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시즌3까지 제작…"문화의 다양성 보여주고 파"
넷플릭스 새 시리즈 '성+인물' 김인식 PD(왼쪽)와 윤신혜 작가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
[더팩트ㅣ최수빈 인턴기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넷플릭스 시리즈 '성+인물'이 이번에는 네덜란드와 독일로 떠났다. 김인식 PD와 윤신혜 작가는 '자유'라는 이름 아래 성(性)을 바라봤다. 우리와는 다르지만 다채로운 성(性) 이야기를 들려주며 문화의 다양성을 얘기한다.
김인식 PD와 윤신혜 작가는 지난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성+인물: 네덜란드, 독일편'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두 사람은 "시즌3까지 제작할 수 있던 건 시청자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가감 없이 얘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성+인물: 네덜란드, 독일편'은 신동엽과 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신개념 토크 버라이어티쇼다. 지난해 4월 공개된 '성+인물: 일본편'을 시작으로 8월 공개된 '성+인물: 대만편',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성+인물: 네덜란드, 독일편'까지 제작됐다. 김인식 PD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계기로 "자유라는 맥락 안에서 문화를 바라보고 싶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문화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인정받는 것들이 그 나라의 문화고 분위기라는 걸 들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앞서 일본편이 공개됐을 때 '성+인물'은 엄청난 논란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것이 두 MC는 일본의 성인용품점과 성인 VR 등을 둘러보고 일본 AV 배우들과 감독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는 OTT에서 한국인이 일본 성문화를 다뤘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대만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시즌3를 제작하면서 김인식 PD는 이 점을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성(性)을 두고 굉장히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부분을 연출할 때 너무 무겁게 다루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즌3를 제작하면서 네덜란드의 문화와 그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되 한국 시청자분들이 궁금해할 부분을 MC가 대신 질문해 주는 형식으로 연출 방향성을 잡았어요."(김인식)
'성+인물: 네덜란드, 독일편'에서는 나체주의부터 혼탕 사우나까지 다양한 성인문화를 보여준다. /넷플릭스 |
유럽은 다양한 성인문화를 가지고 있다. 몸의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는 독일의 나체주의부터 혼탕 사우나, 다양한 페티시(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느끼는 일)가 존재하는 베를린의 SM 플레이 스튜디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 자위 기구 회사 '우머나이저', 그리고 다자간연애 '폴리아모리'까지. 무엇보다 네덜란드는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있다. '성+인물'은 이 문화를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냈다.
"시청자분들한테 어디까지가 괜찮게 여겨질까를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우리나라에 없는 문화를 다루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해당 문화를 접하는 게 왠지 불법처럼 느껴지잖아요. 다른 나라에만 있는 걸 우리나라 시청자분들께 보여드리면 반감이 있을 거고 우리나라에서 불법이고 없는 제도라고 해서 그 시선으로 다른 나라 문화를 바라보면 기획 의도랑 안 맞죠. 그 타협점을 찾는 고민을 프로그램에 담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김인식)
'성+인물'은 결국 성(性) 문화를 얘기하지만 예능 포맷을 갖추고 있다. 신동엽과 성시경이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즌1에 비하면 시즌3는 문화를 안내해 주는 교양 프로그램의 느낌이 더욱 강했다. 김인식 PD도 예능과 교양 사이를 조율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성이라는 소재에 많은 생각들이 있고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어떤 시청자들을 표적으로 둬야 하는지도 고민을 많이 했죠. 결국 시즌을 이어가려면 예능적인 재미가 반감이 돼야 하고 정보를 다루고 의견을 들려드리는 게 수반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계속해서 그 사이를 조율해 나가고 싶은 것 같아요. 예능과 교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요."(김인식)
윤신혜 작가는 "시청자분들이 '성+인물'을 보고 가감 없이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
김인식 PD와 윤신혜 작가는 '성+인물' 촬영을 위해 해당 문화를 직접 체험도 해보고 사전에 인터뷰도 해보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특히 출연진 섭외하는 과정에서 많이 놀랐다고 밝혔다.
"출연진분들은 얼굴 공개하는 거에 부담을 느끼지 않더라고요. 나체주의가 저희와 같은 기준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분들은 나체주의로 나오는데 몸이 가려지는 게 부담이라고 하셨어요. 저희는 당연히 가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분들은 가릴 거면 왜 나체주의를 다루냐고 얘기하더라고요. 저희도 귀를 의심했어요. 문화가 다르다는 게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김인식, 윤신혜)
"출연 동의를 받은 후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문화가 다른 한국 사람이 오니까 그쪽 문화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결례가 발생할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은 사후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 문화와 문화 사이에 교류한다고 생각하자고 얘기를 드렸어요. MC분들이랑 출연진도 그걸 받아들이고 편하게 질문을 주고받으시더라고요. 그분들도 '성+인물'에 출연해 이 문화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았어요."(김인식)
비판의 목소리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성 문화를 보여주며 결국 시즌3 제작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성+인물'이 시청자들에게 더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청자분들께서 생각하시는 프로그램의 존재 의미를 시작 단계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요.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동의하고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겠지만 자유라는 맥락 안에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진입장벽이 분명한 프로그램이지만 시청자분들의 충분한 반응이 있었기 때문에 시즌3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 많은 분들이 더 봐주시면 좋겠어요."(김인식)
"'성+인물'이 다양한 문화를 접한 뒤 가감 없이 얘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면 좋겠어요. 가치관도 다르고 성을 생각하는 것도 다르다 보니까 처음에는 이런 안 좋은 시선이었는데 '성+인물'을 보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졌다 혹은 그걸 봤음에도 내 생각은 이렇다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윤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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