상했다"며 "개봉 이후 관객들의 리뷰를 모니터링하면서 팬덤이 생기고 있다는 걸 감지하고 공식 선재물을 활용한 굿즈들도 제작했다"고 밝혔다.

파묘는 용기천만 상영회(왼쪽)부터 굿어롱 상영회까지 개최하며 더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을 예정이다. /공식 홈페이지 캡처
'파묘'는 용기천만 상영회(왼쪽)부터 굿어롱 상영회까지 개최하며 더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을 예정이다.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렇게 관객들의 'N차 관람'을 이끌고 있는 '파묘'는 오는 24일 소리 차단 이어플러그와 '파묘' 타투 스티커를 증정하는 '용기천만 상영회'를, 30일 작품에 등장하는 굿의 경문을 따라 부르는 '굿어롱 상영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탄탄한 팬덤층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앞으로도 다채로운 프로모션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동안 코로나19 이후 관객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한국 영화가 어렵다" "역대급 침체기"라는 호소가 계속됐다. 이 가운데 '서울의 봄'과 '파묘'가 '잘 만든 영화는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새로운 흥행 공식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앞으로 관객들에게 꾸준히 영화를 선보여야 하는 업계의 시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연예계 관계자는 <더팩트>에 "당연히 작품이 재밌어야 하고 마케팅도 중요하다. 그런데 두 작품을 보면서 배우들의 진심과 책임감도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며 "'서울의 봄' 황정민·정우성과 '파묘' 최민식을 보면 배우들이 얼마나 작품에 진심인지 느낄 수 있다. 이것이 결국 관객들에게도 전달된 것"이라고 바라봤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더팩트>에 "팝업스토어나 커피차 등 예비 관객들이 작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SNS를 통한 입소문의 힘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2~30대의 흥미를 끌 수 있는 홍보 수단을 늘 찾는 편"이라면서도 "기존의 흥행 공식이 깨지고 비수기에 개봉한 작품이 연이어 흥행했지만 그렇다고 여름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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