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배우 회당 10억" 제작비 상승 악순환에 K-드라마 위기
입력: 2024.01.25 12:11 / 수정: 2024.01.25 12:11

"글로벌 OTT 영향으로 배우 출연료 수직 상승" 토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16일 한국 드라마 제작 산업 위기의 문제와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16일 한국 드라마 제작 산업 위기의 문제와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전 세계적으로 K-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 드라마 제작 산업은 위기를 맞았다.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OTT의 영향으로 배우 출연료를 비롯한 제작비가 수직 상승하며 방송사가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들이 스타 배우들의 높은 출연료를 지적하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협회 사무실에서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 플랫폼 관계자들이 모여 드라마 산업의 위기 문제와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졌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주연급 출연료 인상으로 인한 총제작비의 상승 문제에 대해 주로 호소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여러 협상의 과정에서 늘 생기는 문제가 연기자 출연료"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주연은 이젠 억 소리가 아니라 회당 10억 소리가 현실이고, 이젠 어떠한 자구책을 찾아야만 할 때가 왔다"면서 "줄어든 편성을 놓고, 제작사들이 그나마 편성이 용이하게 담보되는 연기자들의 요구대로 회당 수억 원을 지불해 가며 제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으며, 이는 또다시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현 드라마 제작 실태를 전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일부 스타 연기자들이 계약 시 방송이 나갈 플랫폼을 미리 한정하고 현장에서 대본을 바꾸는 것도 비일비재고 감독을 교체하는 등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제작사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면서 "제작사와 방송사가 드라마 판을 키웠지만 제작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배우들만 그 과실을 가져가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있다. 매니지먼트사와의 협상이건 정책 수립이건 시급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최근 배우들의 캐스팅을 진행했는데 회당 출연료를 4억 원, 6억5000만 원, 7억 원을 불렀다. 요즘 출연료 헤게모니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중국은 배우 출연료가 총 제작비의 40%를 넘길 수 없고 출연료 중 주연급의 출연료는 70%를 넘길 수 없다고 들었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합리적이고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출연료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출연료 지급 방식의 또 다른 의견으로 제작 편수와 상관없이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도 거론됐다. 회당 출연료를 회차로 지급할 게 아니라 총 촬영 일수, 촬영 시간 등으로 출연료를 지급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출연료 협의를 하다 보면 방송과 OTT의 출연료 차이가 크게 난다. 방송에선 400만 원 받는 배우가 OTT에선 1500만 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출연료 구조를 볼 때 5000만 원 이하의 배우가 10% 인상을 한다 해도 500만 원으로 심히 부담되지는 않겠지만, OTT로 넘어가면서 배로 뛰고, 다시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본부장은 "회당 제작비가 12억~15억 원씩 되고 있는데 솔직히 출연료를 3000만~4000만 원씩 올려 주는 건 힘들다. 문제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이 정도 금액에도 성사되었던 배우들이 지금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편성 개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내년에도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캐스팅할 때, 우리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의 작품 제작비가 크게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준을 우리에게 적용하고 있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 이 출연료 적정선을 어떻게 측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작사들은 "회당 제작비 20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현실이 무섭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배우의 회당 출연료를 5000만 원 이상 주지 말자하고 정해놓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푸념 섞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톱스타를 쓰지 않고도 성공하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밖에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스태프 비용 역시 많이 늘어났으며, 미술비와 CG 용역비 또한 많이 늘어난 점이 거론됐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정부의 IP 보유 권장 정책하에 선제작하는 작품의 편수가 과거 2년 동안 크게 늘었으나 방송사의 상황 악화로 인해 제작을 다 마치고도 표류하고 있는 작품이 20편 가까이 된다. 이에 약 3000억 원 정도가 잠겨있다고 한다. 이는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시급하게 정부 유관기관이 나서서 해소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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