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예지·이하늬, 자객으로 변신
신세경, 남자 한복 입고 복수 꿈꿔
배우 홍예지 이하늬 신세경(왼쪽부터)이 사극 속에서 다양한 한복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KBS MBC tvN |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최근 여배우들이 사극에서 다양한 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자객이 되기도 하고 남자 한복을 완벽 소화하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의 한복은 극의 재미를 불어넣고 인물의 성격을 잘 드러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현재 방영 중인 사극 속 주인공들의 한복을 살펴본다.
배우 홍예지는 KBS2 월화드라마 '환상연가'에서 복수를 꿈꾸는 자객 계라와 사조 현을 좋아하는 연월·은효비를 연기하고 있다. /KBS2 |
◆아련함과 치명 사이, '환상연가' 홍예지
먼저 2024년 청룡의 해를 연 KBS2 월화드라마 '환상연가'다.
1월 2일 첫 방송한 '환상연가'(극본 윤경아, 연출 이정섭)는 상반된 두 인격을 가진 남자 사조 현·악희(박지훈 분)와 그 남자를 사랑한 여자 연월(홍예지 분)의 풋풋한 사랑과 지독한 집착을 넘나드는 판타지 사극 로맨스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홍예지는 반정군 손에 가족을 잃고 오직 '복수'만을 꿈꾸는 비운의 왕비 연월을 연기하고 있다. 연월은 복수의 칼날을 품은 자객의 카리스마와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치명적인 자태를 동시에 갖고 있는 캐릭터다.
특히 단아하면서도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닌 비주얼이 한복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극 초반 그는 자객 집단 바람칼의 단원 계라로 살면서 복수를 준비한다. 이때 홍예지는 머리를 질끈 묶고 흔히 볼 수 있는 평민 한복을 자주 착용한다. 얇고 재질이 좋지 않은 어두운 한복을 착용해 현실감을 더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기억을 잃고 태자의 후궁 은효비가 된다. 이때 무거운 가채를 쓰고 옷도 다채롭게 변한다. 화려한 귀걸이를 착용해 비록 후궁이지만 왕비로서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복수를 꿈꿨던 과거를 잊은 채 사랑에 푹 빠진 그의 모습이 철저하게 대비되는 순간이다.
'환상연가' 의상팀은 <더팩트>에 "연월의 무사복은 부모의 죽음에 복수하려는 캐릭터 설정에 맞춰 검정과 레드의 강렬한 색상 대비로 강인한 여자 무사의 이미지를 나타냈다"며 "후궁으로 간택돼 궁에 입궐했을 때는 사랑스러운 연모의 대상이 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밝고 화사한 파스텔 톤과 핑크 계열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홍예지의 한복은 태자비 금화로 열연 중인 지우와 대비된다. 이 둘은 왕비의 자리와 사조 현을 놓고 팽팽하게 맞선다. 이에 의상팀은 "금화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 많은 캐릭터로 골드 톤의 넓은 소매로 된 포와 화려한 자수, 다양한 장신구를 사용했다. 금화와 은효비는 같은 궁궐 내 인물이지만 의상의 극과 극을 표현함으로써 역할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전체적인 이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상연가'는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10분에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에서 이하늬는 낮에는 소복을 입지만 밤이 되면 무사 옷을 입는 조여화 역을 소화 중이다. /MBC |
◆미스코리아+한복 = '밤피꽃' 이하늬
배우 이하늬는 최근 소복과 무사복을 번갈아 입으며 열일 중이다.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극본 이샘·정명인, 연출 장태유·최정인·이창우, 이하 '밤피꽃')은 밤이 되면 담을 넘는 십오 년 차 수절과부 조여화(이하늬 분)와 사대문 안 모두가 탐내는 완벽한 종사관 박수호(이종원 분)의 코믹 액션 사극이다. 1월 12일 방송을 시작했다.
이하늬는 극중 낮에는 사대부 최고 가문의 며느리이자 열녀로 살아가지만 밤에는 담을 넘어 도움이 필요한 백성들을 돌보는 복면 과부 조여화를 연기 중이다. 조여화는 낮과 밤이 다른 이중생활을 하고 있으며 작품 제목처럼 밤이 되면 더욱 활발히 움직인다.
먼저 '낮하늬(낮+이하늬)'를 살펴보면 전형적인 조신한 열녀의 모습이다. 단정한 소복을 입은 그는 가마에서 내리는 연습을 수없이 하고 사당에 올라가 곡을 하거나 삼강행실도를 써 내려간다.
때때로 쨍한 색상의 쓰개치마를 쓰고 양반의 기품을 뽐내기도 하는데 주로 분홍 계열의 한복을 입거나 분홍 꽃으로 포인트를 줘 '핑크 러버'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화려한 비녀는 덤이며 상황에 따라 너울을 쓰고 책방을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밤하늬(밤+이하늬)'는 다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야말로 '올블랙' 패션이다. 긴 머리를 한껏 위로 올려 묶고 두건을 써 단 한 가닥이라도 내려오지 않게 한다. 또 복면을 쓰고 있어 제대로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다. 검객으로 완벽 변신한 이하늬는 지붕을 뛰어다니고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기에 기능성이 좋고 폼이 넓은 바지를 입는다.
착장에 따라 온화한 눈빛과 강렬한 카리스마를 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열녀와 무사의 모습에서 철저히 대비되는 아우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미스코리아 출신답게 큰 키와 동양적인 마스크는 한복을 소화하는 데 힘을 보탠다.
'밤에 피는 꽃'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 중이다.
배우 신세경은 tvN 토일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에서 남장을 한 채 임금에게 접근하는 인물 강희수를 연기하고 있다. /tvN |
◆'세작' 신세경…"남장도 문제없어"
남성 한복을 완벽하게 소화 중인 배우도 있다. 바로 신세경이다.
1월 21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극본 김선덕, 연출 조남국, 이하 '세작)은 높은 자리에 있지만 마음은 비천한 임금 이인(조정석 분)과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세작(첩자)가 된 여인 강희수(신세경 분)의 잔혹한 운명을 그린 이야기다.
작품은 상상력에 기반을 둔 픽션 사극으로 신분을 감추고 비밀을 몰래 알아내 정보를 제공하는 첩자 세작을 소재로 한다. 특히 신세경이 남장여자 역할에 도전해 화제가 됐다.
신세경은 지난달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남장을 하고 바둑을 두는 조선시대의 바둑 천재"라며 "원하는 것은 반드시 이뤄내는 강인한 성격"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즉, 남장은 극을 이끌어가는 주된 요소이자 강희수가 이인에게 접근하는 시발점이다.
강희수는 위기에 처한 자신을 저버렸던 이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기대령(임금의 바둑 사범)에 도전한다. 남장을 한 이유가 오로지 복수이기에 형형색색의 한복보다 어두운 색상을 자주 입는다. 이때 신세경은 갓을 쓰고 선비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기대령이 된 뒤 관복 차림으로 영취정을 돌아다닌다.
한복을 통해 더 차갑고 매서워진 눈빛을 표현하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이처럼 신세경의 남장은 말랑말랑한 로맨스보다 날 서 있는 아슬아슬한 사랑을 전달한다. 또 그동안 보여준 화려한 한복 대신 수수한 남자 한복을 입은 신세경의 모습은 매 회 재미를 더한다.
'세작'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20분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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