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미묘해서 더 애틋한 '패스트 라이브즈'[TF씨네리뷰]
입력: 2024.03.08 00:00 / 수정: 2024.03.08 00:00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유태오·그레타 리가 그린 '인연'

6일 개봉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CJ ENM
6일 개봉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CJ ENM

[더팩트|박지윤 기자] 어떠한 관계로 쉽게 정의할 수 없어서 참 복잡하면서도 미묘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이러한 '인연'으로 이어진 인물들을 섬세하게 포착해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여운을 남긴 '패스트 라이브즈'다.

6일 스크린에 걸린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유태오(위쪽 사진의 오른쪽)는 어린 시절 첫사랑인 나영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뉴욕에 온 해성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CJ ENM
유태오(위쪽 사진의 오른쪽)는 어린 시절 첫사랑인 나영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뉴욕에 온 해성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CJ ENM

12살 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간 나영은 12년 후 SNS를 통해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나영과 해성은 12년 만에 연락이 닿았지만 시차와 거리 그리고 그 나이대의 현실적인 고민 등으로 인해 다시 멀어지고 만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후 해성은 자신의 첫사랑 나영을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나영은 결혼을 했고 해성에게도 잠시 시간을 갖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집중하며 애틋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해성은 나영과 나영의 남편 아서(존 마가로 분)와 함께 바에 앉아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작품은 서로의 관계를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세 사람이 바에 앉아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해성과 나영이 돌고 돌아 마침내 다시 만나게 될 때까지 24년의 세월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다시 첫 장면에 도달한다.

해성이 오랜만에 친구와 그의 남편을 만나는 건 줄 알았지만 두 친구의 시선에는 애틋함이 서려 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세 사람의 관계를 더욱 쉽게 정의내릴 수 없다. 셀린 송 감독이 작품 내내 인연이라는 단어를 강조한 이유를 깨닫게 된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며 전 세계로부터 극찬받고 있다. /CJ ENM
'패스트 라이브즈'는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며 전 세계로부터 극찬받고 있다. /CJ ENM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데뷔 첫 연출작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연출의 힘을 보여주며 한국적 정서이기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인연'의 정의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

두 주인공이 이어지는 결말은 아니지만 바쁜 삶 속에서 잊고 지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마주한 나영과 24년 만에 첫사랑을 만나 후련한 해성 그리고 평생 모르고 살았을 아내의 어린 시절을 알게 된 아서 모두 해피엔딩을 맞이했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때 더욱 먹먹하고 강렬한 울림에 휩싸인다.

유태오는 남자 주인공 해성 역을 맡았다. 독일에서 태어나 주로 국내 작품에서 교포 역할로 등장했던 그가 평생을 한국에서만 살아온 인물을 만나고 쉽게 매치되지 않는 콩글리시까지 쓰며 뜻밖의 웃음을 안기기도 한다. 전작들보다 안정적인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지만 어설픈 구간이 등장하기도 한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3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후 주요 비평가협회상에서 잇달아 수상 행진을 이어갔고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렇게 전 세계 영화제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 국내 관객들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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