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 곧 죽습니다' 사이코패스 빌런 박태우 役 활약
배우 김지훈이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티빙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김지훈은 아직도 목이 마르다. 악역으로 한 번, 장발로 두 번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김지훈이지만 갈증은 여전하다. 보여주고 싶은 게 그리고 보여줄 게 많이 남은 김지훈이다.
김지훈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각본·연출 하병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5일 파트2까지 전편 공개된 '이재, 곧 죽습니다'는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최이재(서인국 분)가 초월적 존재 죽음(박소담 분)이 내린 심판에 의해 12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게 되는 인생 환승 드라마다. 김지훈은 극 중 욕망을 위해 살인을 멈추지 않는 사이코패스 재벌 박태우로 분했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당초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주연 배우들은 물론이고 이도현 이재욱 최시원 김재욱 등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최이재의 환생 캐릭터 막강 라인업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뚜껑을 연 작품은 원작 이상의 감동을 안겼다. 액션부터 로맨스와 스릴러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재미는 물론, 삶에 대한 메시지와 울림까지 남기며 호평을 받았다.
김지훈 또한 "나 역시 오픈되자마자 봤는데 재밌게 즐겼다. 사실 초반 4부까지는 내가 안 나오는 장면이 많다 보니 대본으로만 내용을 알았다.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했는데 멋있더라. 시청자로서 몰입해서 보지 않았나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김지훈이 티빙 오리지널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 박태우 역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티빙 |
김지훈 말처럼 초반에는 분량이 다소 적었던 그다. 반면 파트2에서는 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역대급 빌런 연기를 선보였다.
앞서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로도 악역을 소화했던 김지훈이기에 또다시 악한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일단 드라마에서 만나기 힘든 강한 캐릭터였다. 매력적인 악역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 안에서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는 캐릭터라는 점도 매력을 느끼기 충분했다"고 돌이켰다.
사실 박태우라는 캐릭터는 원작에서도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다. 오롯이 티빙 시리즈에서만 존재하는 가운데 비중까지 높아진 만큼 김지훈이 박태우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지훈 역시 "원작에서 신원미상의 악역이 나오긴 하지만 그 캐릭터는 모티브만 됐다. 사실 박태우는 전혀 다른 인물로 새롭게 만들어진 역할이었다. 때문에 참고할 만한 캐릭터가 없었다. 지금까지 중 가장 힘들었던 인물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서사가 많이 주어진 인물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첫 등장부터 이유 없이 사람들을 죽여요. 배우로서는 어떤 근거가 있어야 보는 시청자들을 설득력 있게 어필할 수 있어요. 이 인물이 왜 이런 생각을 하고 행동했는지에 대해서 서사를 쌓아야 했죠. 방송에 담길 결과를 위한 뿌리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죠. 상상력을 총동원하고 여러 가지를 준비해요. 현장에 가서도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며 완성된 박태우예요."
배우 김지훈이 티빙 오리지널 '이재, 곧 죽습니다'의 서사를 쌓기 위해 대본 파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티빙 |
각고의 노력을 들여 힘들게 만들어진 박태우를 봤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김지훈은 "너무 빨리 지나가서 좀 허무할 때도 있었다.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장면이 빨리 끝나면 허탈함이 클 수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렵게 찍은 장면은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장면이었다. 김지훈은 "정말 현실적으로 나와야 하는 만큼 공을 들여 며칠 동안 촬영했다. 비행기에 매달리기도 해야 하고 낙하산도 타야 했다. 무엇보다 비행기가 폭발해서 떨어지는 만큼 여러 모습으로 추락해야 했다. 때문에 와이어를 타고 계속 돌았다. 안 그래도 어지러운 것에 취약한데 계속 돌려서 미치는 줄 알았다"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덕분에 빌런 박태우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지훈의 악역이 처음은 아니지만, 박태우는 그 중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에 김지훈은 "최근 내 악역 연기를 관심 있게 봐주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다. 하지만 아직도 못 본 분들이 많다. 나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데 이번 역할은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더 뼈를 갈아 넣었다"고 전했다.
"주말 드라마를 한 뒤 아무래도 저에게 악역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어요. 때문에 틀에 갇힌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라도 노력과 연습을 많이 해야 했죠. 다만 살의를 품고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희열을 느낀다는 게 삶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어떻게 해야 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지 연구를 거듭해야 했죠."
배우 김지훈이 '이재, 곧 죽습니다'는 보람 느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밝혔다. /티빙 |
결국 박태우는 자신이 저질렀던 모든 악행을 다 겪은 뒤 반식물인간이 되는 결말로 끝이 난다. 이에 대해 김지훈은 하 감독의 공을 치켜세웠다. 그는 "감독님이 정말 대단하다. 원작의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교묘하게 작품에 메시지를 잘린다. 최이재의 여러 죽음들을 박태우 또한 다 겪어보게 만들면서 복수하는 설정과 과정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이재, 곧 죽습니다'라는 강렬한 작품을 만난 만큼 다음 악역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이에 김지훈은 "사실 악역을 계속해서 일부러 보여주겠다는 의도는 없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고려하다 보니 최근에 악역을 여러 번 하게 된 것 같다"며 "악역을 또 하겠다고 규정짓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은 김지훈에게 어떻게 남게 될까. 그는 "내 필모그래피에서 내세울 만한 작품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열심히 한 만큼 보람을 느끼는 작품"이라고 애정을 보였다.
"데뷔 후 계속해서 갈증을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열심히 하게 됐고 덕분에 결과적으로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게 끝이 아니에요. 지금은 악역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또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 갈증은 여전해요. 동시에 새로운 모습을 또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도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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