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소희가 <더팩트>와 만나 '경성크리처'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때때로 끝나긴 할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그만큼 쉽지 않았던 고난의 도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 역시 독주가 아닌 앙상블을 완성했다. 배우 한소희가 연기를 대하는 자세다. 여전히 연기가 재밌다는 그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갈 계획이다.

한소희는 최근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각본 강은경, 연출 정동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경성 최고의 전당포를 운영하는 태상(박서준 분)이 사라진 어머니를 찾는 채옥을 만나 일본군의 비밀스러운 실험을 파헤친다.

한소희가 극 중 죽은 사람도 찾아낸다는 조선 최고의 토두꾼 윤채옥 역을 맡았다. 채옥은 민첩한 움직임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유능한 인물이다. 경성 최고의 전당포를 운영하는 태상(박서준 분)을 만나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끝끝내 실험으로 인해 크리처가 된 어머니를 발견하는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다.

10부작 시리즈인 '경성크리처'는 지난달 파트 1(1~7화)에 이어 최근 파트 2(8~10화)가 차례대로 공개됐다. 당초 제작 전부터 넷플릭스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건지 막상 뚜껑을 연 '경성크리처'에는 아쉬운 혹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기시감이 드는 뻔한 스토리에 느린 속도감의 전개가 이어진 데다 일부는 독립군에 대한 부정적 묘사를 지적하기도 했다.

배우 한소희가 '경성크리처' 공개 이후 쏟아진 혹평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넷플릭스

배우들 역시 시청자들의 비판을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평가와 해석은 어디까지 그들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한소희는 "우리가 우리의 뜻을 전했는데 '왜 다르게 곡해하느냐'고 생각하는 건 무례한 일"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또한 일본 팬들의 불만으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몇몇의 일본 팬은 "일본인으로서는 용기가 있어야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팬으로서 슬프다"고 적었다. 내용과 상관없는 '악플'도 있었다. 이에 한소희는 "사실 난 일본어를 잘 모른다. 때문에 일본어로 댓글이 달렸다고 한들 알아보질 못하기 때문에 별다른 충격이나 타격은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다만 한국어로 알아보기 쉽게 말씀을 남겨주는 분들도 있었어요. 용기 내 줘 고맙죠. 하지만 그들 입장에서 슬프다고 사실이 아닌 게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로 답을 남겼죠. 또 다른 분들은 메시지로 '인신공격하는 다른 일본인 때문에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여러 팬들이 있으니까요.(웃음)"

이처럼 한소희는 '경성크리처'를 출연하는 데 있어 일본이나 일본팬들의 반응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일단 '경성크리처'를 단순한 시대극이라고 해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실제 역사 사건인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작품은 어디까지나 픽션과 논픽션을 섞어놓은 내용이다. 우린 시대 속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경성의 낭만'이나 '일제강점기 크리처'보다는 인간을 수단화한 실험 속에서 태어난 괴물과 맞서는 찬란하고 어두웠던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시대극 자체를 우리나라에서 안 다뤘던 것도 아니지 않나요. 일본 팬들 때문에 연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도전을 하지 않는 건 옳지 않은 방향인 것 같아요.(웃음)"

배우 한소희가 '경성크리처' 속 채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한소희가 채옥을 연기하기 위해 가장 주안점을 뒀던 부분은 '엄마를 찾는 것'이었다. 채옥이의 목표와 이를 이루고 있는 서사들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채옥이와 나의 교집합이 무엇일까부터 고민했다.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게 비슷하더라. 인생까지 포기하면서 '엄마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위험하든 말든 뛰어드는 채옥을 표현하고 납득시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특히 한소희는 '경성크리처' 촬영 기간 중 얼굴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걱정할 정도였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했다. 그는 "말 그대로 '사고'였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며 웃어 보였다.

오히려 그 후로 두려움이 없어졌단다. 때때로 '이 촬영이 끝나기는 할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던 한소희가 독기를 갖게 된 순간이었다. 그는 "설마 죽기야 하겠느냐는 마음이 들더라. 어떻게든 내가 이걸 해내고 끝내보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배우 한소희가 자신의 연기 방식과 연기관을 언급했다. /넷플릭스

아직까지도 연기가 재밌다는 한소희다. 그런 그가 촬영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조화'였다. 한소희는 "항상 현장에서 내가 제일 못한다고 벼랑으로 밀어붙인 뒤 시작한다. 어느 작품이든 독주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촬영장 모두가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만 매 장면이 빛날 수 있다. 그렇게 장면이 모여 한 회가 되고 한 회가 모여 한 작품이 되면 어느 순간 매 장면을 넘어 매 작품이 빛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소희는 '경성크리처'와 함께 30대의 서막을 올렸다. 몸도 마음도 연기적으로도 보다 더 성숙해진 그는 여전히 자신을 객관적으로 탐구하는 중이다. 한소희는 "스스로를 향해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팬들이 왜 나를 좋아해주는지에 대해 파고든다. 부족한 게 많다 보니 계속해서 연구하고 노력하고 싶다. 연기는 또 다른 나를 1차원적으로 표현하는 길 아닌가. 그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기 위해서는 노력만이 답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제가 배우를 업으로 삼은 만큼 적어도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어요. 마찬가지로 팬들이 부끄러운 상황을 만들고 싶지도 않아요. 남들에게 제가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은 거죠. 제 팬들이 저를 좋아할 때 창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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