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 없는 '파묘', 이유 있는 'N차 관람'[TF초점]
입력: 2024.03.01 09:00 / 수정: 2024.03.01 09:00

숨겨진 '항일 코드'부터 다채로운 프로모션까지

파묘가 개봉 7일째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쇼박스
'파묘'가 개봉 7일째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쇼박스

[더팩트|박지윤 기자] K-오컬트 '파묘'가 극장가를 제대로 사로잡았다.

지난 22일 스크린에 걸린 '파묘'(감독 장재현)는 개봉 3일째 100만 명, 4일째 200만 명, 7일째 300만 명을 돌파하며 적수 없는 흥행을 펼치고 있다. 작품은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그리고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다.

'파묘'는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배우들의 열연과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한 장재현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후 작품에 숨겨진 떡밥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온라인을 통해 화제가 되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 다채로운 프로모션도 진행되면서 관객들의 'N차 관람'을 유발하고 있다.

관객들은 온라인을 통해 파묘에 숨겨진 떡밥과 이를 둘러싼 해석을 두고 여러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헌우 기자
관객들은 온라인을 통해 '파묘'에 숨겨진 떡밥과 이를 둘러싼 해석을 두고 여러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헌우 기자

◆ 아는 만큼 보이는 '항일 코드'

작품에는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최고의 실력을 갖춘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 그리고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경문을 외는 무당 봉길(이도현 분)이 등장한다. 이는 독립운동가 김상덕과 명성황후 암살 사건에 가담한 우범선을 암살한 고영근 그리고 여성 항일운동가 이화림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를 떠올리게 한다.

무당 광심(김선영 분)과 자혜(김지안 분)는 광복군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 오광심과 독립운동가 신채호의 부인 박자혜와 연결돼 흥미를 더한다. 극 중 영근이 일하는 곳의 간판은 '의열장의사'이고, 보국사는 나라를 지키는 절을 의미한다. 또한 보국사를 창건한 스님의 법명은 원봉으로, 일제강점기 의열단장을 역임한 김원봉과 연결 지을 수 있다.

'파묘' 속 차량 번호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포인트다. 일제로부터 광복한 연도와 삼일절 광복절이 떠오르는 '1945' '0301' '0815'인 것. 장재현 감독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운동가를 연상케 하는 등장인물 이름이 의도된 것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고 차량 번호를 듣고서 "미술팀이 '열일'한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파묘는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쇼박스
'파묘'는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쇼박스

◆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명장면들

개봉 전 공개된 예고편만으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 건 바로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이다. 최민식도 "'파묘'의 하이라이트"라고 강조한 대살굿은 동물을 죽여 신에게 바치는 굿거리의 일종으로 황해도 지방에서 유래한 전통굿이다.

극 중 화림은 상덕이 "악지 중 악지"라고 표현한 묘를 이장하는 인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살굿을 시작한 그는 칼로 얼굴과 목을 긋고 불에다가 손을 넣는데 이는 자신에게 신이 제대로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행위라고. 또한 동물의 피를 마시는 건 무당이 자신의 몸에 들어온 신에게 영양분을 주기 위한 행동이다.

그런가 하면 상덕은 험한 기운의 묫자리에 100원을 던지는데 10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이순신 장군을 본 관객들은 '명량'에서 이순신으로 분한 최민식의 활약을 언급했다. 실제로 풍수사는 관을 꺼내고 이장할 때 땅의 값어치를 신에게 주기 위해 동전을 던진다고.

철저한 사전 조사와 고증을 바탕으로 '파묘'를 완성한 장재현 감독이지만 100원의 이순신 장군과 최민식을 연관 짓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반응이 나오고 나서야 그게 보였다. 풍수사들은 대게 10원짜리 동전을 던지는 데 땅의 색과 비슷해서 구분이 안 가더라. 그렇다고 500원을 던지기는 그러니까 100원을 선택한 것이다. 얻어걸렸다"고 덧붙였다.

파묘는 팝묘부터 손 없는 날 상영회까지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쇼박스, CJ CGV
'파묘'는 '팝묘'부터 손 없는 날 상영회까지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쇼박스, CJ CGV

◆ '팝묘'부터 손 없는 날 상영회까지…다채로운 프로모션

메가박스와 CGV는 29일 손 없는 날에 맞춰 미드나잇 상영회와 '파묘 과몰입 상영회 시즌2'를 각각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액운 퇴치용 소금을 증정했다. 손 없는 날이란 악귀가 없는 날이란 뜻으로 귀신이나 악귀가 돌아다니지 않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길한 날을 의미한다. 이는 동양 무속 신앙을 소재로 한 '파묘'와 맞닿은 콘셉트로 '과몰입'을 도와주며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앞서 지난 24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파묘' 관객을 위한 '팝묘' 이벤트가 개최됐다. 작품의 묘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팝콘 더미에서 여러 종류의 삽으로 팝콘을 퍼갈 수 있도록 만든 해당 이벤트는 팝콘을 간접적으로 파묘하는 이색적인 체험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한 CGV는 영화 개봉일인 2월 22일의 숫자 2를 활용해 당일 22시 22분에 '파묘'를 관람하는 '과몰입 상영회 시즌1'을 진행했고 관객들에게 티스푼과 성냥개비를 증정하며 영화를 더욱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파묘'는 개봉 직후부터 다양한 상영회를 열며 관객들의 'N차 관람'을 이끌고 있다.

'파묘'를 'N차 관람'하고 있다는 20대 여성 A 씨는 <더팩트>에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 영화를 봤다.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와 소재일 줄 알았는데 이를 항일 코드로 풀어낼 줄 몰랐다"며 "제가 캐치하지 못한 떡밥들이 정리된 글을 SNS에서 보고 한 번 더 보러 갔더니 처음 봤을 때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많이 보이더라. 또 볼 때마다 새롭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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