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제국' 종영…"아직 섭섭함 오지 않아"
배우 강율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최근 KBS2 일일드라마 '우아한 제국'에서 배우 지망생 정우혁을 연기했다. /장윤석 기자 |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원래는 요리사였다. 강율은 어릴 적, 스타 셰프의 꿈을 안고 요리를 시작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배우란 꿈을 접지 않았다. 스타 셰프로 TV에 나온 건 아니지만 각종 방송에서 요리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2023년 지상파 일일극 주인공이 됐다.
KBS2 일일드라마 '우아한 제국'(극본 한영미, 연출 박기호)은 거대한 힘에 의해 짓밟힌 정의와 감춰진 진실, 잃어버린 인생을 되찾기 위한 우아한 복수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강율은 최근 서울 마포구 <더팩트> 사옥에서 만나 '우아한 제국'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작품은 물론 연기를 시작한 계기, 일일극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율은 이번 작품으로 첫 지상파 주연을 맡았다. 그것도 호흡이 긴 일일극으로 105부작이라는 대장정을 이끌어야 했다. 촬영은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1월까지 약 7개월간 진행됐다. 그는 힘들었다고 솔직히 말하면서도 그렇기에 더 시원하다고 전했다.
"지금은 '끝났다'에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시원섭섭함 중 아직 시원함만 있고 섭섭함은 아직이에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데 쉴 틈 없이 찍고 대본을 봐야 했어요. 일일극의 매력은 세트 촬영장이에요. 짧은 시간에 엄청난 대화를 소화하고 한 장면에 담기니까요."
'우아한 제국'은 거대한 힘에 의해 짓밟힌 정의와 감춰진 진실, 잃어버린 인생을 되찾기 위한 우아한 복수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KBS |
'우아한 제국'는 복수극이다. 연예 기획사 우아한 제국의 회장이 되려는 장기윤(이시강 분)과 그의 전 부인 신주경(한지완 분)이 대립하고 신주경은 재일교포 상속녀 서희재로 변신한다. 신주경을 사랑한 남자 정우혁(강율 분)도 복수를 꿈꾸며 장기윤과 맞선다. 그 때문에 어둡고 극에 치닫는 장면이 많다. 특히 장기윤에게 맞는 장면도 자주 등장했다.
"일주일에 다섯 편씩 대본이 나왔고 바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마음을 먹었죠. 마인드 컨트롤은 시도했으나 잘 못했어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생각한 것 이상으로 보여줘야겠다는 강박이 많았죠. 그래서 아쉬움이 남기도 해요. 맞는 장면에서 불편함은 없었는데요. 주변의 많은 걱정을 받았고 혹시나 아플까 봐 보호대를 채워주셔서 되려 죄송했어요. 그렇게 안 해도 할 수 있는데.(웃음)"
'우아한 제국'의 장기윤 역은 원래 김진우가 맡았다. 그러나 돌연 하차했고 33회부터 그 바통을 이시강이 이어받았다. 이미 배우들의 합이 짜여졌던 터라 시청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황했어요. 건강상 하차라 아쉬웠고요. '연기에 지장 있냐'고 주변에서 물어보시는데요. 과거에서 현재로 바뀌는 시점에 배우 교체가 이뤄져 어려움은 없었어요. 작품이 길다 보니 가족 같아요. 가족은 많이 싸우면서 많이 웃잖아요. 원래 진우 형이 분위기를 주도했는데 이후 제가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KBS2 '우아한 제국'에서 신주경 바라기로 활약한 강율은 자신의 연애관에 대해 "'만나는 사람에게 올인하자'는 개념은 비슷하지만 표현의 방식을 다르다"고 답했다. /KBS 방송화면 캡처 |
정우혁은 신주경에게 올인하는 남자다. 특히 '누나 없으니까 모든 게 엉망이야'라는 대사는 티저 영상에 활용되기도 했다. 문득 그의 연애 스타일이 궁금해졌다.
"그 부분에 있어서 저와 맞지 않아요. '만나는 사람에게 올인하자'는 개념은 비슷하지만 표현의 방식은 그렇지 않거든요. 한 번도 안 해본 캐릭터라 오글거렸어요. 지완 누나랑 둘 다 웃겨서 NG도 나고. 차라리 한 번 웃고 나니까 오글거림이 많이 사라지더라고요."
강율은 요리사 출신 배우다.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 과정을 이수할 만큼 '요리계'에서 수재였다. 요리사로 3년 정도 활동했으며 잠깐이지만 레스토랑을 운영하기도 했다. 평생을 바쳐온 요리를 더 이상 본업으로 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법 한데 그는 연기에 대한 애정을 더욱 드러냈다.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셨어요. 무작정 TV에 나오고 싶어 '스타 셰프가 되자'는 마음에 요리를 시작했죠. 요리를 한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 않아요. 덕분에 음식 예능을 촬영했고 또 저는 요리랑 계속 함께 갈 거라서요."
실제로 그는 JTBC 예능프로그램 '웃는 사장' MC로 발탁됐다. 당시 그는 화려한 손기술을 사용해 음식을 재빠르게 만들었고 아란치니 등 자신만의 메뉴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정작 지금은 요리를 잘 하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여행 예능에 대한 관심도 내비쳤다.
"혼자 살면 어쩔 수 없이 요리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1인분씩 하지 않으니까 사 먹는 것보다 남는 재료가 많아요. 식단을 하고 있어 현미밥과 닭가슴살을 많이 먹고 있어요. 요즘은 여행 예능을 하고 싶은데요. 저를 자연스러우면서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덱스, 오킹과 함께 떠나고 싶어요. '웃는 사장'에서 동년배였지만 소통할 기회가 적었거든요."
강율은 자신의 롤모델로 배우 조정석을 꼽았다. 또 함께 연기하고픈 배우로 서현진을 언급했다. /장윤석 기자 |
강율은 현재 유튜브 채널 '강율TV'를 운영 중이다. 주 콘텐츠는 역시 요리다. 그러나 최근 게시물은 약 1년 전에 머물러 있다. 드라마 종영 후 휴식을 즐기고 있는 그가 팬들과 소통 창구로 유튜브를 활용할 계획은 없는지 물었다.
"너무 바빴고 신인이다 보니 혼자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어요. 금전적인 것도 생각해야 하고 편집도 해야 하는데 여력이 부족했죠. 올해는 가능하다면 다시 할 생각이에요. (옛날엔) 계획적으로 하려 애썼는데 이젠 조금 더 편안하게 콘텐츠에 구애받지 않으려고요. 아직 구체적인 건 없지만 일상 브이로그를 하고 싶어요."
올해 31살이 된 그는 유독 교복을 많이 입었다. 2017년 플레이리스트 웹드라마 '열일곱'으로 데뷔했으며 콕tv에서 제작한 '일진에게 찍혔을 때'로 인지도를 쌓았다. 최근엔 디즈니+ 오리지널 '3인칭 복수'에 출연해 미스터리 학원물을 그렸다. 이런 그가 '우아한 제국'에선 '찐 어른'이 됐다.
"목말랐던 부분이 해소가 됐어요. 제 나이대에 맞는 걸 하고 싶었거든요. 이번 작품에서 참고한 스타일은 따로 없지만 정장을 입으니 그 안에서 차별점이나 보완을 했어요. 있는 그대로, 저를 봤던 느낌대로 연기를 이어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교복 입는 작품이 또 들어온다면 할 수는 있지만 너무 양심 없지 않을까요.(웃음)"
강율은 연기에 있어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그리고 롤모델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조정석을 언급했다. 단역으로 출연한 '사랑의 온도'에서 마주친 서현진도 꼽았다.
"영화 '형'(감독 권수경)을 좋아해요. 대본과 상관없이 입에 붙은 말로만 대사가 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현진 선배를 처음 뵀는데 같이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진 선배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좋아해요. 이렇듯 자연스러운 부분이 좋아요. 유쾌하고 재밌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소시오패스 같은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굉장히 똑똑해야 나올 수 있잖아요. 또 딥하게 느와르 쪽으로 가고 싶어요. 액션도 좋아하고요."
배우 강율은 "아직 '우아한 제국'을 한 단어로 정리해 답할 수 없다"며 "이사를 하고 짐 정리를 끝낸 뒤 섭섭함이 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윤석 기자 |
강율은 아직 '우아한 제국'을 정리해 답할 수 없다고 전했다. 섭섭함이 아직 안 왔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섭섭함은 언제 오는 걸까.
"계획된 차기작이 없어요. 섭섭해질 때쯤 준비하려고요. 더 급한 게 지금 사는 집이 재개발 구역이라 이사를 가요.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고 이사를 마무리하면 (섭섭함이) 오지 않을까요? 공허함 속에서요. 짐 정리하고 침대에 걸터 앉으면 올 것 같아요."
끝으로 그는 자신의 성장에 대해 진단하며 스스로를 토닥였다. 또 배우로서 포부도 밝혔다.
"지난해는 고생한 한 해예요. 1년을 꽉 채워 활동한 게 처음이니까요. 올해는 저를 찾고 싶은 게 크달까요. '강율은 배우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다'가 아닌 '강율이 이렇기 때문에 이런 배우다'라고 만들고 싶어요. 무엇보다 주연 단역 조연에 구애받고 싶지 않아요. 안 쉬고 일하고 있음에 만족해요. 제가 어느덧 데뷔 8년 차더라고요. 느리다면 느린 건데 잘 하고 있어요. 팬들에게 늘 감사해요. 잊히지 않도록 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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