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화·음악 단체와 수천 명 예술인 동참…동료 더 늘어날 것"
"이선균, 안타까운 죽음…국민의 알권리, 공익적 목적인가"
가수 윤종신(가운데)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배우 이선균의 죽음을 참혹한 비극이라고 칭하며 사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동시에 '이선균 방지법'을 만들겠다며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12일 오전 11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행사에는 봉준호 감독, 장항준 감독, 이원태 감독, 배우 김의성 최덕문, 가수 윤종신이 참석했다. 사회는 최덕문이 맡았다.
연대회의는 지난해 12월 27일 세상을 떠난 이선균의 사건의 실체 파악을 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로 고인의 죽음을 마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동료 연예인들 외에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등 영화·문화계 종사자 단체 약 30곳이 참여했다.
먼저 장원석 대표가 성명서가 발표된 과정을 설명했다. 이들은 故 이선균의 장례식장에서 뜻을 모았다. 장 대표는 "수사 및 언론 보도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성명서 작성 작업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또한 여기에는 방송 영화 음악 등을 아우르는 단체는 물론이고 송강호를 비롯해 약 2000여 명의 개인 문화인들이 동참했다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성명서 낭독은 김의성과 봉준호 감독, 윤종신, 이원택 감독 순서로 진행됐다. 이들이 요구하는 내용은 ▲수사 당국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재개정 등이다.
먼저 김의성은 "지난해 12월 27일 한 배우가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앞선 10월 19일 '배우 L 씨의 마약 연루' 기사가 보도되고 10월 23일 정식 입건된 때부터 2개월여 동안 배우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며 "지난 2개월 동안 벌어진 '인격 살인'에 대해 밝히는 것이 동료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호소했다.
봉준호 감독은 수사당국에 책임을 물었다. 그는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 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관계자의 취재 협조는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 차례에 걸친 소환 절차 모두 고인의 출석 정보를 공개로 한 점, 당일 고인의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수사당국은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만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고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배우 김의성과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왼쪽에서 두 번째부터)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윤종신은 언론 및 미디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나"며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하여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또한 고인이 포토라인에 선 것과 관련해서도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경찰 측에 무리하게 요청한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끝으로 이들은 관련법을 제·개정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원택 감독은 "형사 사건 공개 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은 제·개정해야 한다"며 "또한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우 김의성과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왼쪽에서 두 번째부터)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연대회의는 이를 두고 '이선균 방지법'이라고 칭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는 "피해 사실 공표로 인한 부당한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해 예방하는 차원에서 국회에 전달하겠다. '이선균 방지법'을 위해 여러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중의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연대회의는 "한국 방송 영화 음악단체 29개가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 함께할 동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우리는 앞으로도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며 법적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함께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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