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외계+인' 2부, 사실상 손익분기점 돌파 실패
'시민덕희'→'도그데이즈'·'소풍'·'데드맨', '서울의 봄' 이을 흥행작 될까
'노량: 죽음의 바다'(왼쪽)와 '외계+인' 2부가 '서울의 봄'의 신드롬급 흥행 기세를 잇지 못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CJ ENM |
[더팩트|박지윤 기자] '서울의 봄'의 흥행 기운이 '노량'과 '외계+인' 2부로 이어지지 못했다. 천만 영화의 탄생과 함께 한국 영화계와 극장가에 봄이 찾아오는 듯했지만, 결국 다시 차갑게 얼어붙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외계+인' 2부(감독 최동훈)는 전날 2만 6405명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는 768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4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 10일 스크린에 걸린 '외계+인' 2부는 14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누적 관객 수 114만 8027명을 기록했고, 지난해 12월 20일 개봉한 '노량'은 누적 관객 수 451만 명을 돌파했다.
두 작품은 언뜻 보면 무난히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2일 개봉해 천만 고지를 밟은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의 신드롬급 흥행 기세를 오롯이 이어받을 작품들로 기대를 모았던 것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다.
'외계+인' 2부는 1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지만, 누적 관객 수 112만 명을 기록했다. /CJ ENM |
먼저 '외계+인' 2부는 개봉 첫날 9만 444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부(15만 8155명)보다 적은 오프닝 스코어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어 개봉 첫 주말 48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았으나 '서울의 봄'(약 170만 명) '노량'(약 126만 명) '외계+인' 1부(약 63만 명)에 못 미쳤다. 1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가 무색한 성적이다.
'외계+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2022년 7월 개봉한 '외계+인' 1부는 낯선 설정과 방대한 세계관 등으로 혹평받았고, 결국 누적 관객 수 154만 명에 그치며 씁쓸하게 퇴장했다.
하지만 '외계+인' 1부는 OTT를 통해 공개되며 재평가됐고 2부에서 1부가 남긴 모든 떡밥을 회수하는 만큼 흥행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1부의 흥행 실패가 고스란히 2부로 향하고 있다. 이 같은 추이라면 '외계+인' 2부는 손익분기점(약 700만 명)은커녕 1부의 최종 스코어도 넘기 힘들어 보인다.
'노량: 죽음의 바다'(오른쪽)는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
'노량'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마무리인 '노량'은 17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최고 흥행 역사를 기록한 '명량'(2014), 2022년 팬데믹을 뚫고 726만 명의 관객을 기록한 '한산: 용의 출현'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흥행 추세라면 손익분기점(약 700만 명) 돌파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노량'은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다루는 것과 긴 러닝타임이 보다 쉽고 가볍게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개봉 33일 만에 천만을 돌파한 '서울의 봄'은 전날 1만 1845명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1297만 640명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다. 황정민과 정우성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열연과 웰메이드 프로덕션으로 작품성을 입증했다.
또한 심박수 챌린지를 비롯해 232회의 무대인사를 통해 배우들의 센스 넘치는 멘트와 관객들의 생생한 리액션 등이 SNS에서 화제가 되며 입소문을 탔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현대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전 연령층의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결국 잘 만든 작품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관객들을 'N차 관람'으로 이끌면서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 봄'은 배우들의 열연과 웰메이드 프로덕션, 심박수 챌린지 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이에 영화계 관계자는 <더팩트>에 "앞으로 나올 작품들이 많지만 낙수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이제 관객들은 영화를 쉽게 선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입소문을 타면 보러 가는 분위기는 확실히 있다. 그렇기에 심박수 챌린지 같은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요소 등의 유무도 중요한 것 같다"고 바라봤다.
이렇게 '서울의 봄'은 새로운 흥행 공식을 써 내려갔지만 이 기운이 '노량'과 '외계+인' 2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날 라미란·공명의 '시민덕희'(감독 박영주)가 베일을 벗었고 오는 2월 7일에는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의 '소풍'(감독 김용균), 윤여정과 유해진의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로, 조진웅과 김희애의 '데드맨'(감독 하준원)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관람료 인상과 OTT 플랫폼의 성장으로 극장의 문턱과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을 다시 실감케 하며 극장가에 찬 바람이 부는 가운데, '서울의 봄'의 흥행 공식을 따르는 작품이 등장할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