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의 '파묘'할 결심[TF인터뷰]
입력: 2024.02.28 10:00 / 수정: 2024.02.28 10:00

개봉 4일 만에 200만 명 돌파…흥행 질주 중
"파묘는 과거를 들추고 잘못된 걸 꺼내서 없애는 것"


장재현 감독이 파묘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쇼박스
장재현 감독이 '파묘'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쇼박스

[더팩트|박지윤 기자] K-오컬트 장인의 화려한 귀환이다. 뚝심 있게 한 우물만 파는 장재현 감독은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신선한 소재와 견고해진 세계관 그리고 장르적 재미와 '항일 코드'로 메시지까지 모두 녹여낸 '파묘'로 2024년 극장가에 한 획을 긋고 있다.

장 감독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스크린에 걸린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그리고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그리고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다. /쇼박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그리고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다. /쇼박스

'파묘'는 어린 시절 파묘를 봤던 장 감독의 강렬한 기억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번 작품을 위해 가장 먼저 한국장례협회를 찾았다는 그는 그곳에서 장의사와 풍수지리사 소개를 받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 작업 과정을 자세하게 밝힌 장 감독은 "소재에 접근할 때 표피보다 코어를 보려고 해요"라고 '파묘'의 코어를 잡게 된 순간을 떠올렸다.

"어느 날 이장하는 걸 보러 진안에 갔어요. 상주는 뇌졸중이 왔고 근처 수로 공사가 잘못돼서 관에 물이 들어갔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장의사가 관을 열고 토치로 화장해서 다 태워버렸어요. 그때 '파묘가 과거를 들추고 잘못된 걸 꺼내서 없애는 것'이라는 코어가 정서로 왔죠. 우리나라의 땅을 한 사람으로 생각하면 엄청난 피해자거든요. 상처와 트라우마를 파묘하고 싶었어요. 제 발바닥에 있는 티눈을 꺼내서 다시 안 나게 레이저로 지지는 느낌이랄까요."

매 작품 끝날 때의 감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장 감독은 '검은 사제들'로 희망적인 이야기를 '사바하'로 슬픈 이야기를 전한 데 이어 '파묘'로 개운함을 안기고 싶었단다. 그렇게 '파묘'는 음흉한 공포영화로 기획됐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우울한 분위기가 아닌 화끈하고 익사이팅한 영화로 재탄생됐다.

"공포영화의 주인공은 주로 피해자예요. 피해자의 플롯으로 가야 무섭거든요. 그런데 저는 공포영화를 즐겨보지 않아요. 어둡고 신비로운 그로테스크한 걸 좋아해요. 코로나19 때 영화마저 우울하면 관객들이 정말 극장을 찾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주인공을 전문가들로 바꿨어요. 공포가 아닌 긴장감을 신비롭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공포 마니아층은 아쉬워하는 것 같아요."

장재현 감독은 중간에 허리를 끊는 게 작품의 주제와 제일 잘 어울리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쇼박스
장재현 감독은 "중간에 허리를 끊는 게 작품의 주제와 제일 잘 어울리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쇼박스

총 6장으로 구성된 '파묘'는 원인 모를 고통이 대물림되는 한 집안의 조상 무덤을 파묘하는 것으로 시작해 그곳에서 나온 '험한 것'을 쫓는 이야기로 흘러가면서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진다. 장 감독은 "극 중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대사가 나와요. 이야기의 구성과 연관이 있죠"라고 작품의 구성을 설명했다.

"처음 등장하는 관이 연막탄이잖아요. 이야기도 그렇게 쓰고 싶었어요. 이를 섞는 구조는 어렵지 않고 많이 봐왔잖아요. 중간에 허리를 끊는 게 작품의 주제와 제일 잘 어울리겠다고 판단했어요. 또 영화를 편집하니까 6장으로 나누면 사람들에게 복선을 미리 던져줄 수 있어서 친절한 것 같았어요."

작품에는 예측 불가한 전개와 구성 그리고 낯선 일본 정령까지 담겨 있다. 그렇기에 이를 본 관객들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장 감독도 이러한 호불호를 예상 못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가 분명했다.

"일본이 아니라 우리 땅과 주인공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무의식 정서의 공포와 트라우마를 구세대와 신세대가 힘을 합쳐 개운하게 뽑아내는 것에 집중했죠. 정반대의 방법을 보여주고 싶어서 잠시 옆 나라에서 한 명을 모셔 온 거예요. 이게 없다면 깔끔한 무속 영화가 될 수 있겠지만 한 발짝이라도 더 나가야 작품을 만드는 원동력을 얻죠. 시나리오부터 불편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영화를 만드는 의미에요."

장재현 감독은 가장 듣기 좋은 말은 발전했다는 거죠. 했던 것을 계속 하는 게 아니라 쭉 발전하고 싶어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쇼박스
장재현 감독은 "가장 듣기 좋은 말은 '발전했다'는 거죠. 했던 것을 계속 하는 게 아니라 쭉 발전하고 싶어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쇼박스

이날 장 감독은 '파묘'의 하이라이트인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도 자세하게 들려줬다. 대살굿의 목적은 일꾼을 보호하기 위해 무당이 신을 받는 것이라고. 그는 "신을 받기 위해 퍼포먼스를 하는 거예요. 칼로 몸을 긋고 불에다가 손을 넣으면서 자신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그다음에 일꾼을 보호해요. 그러다가 에너지가 부족하면 신에게 비타민을 주고요. 실제 굿이 신을 부르고 영양분을 주는 게 목적이거든요"라고 흥미를 안겼다.

그러면서 장 감독은 배우들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김고은의 진가는 후반부에 드러나요. 나무에서 정령과 대화를 나눌 때 두렵지만 이겨내려는 감정과 대사 전달이 완벽하죠. 외국어 대사를 소화하면서요. 베테랑만 할 수 있어요"라며 "유해진의 연기 기술은 대한민국 최고인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검은 사제들'(2015)과 '사바하'(2019)에 이어 '파묘'로 K-오컬트 세계관을 우직하게 선보이고 있는 장 감독이다. 이에 힘입어 '파묘'는 개봉 4일 만에 누적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하며 천만 고지를 밟은 2023년 최고 흥행작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보다 빠른 속도로 관객들을 불러 모으며 흥행 질주를 펼치고 있다.

그동안 오컬트라는 한 우물만 파면서 두터운 관객층을 보유한 장 감독은 '파묘'로 흥행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다음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차기작도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 그는 "이 친구와 헤어져야 다른 사람을 사귈 수 있어요"라며 "가장 듣기 좋은 말은 '발전했다'는 거예요. 했던 것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쭉 발전하고 싶어요. 그게 제 사명이고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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