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설기획] '도그데이즈'·'소풍'·'데드맨', 대작 사라진 설 극장가
입력: 2024.02.10 07:00 / 수정: 2024.02.10 07:00

제작비 100억 원 미만의 중·저예산 작품들, 7일 나란히 개봉
관계자 "성수기·비성수기 구분 사라져…만듦새와 완성도가 중요"


도그데이즈 소풍 데드맨(왼쪽부터)이 오는 2월 7일 개봉해 설 연휴 관객들과 만난다. /CJ ENM, 로케트 필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도그데이즈' '소풍' '데드맨'(왼쪽부터)이 오는 2월 7일 개봉해 설 연휴 관객들과 만난다. /CJ ENM, 로케트 필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설 연휴 극장가=성수기'라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설·추석 명절과 여름 그리고 연말 등은 극장가의 성수기로 여겨졌다. 이에 국내 대형 배급사들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작품이나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블록버스터 등을 선보이고 큰 수확을 거둬왔다. 하지만 올해 설 연휴 극장가는 예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다.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소풍'(감독 김용균) '데드맨'(감독 하준원)이 지난 7일 나란히 개봉해 관객들의 설 연휴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세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각각 200만 25만 180만 명으로, 모두 100억 원 미만의 중·저예산이라 눈길을 끈다.

윤여정과 유해진은 도그데이즈로, 나문희와 김영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은 소풍으로 설 연휴 관객들과 만난다. /CJ ENM, 로케트 필름
윤여정과 유해진은 '도그데이즈'로, 나문희와 김영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은 '소풍'으로 설 연휴 관객들과 만난다. /CJ ENM, 로케트 필름

먼저 '도그데이즈'는 '공조' 시리즈 '영웅' 등의 제작사 JK 필름과 배급사 CJ ENM이 손잡은 신작으로, 김덕민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호흡을 맞추는 윤여정과 유해진을 필두로 김윤진 정성화 이현우 탕준상 등이 모여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도그데이즈'는 약 82억 원이 투입된 작품으로, 이번 연휴에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제작비가 높다. 강아지로 얽히게 된 사람들의 일상과 성장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내며 1500만 반려인들에게는 공감과 눈물을, 비반려인들에게는 웃음과 힐링을 선사하겠다는 포부다.

약 12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소풍'은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등 관록 있는 배우들이 뭉친 영화다. 특히 나문희와 김영옥은 여러 작품에서 호흡했고 실제로도 오랜 우정을 자랑하는 만큼, 변치 않는 친구의 깊은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노년의 삶과 죽음을 현실감 있게 풀어낸다.

'소풍'은 지난해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됐고 총 4회 상영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또 가수 임영웅의 자작곡 '모래 알갱이'를 영화 최초로 삽입한 만큼 특정 연령대 관객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진웅(위쪽) 주연의 데드맨은 쫄깃한 범죄 추적극을 예고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조진웅(위쪽) 주연의 '데드맨'은 쫄깃한 범죄 추적극을 예고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데드맨'은 75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으로, '도그데이즈' '소풍'과 결을 달리하는 범죄 추적극을 내세웠다. 봉준호 감독 '괴물'(2006) 공동각본을 맡았던 하준원 감독의 데뷔작으로 배우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이 뭉쳤다.

작품은 이름을 팔며 살아온 바지사장 세계의 에이스 이만재(조진웅 분)가 1000억 원 횡령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준원 감독은 지금껏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바지사장 세계를 쓰기 위해 5년 동안 취재했고, 시나리오 단계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조언받았다고 밝히며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게 했다.

이렇게 2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작품이 설 연휴 극장가에 한 개도 걸리지 않는 건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고 이후 성수기에 걸린 작품들의 대부분이 흥행 참패를 겪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유령'(66만 명)과 '교섭'(172만 명)이 설 연휴에,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191만 명) '1947 보스톤'(102만 명) '거미집'(31만 명)이 추석 연휴에 관객들과 만났다. 하지만 다섯 편 모두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했다.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에도 '밀수'(514만 명)외에 세 작품이 웃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비성수기로 여겨졌던 5월에는 마동석의 '범죄도시3'가 11월에는 황정민·정우성의 '서울의 봄'이 개봉해 천만 고지를 밟으며 뜻밖의 흥행 질주를 펼쳤다.

교섭 유령 1947 보스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미집(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 성수기에 개봉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영화 포스터
'교섭' '유령' '1947 보스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미집'(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 성수기에 개봉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영화 포스터

이에 배급사 관계자는 <더팩트>에 "꼭 영화관에서 즐겨야 하는 작품이나 만듦새와 완성도가 좋은 영화는 관객들에게 선택받는다는 걸 확인했다. 그렇기에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절대적인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이제 지난 것 같다"고 바라봤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작으로 꼽히는 작품이 없기에 이번 연휴 동안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의 파이가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솔직하게 전했다.

그러면서 "여름과 명절 그리고 연말 등에 걸 수 있는 큰 영화를 꼭 하나씩 제작 및 배급해 왔다면 이제는 개봉 시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보니 좋은 작품을 골라서 잘 패키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유명한 감독과 배우들을 고집하지 않는다. 꼭 블록버스터로 분류되지 않아도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 만한 영화라고 여겨지는 걸 고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달라진 제작·배급 방향을 밝혔다.

설 연휴 극장가에 걸리는 한국 영화 세 편이 서로 맞붙기보다 공생해야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전에 스크린에 걸린 '웡카'를 비롯해 같은 날 개봉한 '아가일' '아기상어 극장판: 사이렌 스톤의 비밀' 등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중·저예산의 세 작품이 외화와 애니메이션의 공세를 견뎌내고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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