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덕질의 세계②] 생일카페→브이로그, 모든 게 콘텐츠로
입력: 2024.02.06 00:00 / 수정: 2024.02.06 00:00

"콘셉트·분위기보고 카페 선택"…선착 특전 위해 새벽부터 줄서기도

연예인을 위한 생일카페와 덕질을 기록하는 브이로그 등 새로운 덕질 문화가 떠오르고 있다. /박지윤 기자, 유튜브 화면 캡처
연예인을 위한 생일카페와 덕질을 기록하는 브이로그 등 새로운 덕질 문화가 떠오르고 있다. /박지윤 기자, 유튜브 화면 캡처

덕질은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뜻한다. 덕질의 방식도 시대에 따라 발전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기도 하고 아티스트와 팬의 쌍방향 소통 창구가 되기도 한다. 이에 <더팩트>는 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과거와 달라진 덕질 문화를 보다 자세히 조명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전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K-POP, 그렇기에 K-팬덤의 세계에도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덕질도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팬들은 각기 다른 콘셉트를 잡고 생일카페를 열기 위해 보다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을 쏟고 있고, 덕질하는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타인과 공유하는 등 시대에 맞춰 덕질 문화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NCT 도영(위쪽의 왼쪽)과 (여자)아이들의 생일카페가 지난달 31일 서울 홍대 합정 망원 부근에서 열렸다. /박지윤 기자
NCT 도영(위쪽의 왼쪽)과 (여자)아이들의 생일카페가 지난달 31일 서울 홍대 합정 망원 부근에서 열렸다. /박지윤 기자

◆ "취향에 맞는 곳 방문"…생일카페만을 위한 가게도 등장

생일카페는 연예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이를 주최하는 팬들은 생일 기간에 맞춰 카페를 대여해 다양한 사진과 굿즈 등으로 외부와 내부를 꾸민다. 또 아티스트를 떠올릴 수 있는 이름으로 음료와 디저트를 구성하고 주문 시 메뉴와 함께 나가는 특전도 준비한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홍대 합정 망원 부근에서 열린 (여자)아이들 미연과 NCT(엔시티) 도영의 생일카페를 방문했다. 대부분 여성 팬들이었고 친구나 부모님과 함께 온 10대들도 눈에 띄었다.

10대 여성 A 씨는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토이카메라를 받기 위해 친구와 함께 이날 오전 6시부터 줄을 섰다고 말했다. 카페 오픈은 2시였지만, 오후 1시에 약 30명의 팬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 씨는 "취향에 맞는 선착 특전을 보고 카페를 고른다. 오늘 서울에 열린 모든 카페를 다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생일카페 3군데를 방문했다는 20대 여성 B 씨는 "직접 생일을 축하해줄 수 없으니까 카페에 온다. 또 사진과 영상을 구경하고 럭키드로우를 하는 재미가 있다"며 "대부분 보틀 형식으로 음료를 판매하니까 하루에 여러 곳을 돌아도 덜 부담된다"고 전했다.

책방과 라면가게 등 차별화된 콘셉트와 분위기의 생일카페가 등장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독자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책방과 라면가게 등 차별화된 콘셉트와 분위기의 생일카페가 등장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독자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러한 이벤트만을 위한 가게가 생길 정도로 생일카페는 하나의 팬덤 문화로 정착했다. 홍대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30대 C 씨는 "생일카페를 위해 오픈했다. 주변에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입소문이 빨리 났다. 노쇼(오기로 한 사람이 예약이나 약속을 취소하지 않고 나타나지 않는 일) 방지로 8만 원 선입금을 받고 예정대로 진행하면 돌려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연예인의 생일은 이제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생일카페 주최자들은 보다 많은 팬을 불러 모으기 위해 차별화된 콘셉트를 내세우는 것. 최근 NCT DREAM(엔시티 드림) 천러의 팬은 훠궈 식당에 생일카페를 마련했고, SF9(에스에프나인) 휘영의 팬은 라면을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취향을 고려해 '규니의 라면가게'를 준비했다. 이날은 책방에서 도영의 생일카페가 열렸다.

생일카페 주최 경험이 있는 30대 여성 D 씨는 "콘셉트를 정하는 것부터 포스터 디자인과 특전 구성 그리고 카페 꾸미기까지 많은 시간과 돈이 든다"며 "그동안 가보기만 해서 꼭 한번 열어보고 싶었다. 처음이라 어려웠지만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하는 거라 힘들지 않았다. 또 많은 팬들이 찾아와서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20대 여성은 정보 공유 목적도 생겼다고 덕질 브이로그의 순기능을 언급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20대 여성은 "정보 공유 목적도 생겼다"고 덕질 브이로그의 순기능을 언급했다. /유튜브 캡처

◆ 일상 기록·정보 공유·팬 유입, 덕질 브이로그의 '1석 3조 효과'

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비대면 문화와 SNS 등 여러 플랫폼의 발전을 적극 활용 중이다. 대표적인 예로 자신의 덕질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이를 유튜브에 올려 타인에게 공유하는 '덕질 브이로그'가 있다.

이들은 앨범이나 굿즈 등을 '언박싱'하고 콘서트와 팬싸를 가는 과정 등 덕질의 모든 것을 영상에 담고 있다. 또한 포카를 담는 케이스인 탑로더를 꾸미는 탑꾸(탑로더 꾸미기)도 유행이다. 10대들은 탑꾸 영상을 보고 탑꾸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소장 가치'를 언급했다. 그중 한 명은 <더팩트>에 "얼굴이나 목소리 없이 손만 나오면 탑꾸 영상을 찍을 수 있어서 부담이 없다"고 덧붙였다.

기록용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20대 여성 E 씨는 "보고 싶을 때 보기 위해서 영상을 올렸는데 자연스럽게 덕질하는 일상도 찍게 됐다. 영상 촬영과 편집에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규칙적인 업로드는 어렵다"며 "레드벨벳 한정판 앨범을 언박싱한 걸 올렸는데 해외 팬들이 많이 보더라. 정보 공유 목적도 생겼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이렇게 팬들은 누군가에게는 정보 공유를, 누군가에게는 대리만족을 안겨주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새롭게 유입되는 이들도 존재하는 만큼, '덕질 브이로그'는 연예인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는 점에서 팬덤 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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