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덕질의 세계ⓛ] 폼림·영통 팬싸·버블…요즘 '팬덤 문화'가 궁금하다면
입력: 2024.02.05 00:00 / 수정: 2024.02.06 09:17

과거와 달리 다양하고 세분화된 덕질 문화
아티스트와 대면·비대면으로 즐길 거리 많아져


음악방송 사전녹화부터 아티스트와 1:1 대화, 포토카드와 인형을 들고 사진을 찍는 예절샷 등 팬들의 문화가 요즘 시대에 맞게 발전화고 있다. /독자 제공
음악방송 사전녹화부터 아티스트와 1:1 대화, 포토카드와 인형을 들고 사진을 찍는 예절샷 등 팬들의 문화가 요즘 시대에 맞게 발전화고 있다. /독자 제공

덕질은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뜻한다. 덕질의 방식도 시대에 따라 발전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기도 하고 아티스트와 팬의 쌍방향 소통 창구가 되기도 한다. 이에 <더팩트>는 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과거와 달라진 덕질 문화를 보다 자세히 조명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어덕행덕(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등 팬들의 세계에는 여러 명언이 존재한다. 각자의 시간과 돈을 들여 연에인을 열심히 좋아하며 그 이상의 에너지를 얻고 있는 여러 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음악방송 사전녹화부터 팬사인회와 콘서트를 포함한 여러 공연과 행사까지 과거부터 행해졌던 기본적인 일정은 요즘 시대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다양하고 세분화된 영역의 덕질 문화와 용어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팬들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연예인과 프라이빗한 대화를 나누고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을 보며 소통한다. 또 포카(포토카드)와 인형으로 '예절샷'을 찍고 앨범 발매와 작품 공개를 기념해 열리는 팝업스토어를 '오픈런'(오픈하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면 달려가 구매하는 것)을 하고 굿즈를 구매하는 등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덕질을 즐기고 있다.

과거 팬들은 공개 방송 참여를 위해 밤을 새웠다면 요즘 팬들은 폼림이나 버튼림으로 신청하고 선착순으로 음악 방송 참여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tvN, 위버스 화면 캡처, 독자 제공
과거 팬들은 공개 방송 참여를 위해 밤을 새웠다면 요즘 팬들은 폼림이나 버튼림으로 신청하고 선착순으로 음악 방송 참여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tvN, 위버스 화면 캡처, 독자 제공

◆ 풍선·우비·밤샘에서 선착순 신청으로…달라진 음악방송의 세계

과거 H.O.T(에이치오티)와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을 좋아했던 팬들이 팀 고유 색의 풍선을 들고 우비를 입고 공개 방송을 위해 밤을 새웠다면, 요즘 팬들은 시간에 맞춰 선착순으로 폼을 제출하는 폼림(폼+올림픽)이나 버튼림(버튼+올림픽)으로 신청하고 약 1~2시간 후에(시간은 그룹마다 상이) 사전녹화 참여 당첨 여부를 알게 된다.

하지만 새벽에 줄 서는 문화가 아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녹화 시작 전 2~4시간 전부터 방송국 근처에서 본인 확인을 진행한 후 현장에 입장하기 때문에 사전녹화 시간이 이르면 이를수록 팬들의 대기 시간도 빨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티스트들은 무대뿐 아니라 미니 팬미팅을 개최하고 음료나 간식 및 물품 등을 역조공 하며 팬들의 기다림에 보답한다.

1월 초 KBS2 '뮤직뱅크' 사전녹화에 참여했다는 20대 여성 A 씨는 "예전에는 밖에서 기다렸었는데 요즘에는 안에서 본인 확인을 하더라. 기다리는 동안 앉아있을 수 있는 의자도 마련돼 있었다. 예전보다 환경이 나아진 것 같다"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지난해 MBC '쇼! 음악중심' 사전녹화에 참여했다는 30대 여성 B 씨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기다리는 게 힘들었는데 무대를 보면 다 잊게 된다. 또 가수들이 무대 중간중간 팬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러니까 계속 오게 되는 것 같다"며 "사전녹화가 계속 있으니까 2~3개의 팬덤이 줄을 서고 있었고 미니 팬미팅 중인 가수도 봤다. 들고 있는 응원봉을 보고 누구의 팬인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사전녹화의 매력을 언급했다.

◆ 영상·대면 팬싸, 장점도 단점도 명확하다

영상통화 팬사인회(이하 영통 팬싸)는 코로나19로 아티스트와 팬들이 만나서 소통할 수 없게 되면서 생긴 새로운 창구로 팬데믹이 끝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팬싸를 가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하는데 아티스트를 직접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초기에는 팬들의 불평이 제기됐지만 영통은 대면과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영통은 지방과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팬들에게 응모 외 추가적인 비용(교통비 숙박비 등)이 들지 않는 게 큰 메리트가 됐다. 20대 여성 C 씨는 "그룹과 소속사마다 다르지만 대면 때 촬영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영상통화는 한번 할 때 화면 녹화를 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어서 좋다. 이를 SNS에 올리면 새로운 팬들이 유입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팬들 사이에서 연예인의 포토카드와 닮은 인형 등을 들고 사진을 찍는 예절샷이 유행이다. /독자 제공
팬들 사이에서 연예인의 포토카드와 닮은 인형 등을 들고 사진을 찍는 '예절샷'이 유행이다. /독자 제공

최소 6장부터 최대 100장까지 응모해 봤다는 20대 여성 D 씨는 영통과 대면의 장단점이 명확하다고 밝혔다. 그는 "얼굴을 코앞에서 보는 게 대면의 장점이다. 또 사인받는 시간 외에도 정해진 시간 동안 아티스트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일부 멤버만 좋아한다면 개인 영상통화가 좋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대화 나누는 시간도 더 긴 것 같고 화면 녹화도 가능하니까"라고 덧붙였다.

◆ 위버스·프롬부터 인생네컷까지…비대면 덕질도 다양해

팬들의 수요와 소비가 다양해지면서 연예인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덕질할 수 있는 방법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과거 아티스트들이 신비주의를 고집했다면 요즘 아티스트들은 팬들과 가까이 소통하는 친밀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이에 팬들은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인 버블 프롬 위버스 DM 등을 통해 매달 일정 금액(1인 이용 시 4500~5000원)을 지불하고 좋아하는 스타와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는가 하면 라이브 스트리밍을 보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또한 같은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들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예절샷'이다. 언제 어디서 유래된 단어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앨범에 들어있는 포카와 연예인을 닮은 인형을 들고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는 것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연예인의 생일이나 데뷔 등 특별한 날에 맞춰 제작되는 사진 프레임은 연예인과 함께 사진 찍는 느낌을 안겨 주기 때문에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20대 여성 E 씨는 "좋아하기 때문에 버블을 구독하지만 유료이기 때문에 소통을 자주 오지 않으면 구독을 취소한다. 팬들 사이에서도 빈도수가 중요하다"며 "또 덕질을 하면서 글로벌하게 친구들을 사귀게 됐는데 만나면 공통 주제인 연예인을 주로 얘기하기 때문에 포카나 인형을 챙기는 편"이라고 소비 패턴을 언급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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