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박씨' 주현영의 코미디, 그리고 자신감[TF인터뷰]
입력: 2024.01.11 10:00 / 수정: 2024.01.11 10:00

"'얼굴 갈아끼운다' 최고의 칭찬"
2023 MBC 연기대상 신인상 수상


배우 주현영이 최근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AIMC
배우 주현영이 최근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AIMC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주현영은 '부캐(부 캐릭터)'의 신이다. 시작은 주기자였다. "좋은 질문? 지적? 아무튼 감사합니다"라는 문장은 사회 초년생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MZ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매 순간 얼굴을 갈아끼우는 그다.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이하 '열녀박씨')은 죽음을 뛰어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욕망 유교걸 박연우(이세영 분)와 21세기 무감정 끝판왕 강태하(배인혁 분)의 금쪽같은 계약 결혼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주현영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열녀박씨'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간 보여준 유머러스한 모습과 다르게 차분하고 진중한 그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SNL'부터 시작해 '우영우'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까지 귀한 인연을 얻었어요. 이번 '열녀박씨'도 그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아요. 행운을 받았다는 감정과 모두가 모두를 의지했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따뜻한 드라마가 나왔죠."

극 중 주현영은 박연우의 몸종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죽마고우인 사월 역을 맡았다. 사월은 수다스럽고 잔망스러운 게 매력 눈치 백단의 소유자로 박연우와 함께 시 공간을 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도착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과 호흡에 이어 이번 이세영과 '케미'도 완벽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세영 언니가 거의 리드했어요. 먼저 다가왔고 고민도 서로 나눴어요. 언니는 단호함과 결단력이 있어 제가 갈피를 못 잡을 때 확 끌어주세요. 누구나 '조선시대로 돌아가면 어떨까' 생각해 보잖아요. 현대와 과거를 넘나들 때 어떻게 빨려 들어가는지 고민했어요. 얼굴을 어디까지 집어넣는지, 빛의 색은 무엇인지 등이요. 또 현대 말을 모르는 척 연기가 재밌었어요. '로제 떡볶이?' 이 부분은 사실 애드리브예요."

최근 주현영은 '열녀박씨'로 MBC 연기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앞서 그는 2022년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 예능상을 지난해 여름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여자 예능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모두 'SNL 코리아'로 받은 상이다. 그렇기에 이번 신인상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욕심이 날법한데 주현영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안정을 찾았다.

"상의 무게가 무겁다 보니 마냥 기쁜 것보다 책임감이 느껴졌어요. 지금 받은 상의 무게를 잘 짊어지려고요. 너무 무거워서 떨어뜨리고 싶지 않아요. '잘해야 된다'는 강박은 없지만 뿌듯한 결과를 앞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 뿐이에요"

극 중 주현영은 박연우의 몸종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죽마고우인 사월 역을 맡았다. 조선시대와 2023년을 넘나들며 연기했다. /MBC 방송화면 캡처
극 중 주현영은 박연우의 몸종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죽마고우인 사월 역을 맡았다. 조선시대와 2023년을 넘나들며 연기했다. /MBC 방송화면 캡처

또 MBC 연기대상 수상 소감에서 스승인 배우 김종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주현영은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연극전공 출신이며 김종태는 공연예술학부 교수를 지낸 바 있다. 당시 주현영은 앞에 앉아 있는 김종태를 보며 '이런날이 와서 너무 행복하다. 선생님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학교 1학년과 4학년 때 (김종태) 선생님께 배웠어요. 캐릭터를 만드는 수업을 배웠는데 선생님께서 베스트 캐릭터상을 받으셨더라고요. 시상식 후 선생님이 '나의 비전 중 하나를 네가 이뤄줬다. 고맙다'고 연락하셨어요."

주현영은 2019년 단편영화 '내가 그리웠니'로 연기를 시작했고 이후 웹드라마에 주로 출연했다. 당시 눈에 띄지 못했지만 2021년 'SNL 코리아' 크루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출연하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고 각종 예능에 출연해 수많은 '밈'의 주인공이 됐다. 데뷔 후 단기간에 훅 치고 올라온 것이다. 이에 부담감과 슬럼프도 있었을 터다.

"부담감은 주기자로 주목받을 때부터 었었어요. 특히 상 받을 때마다 무게감이 느껴졌죠. 고민은 끝도 없이 이어졌고 상에 못 미치는 연기를 할까 봐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두려움이 도움 안 되더라고요. 슬럼프는 재작년 작품 4개를 동시에 할 때 왔어요. 체력적인 한계가 컸고 'SNL에서 보여준 재치있는 모습을 보고 캐스팅된 부분이 있다 보니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할까 봐 부담이 있었어요. 많이 울고 숨고 싶었는데 윤아 선배님이 '이렇게 약해져있으면 안 돼'라며 자극을 주셨고 이서진 선배님은 연기적·캐릭터적으로 엇나가지 않게 방향성을 잡아주셨어요."

작품 이후 주현영은 달콤한 휴식을 누리고 있다. 아직 'SNL' 새로운 시즌 출연이 확정되지 않았고 차기작도 결정된 게 없다. 쉴 때도 캐릭터를 연구할 것 같지만 그는 앞날을 위해 체력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가족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영화 '해리포터' 좋아해서 몇 번씩 보고요. 최근엔 PT랑 요가를 해요. 매일 아침저녁으로 팩을 하는데 술 먹고 잠들 것 같아도 무조건해요. 엄마 아빠는 개개인으로 꿈이 있으세요. 부모님께 뭔가 해드릴 때 뿌듯해요. 쌍둥이 언니가 있는데요. 연기 도움을 많이 줘요. 같은 배우가 아닌 언니들한테 물어봤을 때 새로운 답을 얻거든요. 제 꿈을 늘 응원해주고 경제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아요. 최근 언니가 외국 친구들에게 '두유노우 주현영? 두유노우 우영우?"라고 했대요.(웃음)"

배우 주현영은 열녀박씨에 대해 저에게 자신감을 실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AIMC
배우 주현영은 '열녀박씨'에 대해 "저에게 자신감을 실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AIMC

주현영이 지금까지 보여준 캐릭터는 셀 수 없이 많다. 모든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덕분에 생활연기 달인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얼굴을 갈아 끼웠다'는 평이 이어지는 이유다. 캐릭터 연구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얼굴을 갈아 끼운다는 건 엄청난 칭찬이에요. 늘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캐릭터마다 작은 습관 표정 근육이 다 다르잖아요. 제 경험이 한계가 있기에 다른 작품을 봐서 힌트를 얻곤 해요. 일반인이나 예능인을 눈여겨 보기도 하고요. MZ오피스는 대학시절 겪었던 것을 끌어왔어요. '우영우' 동그라미는 일본 만화 속 톡톡 튀는 인물을 참고했고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다시 보기도 했어요. 'SNL'의 모습도 제가 약간 있어요. 평상시 눈치 많이 보는 스타일인데요. 어릴 적부터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차분하게 저를 다스리려고 하는게 커요. 방송할 땐 주문을 걸고 끄집어 내죠."

그는 동그라미와 사월이를 넘어 또 다른 장르 속 캐릭터로 갈아끼울 준비가 돼있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같이 연기하고픈 배우로 신하균을 언급했다.

"표현하지 않아도 외적으로 드러나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전화 상담원처럼 현실에서 많이 접할 수 없지만 잘 모르는 직업이요. 또 아무리 밝은 사람이라도 내면에 어두운 모습이 있잖아요. 그런 본능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인물도 하고 싶어요. 유쾌하든 어둡든 상관없이 표현하는 인물이요. '더 글로리' 속 욕망이나 극한의 공포도 느껴보고 싶고요. 과거 신하균 선배님이 '브레인'으로 대상을 받으셨는데 집에서 울었어요. 선배님이 가지고 계신 극적인 에너지가 거대하고 톡톡 튀는 연기를 잘하시잖아요. 그 에너지를 나누면 어떤 기분일지 너무 궁금해요. 성덕(성공한 덕후)가 되고 싶어요. 제발."

그간 숨 가쁘게 달려온 주현영은 예능 '크라임씬 리턴즈'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는 그가 올해도 드라마와 예능을 병행할 것임을 시사한다. 주현영은 걱정된다면서도 자신의 좌우명으로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했다.

"추리에 능하지 못하고 마피아 게임도 못해요. 그런데 롤플레이는 너무 재밌더라고요. 'SNL'은 제게 놀이터 같은 곳이었는데 드라마 현장에서 또 다른 배움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좌우명이 '코미디'인데요. 재밌고 유쾌하게 살고 싶어요. 또 철두철미하고 부지런한 스타일은 아니라 '그 순간에 살자' 주의예요.(웃음)"

끝으로 신인상과 새로움 배움을 동시에 준 '열녀박씨'는 주현영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또 그는 2024년을 어떻게 채워갈까.

"'열녀박씨'는 자신감을 실어준 작품이에요. 필요 이상 눈치 보는 것이 없고 사월에게 치중하기보다 모두가 한 세상에서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작업했어요. 다른 현장에서도 이곳에서 했던 것만큼 녹아들고 싶어요. 특히 '관계'에 있어 배운 게 많아요. 호흡에 있어 제 태도가 바뀌었죠. 올해는 작품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즐기면서 빠져들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는 게 계획이자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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