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좋소' 이미나 役으로 많은 사랑→스핀오프로 첫 주연까지
배우 김태영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방황하던 시기 해보고 싶은 걸 하겠다고 결정했다. 누군가는 '우연'이라고 누군가는 '기회'라고 말한다. 이미나 역할도 그렇게 만났다. 행운 혹은 기회일지도 모르는 순간 배우 김태영은 우연히 들어온 한 역할을 큰 기회로 만들었다.
김태영은 최근 <더팩트> 사옥에서 만나 지난 7일 공개된 왓챠 새 오리지널 시리즈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극본 구이경, 연출 김경연, 이하 '미나씨')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나씨'는 툭하면 프사가 바뀌는 여자 이미나의 20대 연애기를 그린 하이퍼 리얼리즘 로맨스 드라마다.
김태영은 극 중 이미나 대리를 맡아 극을 이끈다. 작품은 '중소기업판 미생'이라고 불리는 드라마 '좋소 좋소 좋소기업'(이하 '좋좋소')의 스핀오프 시리즈다. 중소기업 직원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시즌5까지 방송됐다.
'미나씨'는 이런 '좋좋소' 인기를 어떻게 하면 이어갈 수 있을지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이에 '좋좋소'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이미나 대리를 주인공을 내세운 성장 드라마가 탄생했다. 이미나의 대학생 때부터 취업준비생 시절, '좋좋소' 시즌5에서 사표를 던진 이후의 삶까지 등장한다. '좋좋소'의 코믹 요소보다는 일과 사생활을 구분하는 이미나가 어떻게 20대를 거치는지 세상 냉소적인 중소기업 직장인으로 변한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의 제목 역시 '좋좋소'에서 기반했다. 김태영은 "'좋좋소' 11회 중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라는 대사가 실제로 나온다. 극 중 미나가 워낙 남자친구가 자주 바뀌기도 했다. 대사 하나 그리고 인물 설정이 한 작품의 제목으로 이어지는 게 신기했다"고 전했다.
배우 김태영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김태영은 새롭게 스핀오프로 공개된 것과 관련해 "시청자분들께서 어떻게 봐주실지 긴장이 많이 됐다. 주연으로 참여했다 보니 애정도 남달랐고 부담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던 대본이기도 해 잘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좋좋소' 촬영 기간이 오래되기도 했고 그 이후 제 연기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흘러갈지 확신이 없었어요. 이 캐릭터를 고집하는 게 과연 맞는 길일지 고민도 많았죠. 하지만 대본을 읽으니까 재밌게 할 수 있겠더라고요. 나중에는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좋좋소'에서 '미나씨'로 이어지기까지 짧은 공백은 아니었다. 2년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사이 김태영은 이미나 대리에서 벗어나려고도 했다. 때문에 다시 몰입하는 데는 분명 어려움이 있었을 법했다. 김태영은 "같은 인물이지만 다른 작품으로 받아들이고자 했다"며 "작품 콘셉트나 톤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아예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배우 김태영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여러 부담이 뒤따르기도 했다. 첫 주연 데뷔작인 데다 '좋좋소'에서는 장면에 한 인물로 등장했던 캐릭터가 '미나씨'에서는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나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서사가 쌓이기 때문에 그 중점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기도 했다.
이에 김태영은 "우리 작품은 미나를 중심으로 관계가 뻗어져 나가는 서사였다. 내가 쉴 수 있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99%의 장면에 등장하다 보니 체력적인 부담도 걱정됐다"고 털어놨다. 이내 그는 "하지만 매 에피소드가 이전부터 연기해 보고 싶은 상황들이었다. 때문에 부담감보다는 재미를 더 크게 느끼려고 했다"고 밝혔다.
극 중 이미나의 자주 바뀌는 프로필 사진은 치열한 삶과 뜨거웠던 사랑의 흔적이다. 미나는 대학 새내기 시절 연우(임현수 분)를 만나 첫사랑을 새겼다. 이후 영화학도 세준(고도하 분), 취준생 시절 스터디장 재홍(박도규 분), '욜로'를 외치는 연하남 하준(이태형 분), 대기업 출신 수혁(문시온 분)을 만났다. 연애할 때마다 미나는 연인에게 자신을 맞추지만 결국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삶과 자유와 용기를 깨닫고 배운다.
배우 김태영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사실 좋은 연애 상대들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김태영은 "캐릭터마다 매력이 뚜렷했었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들도 너무 실제로는 유쾌하고 친밀감이 있었다"고 돌이켰다.
"에피소드마다 시간이 길지 않다 보니 상대배우를 계속 바꾸는데 만나서 미리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었어요. 때문에 촬영 들어가기 전에 한 번씩은 만나서 친해지려고 노력했죠. 이번 기회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연기를 해야 하는 게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많이 깨달았어요."
한 인물의 10년을 연기한다는 건 배우로서도 쉽지 않은 기회다. 이미나의 스무 살부터 취준생, 사회초년생까지 20대를 모두 그려낸 김태영은 이제 작별을 준비 중이다.
배우 김태영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먼저 김태영은 시청자들이 '미나씨'를 보며 위로와 희망을 얻길 바랐다. 그는 "20대를 보낸 청춘들에게 많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과정에서 힘듦과 좌절이 있더라도 다시 일어서고 시작한다면 더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희망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태영 본인에게는 연기를 너무 좋아하는 한 아이이자 이제 배우가 된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로 기억될 것이다.
"연기를 너무 하고 싶다는 갈증을 느낄 때 딱 촬영하게 된 작품이었어요. 동시에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 과분하다고 느끼기도 했죠. 사실 제 나이가 지금보다 어렸거나 많았다면 이 작품은 저와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적절한 시기에 운명처럼 찾아온 작품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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