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레전드 가수' 남진 나훈아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
생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같은 자리에 마주할 수 있을까
나훈아(왼쪽)와 남진은 대한민국 가요계 역사의 산증인이자 레전드로 우뚝 서 있다. 70년대부터 가요계 라이벌로 경쟁하면서 한 시대를 양분했고, 지금도 현역가수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더팩트 DB, 예아라·예소리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나훈아와 남진, 남진과 나훈아는 대한민국 가요계 역사의 산증인이자 레전드로 우뚝 서 있습니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원조 국민가수입니다. 남진은 65년 '서울 플레이보이'로, 나훈아는 66년 '천리길'로 데뷔했습니다. 한국 가요사를 지탱하는 영원한 오빠 아이콘들이기도 합니다.
70년대부터 가요계 라이벌로 경쟁하면서 한 시대를 양분했고, 지금도 현역가수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가수들이 누구와 라이벌로 비교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각각의 스타일과 취향, 추구하는 장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누가 우위에 있다 아니다로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두 사람에겐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은 더 많습니다. 일일이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남진이 수려한 외모에 호방한 목소리로 대중성이 강했다면, 나훈아는 상대적으로 투박한 외모라도 싱어송 라이터로서 음악성을 어필하는 느낌이 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른 노래도 판이하게 다릅니다.
극도의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나훈아는 방송 출연을 거의 하지 않는다. 신곡도 오직 콘서트에서만 들을 수 있다. 독특한 창법의 꺾기는 전매특허로 깊이 각인돼 있다. /예아라·예소리 |
◆ 나훈아 "스타는 별, 별은 신비롭고 대중에게 꿈과 설렘을 줘야"
남진은 현대 감각의 세련된 느낌의 가사를, 나훈아는 고향에 대한 향수나 서정적인 분위기를 담은 가사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남진은 스탠더드 팝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록큰롤 창법을 선호했고, 나훈아는 묵직하고 중후함이 느껴지는 저음과 고음, 독특한 창법의 꺾기는 전매특허로 깊이 각인돼 있습니다.
활동 스타일도 크게 다릅니다. 극도의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나훈아는 방송 출연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신곡도 오직 콘서트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남진은 가요 프로그램이나 예능 출연도 잦고 음반도 후배들과 자주 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진의 팬 입장에서는 굳이 콘서트장을 가지 않아도 됩니다.
'대중가수는 누구와도 친밀하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남진의 방식이라면, '스타는 별이어야하고 별은 언제나 신비로워야 한다'는 건 나훈아의 방식입니다. 스타의 이미지는 스스로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비칩니다. 남진은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나훈아는 카리스마 이미지로 각각의 정체성을 그려가고 있는 셈이죠.
남진은 인생관부터 다르다. 누구한테든 털털한 친구처럼 비치길 원한다. 사진은 남진이 YTN 홀에서 열린 신곡 발표 쇼케이스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 남진 "누구한테든 털털한 친구처럼 두루 어울려 정답게 살아야"
2017년 나훈아 가수가 11년이란 긴 공백을 멈추고 컴백했을 때입니다. 컴백 콘서트 첫 회에서 나훈아는 "전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꿈과 영혼을 되찾는데 11년이 걸렸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한 의미는 "대중스타는 대중에게 꿈과 설렘을 줘야하는데 뒷 모습이 비치면 환상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조적으로 남진은 인생관부터 다릅니다. 누구한테든 털털한 친구처럼 비치길 원합니다. 주변사람들과 소통하고 어울려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죠. 수년 전 필자와 가진 스페셜 인터뷰에서 그는 "이 나이에 두루 어울려 정답게 살아도 늘 아쉬운 게 인생인데 성격상 나는 신비주의는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가요사의 거장으로 60년째 우뚝 서 있는 남진과 나훈아, 둘은 과거 영화 '어머님 생전에' 같은 작품이나 방송 가요프로그램에도 나란히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둘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생전에 단 한 번이라도 둘이 같은 공식 석상에서 얼굴을 맞댈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