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하차·'홍김동전' 폐지…막무가내 칼춤 추는 KBS[TF초점]
입력: 2024.03.06 10:00 / 수정: 2024.03.06 10:00

'전국노래자랑' 갑작스럽게 MC 교체…시청자 반발
박민 사장 취임 후 통보식 폐지·하차 이어져


방송인 김신영이 최근 지인에게 금전 협박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더팩트 DB
방송인 김신영이 최근 지인에게 금전 협박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더팩트 DB

[더팩트 | 공미나 기자] KBS에 칼바람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석연치 않은 폐지·하차가 계속되며 시청자 반발은 커져가는 상황이다.

4일 KBS는 '전국노래자랑' 새 MC로 방송인 남희석을 발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MC였던 방송인 김신영의 하차 소식도 전했다.

이로써 김신영이 9일 녹화를 끝으로 '전국노래자랑'을 떠나게 됐다. 2022년 10월 MC 자리에 오른지 1년 5개월여 만이다. 후임 MC 남희석은 12일부터 녹화를 진행한다. 해당 녹화분은 31일 방송된다.

김신영의 하차는 KBS의 돌연 통보에 따른 것이다.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제작진이 MC 교체 통보를 받고 당황해 연락이 왔고 지난주 마지막 녹화 관련 통보를 받았다"며 "3월 9일 (인천 서구 편) 마지막 녹화에 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국노래자랑'은 국내 최장수 예능 프로그램이자 공영방송 KBS를 상징하는 대표 프로그램이었다. 김신영은 최초 여성 MC로서 프로그램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으며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얻었다. 시청률도 최근 5~7%대(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안정적인 수준을 기록해 왔다.

김신영 하차 소식이 알려진 뒤 이를 반대하는 KBS 시청자청원도 6일 기준 20건 넘게 등장했다. 이 중 두 건은 1000명 넘게 동의해 KBS가 공식적으로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중 시청자 박모 씨는 "KBS의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멈춰달라"며 "시청자들도 보는 프로그램에 어떠한 예고도 없이 이런 식으로 하차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무성의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KBS의 일방적 통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BS는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 이후부터 갑작스럽게 진행자가 교체되거나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사태가 반복됐다.

최근 KBS는 홍김동전 등 여러 프로그램을 갑작스럽게 폐지했다. /KBS
최근 KBS는 '홍김동전' 등 여러 프로그램을 갑작스럽게 폐지했다. /KBS

박민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더 라이브' '주진우 라이브'를 폐지시켰고 '뉴스9' 등 주요 뉴스 앵커를 시청자와 인사하지 못한 채 물러나게 해 논란이 됐다. 이후 예능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 시사교양 '역사저널 그날' 등도 갑작스럽게 폐지하거나 편성 중단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김동전'의 경우 시청자들이 폐지 반대 트럭 시위를 하는가 하면, 연출을 맡았던 박인석 PD도 속상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다큐멘터리 제작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다큐 인사이트-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가 당초 4월 18일 방송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었으나 사측 반대로 제작이 무산됐다.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큐멘터리 제작 무산과 관련해 KBS PD협회는 지난달 27일 긴급 성명을 내고 "KBS 시사교양 PD 221명을 비롯해 PD협회 732명 구성원은 이번 세월호 10주기 방송 파행 사태에 강하게 항의하고, 방송 일정에 맞춰 제작되기를 수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이제원 제작본부장이 제작 실무자들의 간곡한 요구를 묵살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KBS 내부가 뒤숭숭한 건 사실"이라며 "김신영 하차의 경우 상징성 있는 프로그램의 MC를 갑작스럽게 바꿨다는 점에서 놀랍다"고 했다. 또 "개편 시기도 아닌데 이러한 조처를 취한 것을 이례적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각에서는 KBS의 이러한 처사가 수신료 분리징수 등으로 인한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KBS뿐만 아니라 요즘 모든 방송사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출연진을 하차시키진 않는다"고 했다.

방송법과 KBS 편성 규약 등에 따르면 누구든 임의로 프로그램 폐지·편성 변경을 하거나 제작자나 출연진을 교체할 수 없다. 실무자 의견을 존중해 합리적 절차·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KBS는 이러한 절차를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박민 사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KBS본사에서 열린 '공사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미래비전을 발표하며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시청자를 위한 책무 이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소통 없이 일방적 의사 결정을 이어가는 KBS의 허울뿐인 약속처럼 보인다. 향후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구성원과 시청자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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