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스티븐 연(왼쪽)과 이성진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 간담회를 통해 진심을 전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스티븐 연을 비롯한 '성난 사람들' 배우들과 제작진의 희망이 통했다. 진심을 담은 작품은 자신감과 확신으로 이어졌고, 이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와닿았다. '성난 사람들'의 성과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영제 BEFF) 기자간담회가 2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성진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이 참석해 국내 취재진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 분)와 성공했지만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에이미(앨리 웡 분) 사이에서 벌어진 난폭 운전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며 그들의 일상마저 위태로워지는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다.

'성난 사람들'을 향한 해외 반응은 뜨겁다. 이를 증명하듯 작품은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11개 부문 13개 후보에 올랐다. TV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작가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앨리 웡)을 5개의 트로피를 수상했다. 앞서 열린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는 캐스팅상, 의상상, 편집상 3개 부분에서 수상해 총 8개 트로피를 차지했다.

'성난 사람들'의 쾌거가 무엇보다 뜻깊은 건 한국계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점이다. K-콘텐츠와 크리에이터들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드러내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성진 감독은 "너무 좋다. 내가 속한 공동체와 동료들, 내가 존경하고 높게 샀던 분들에게 인정받는 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티븐 연은 지금과 같은 수상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에 일원이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굉장히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을 공감해 주고 좋아해 줘서 감사하다"는 벅찬 소감도 덧붙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이 에미상에서 8관왕에 올랐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성진 감독은 "많은 분들이 작품을 통해 각자 자신의 일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추측했다. 이어 "나와 스티븐 연이 작품 초반부터 이야기를 했던 건 각자의 마음속 깊이 감춰져 있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고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이런 진심이 통한 것 같다"고 전했다.

스티븐 연은 작품에서 연기한 운전자 대니 역에 빗대 자신의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대니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모습의 수치심을 집약한 인물"이라며 "대니는 몹시 무력하다는 것이 다른 인물들과 차별점이다. 대니가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할 때 저도 굉장히 공감이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 중 앤드류가 '절대 대니를 포기하지 마'라고 했던 것처럼 대니를 포기한다면 우리 자신을 스스로가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 스티븐 연과 이성진 감독이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은 한국계 이민자들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는 작품이다. 이에 스티븐 연은 "사실 이민자 현실이라는 건 일단 제가 직접 겪었기 때문에 잘 아는 부분이다. 이성진 감독과 협력도 있었고 앨리 웡과의 협력도 있었다. 재밌는 건 저희 각자의 삶 속에 참고할 만한 이야기들을 모아 왔는데 얘기해 보면 왜 이렇게 다 똑같은지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이성진 감독은 "사실 작품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저희 작품에서 대놓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과정을 녹여냈다. 유기적으로 많은 캐릭터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을 담고자 했다. 앞으로 내가 내놓을 작품에도 있을 내용들"이라고 전했다.

에미상 수상이 그들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이성진 감독은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한다. 처음이 어땠는지 여기까지 어떻게 오게 됐는지 그 과정들을 떠올리게 된다"고 돌이켰다. 스티븐 연은 "이런 영광을 예상하기 쉽진 않다. 일어나길 '희망'할 뿐이다"고 전했다.

또한 스티븐 연은 자신에 대해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봤을 때 긴 길을 돌아왔구나 싶다. 어쨌든 일련의 순간들을 통해서 이전보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며 "결론적으로 그저 내가 살아있고 이런 걸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10부작인 '성난 사람들'은 지난해 4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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