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을 들여다봄③] 민머리 분장→색보정·음향…숨은 공신들
입력: 2023.12.20 00:00 / 수정: 2023.12.21 09:48

셀 황효균 대표→덱스터스튜디오·라이브톤이 밝힌 비하인드
"'서울의 봄' 흥행, 모든 영화인에게 희망의 메시지 되길"


서울의 봄의 디테일을 완성한 숨은 공신들에게 작품의 프로덕션 비하인드를 물어봤다. /덱스터스튜디오, 셀
'서울의 봄'의 디테일을 완성한 숨은 공신들에게 작품의 프로덕션 비하인드를 물어봤다. /덱스터스튜디오, 셀

'서울의 봄'이 전 세대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흥행 TOP2에 등극했다. 이에 <더팩트>는 얼어붙었던 극장가에 흥행의 봄을 불러온 '서울의 봄'이 영화계에 끼친 영향을 알아봤다. 또한 작품을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게 노력한 관계자들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서울의 봄'이 시대의 리얼리티부터 군사반란 당일의 긴박감과 긴장감까지 고스란히 살아있는 웰메이드 프로덕션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연일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에 <더팩트> 취재진은 셀 황효균 대표를 비롯해 컬러리스트 덱스터스튜디오 박진영 이사와 음향감독 라이브톤 최태영 대표 등 '서울의 봄'의 디테일을 완성한 숨은 공신들에게 작품의 프로덕션 비하인드를 물었다.

황 대표는 신군부의 핵심 인물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으로 분한 황정민의 민머리 분장을 전담했다. 역사적 사건이자 실존 인물이 떠오르는 캐릭터의 분장을 맡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는 황 대표는 김성수 감독과 여러 번 상의하며 콘셉트를 정했고, 배우가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고 관객들이 쉽게 인물을 떠올릴 수 있게끔 특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황정민은 신군부의 핵심 인물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황정민은 신군부의 핵심 인물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황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자연스러움이었다.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실존 인물을 똑같이 재현하는 게 아니라 민머리와 콧방울 등 핵심이 되는 특징을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 그는 "그 인물과 닮게 하려면 광대뼈 이마 턱에 인조 피부를 붙여야 하는데 그러면 배우가 갖는 감정이나 인상 표현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특징적인 게 머리였고 콧방울을 조금 넓게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대표는 "황정민은 대사를 하고 감정 표현을 할 때 미간이랑 이마를 많이 쓰는 편이다. 감독님께서 연기할 때 생기는 주름이 분장으로 덮이면 안 되고 움직임이 바로 와닿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많은 과정을 거친 후 완성된 황정민의 민머리 비주얼이다. 이마 위의 헤어라인부터 정수리까지 민머리인 분장을 먼저 테스트했고, 황정민의 헤어에 볼륨감이 있기에 단차가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 초박형으로 눈썹부터 정수리까지 덮는 것을 다시 제작했다. 또 황정민의 주름과 실리콘 주름의 위치를 다 맞췄고 이마 위의 살결 표현까지 다 작업했다.

"황정민의 두상은 일반 사람과 다르게 머리 뒤쪽이 동그랗지 않다. 황정민 말로는 어릴 때 너무 착하고 반듯하게 똑바로 누워서 뒷머리가 그렇게 눌렸다더라. 두상을 동그랗게 만들어놓고 그 위에 인조 피부로 덮은 다음 가발을 씌워서 측면이나 후면 컷을 찍을 때 뒷머리가 눌려 보이지 않게 작업했다."

황정민의 민머리 분장을 전담한 황효균 대표는 특징적인 게 머리였고 콧방울을 조금 넓게 붙였다고 밝혔다. /셀
황정민의 민머리 분장을 전담한 황효균 대표는 "특징적인 게 머리였고 콧방울을 조금 넓게 붙였다"고 밝혔다. /셀

그렇다면 민머리 분장은 어떻게 진행될까. 배우의 얼굴과 두상을 라이프 캐스팅 본을 뜬 후 석고상을 뽑고 그 위에 이마부터 정수리까지 모델링을 한다. 그리고 몰드를 만들고 소프트한 실리콘으로 뽑아내는 작업을 거친다.

이후 현장에서 배우의 헤어를 눌러서 붙이고 헤어 라인과 구레나룻 쪽의 머리를 당겨서 민머리를 만든 다음, 얼굴 이마 정수리가 같은 톤이 될 수 있도록 한다. 그 위에 이마부터 정수리까지 살결과 주름이 묘사가 된 얇은 실리콘을 붙인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듬성듬성 나 있는 머리카락 가발을 붙여서 마무리한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매번 똑같이 분장하는 것이다. 똑같은 실리콘 패치와 이마 패치를 붙이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위치가 늘 똑같을 수 없고 이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질 수 있기 때문. 이에 황 대표는 "테스트를 포함해서 33회 정도를 매번 같은 팀이 했다. 나중에는 손발이 잘 맞아서 3시간 걸리던 게 2시간 반 정도 걸렸다"고 전했다.

VFX·콘텐츠 제작 전문기업 덱스터스튜디오는 서울의 봄에서 DI(디지털 색보정) 기술을 맡았고 자회사 라이브톤은 음향을 담당했다. /덱스터스튜디오
VFX·콘텐츠 제작 전문기업 덱스터스튜디오는 '서울의 봄'에서 DI(디지털 색보정) 기술을 맡았고 자회사 라이브톤은 음향을 담당했다. /덱스터스튜디오

VFX·콘텐츠 제작 전문기업 덱스터스튜디오는 '서울의 봄'에서 DI(디지털 색보정) 기술을 맡았고 자회사 라이브톤은 음향을 담당했다.

박 이사는 1979년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의 중요성에 집중하기 위해 컬러의 대조와 대비를 이루는 콘트라스트 기능을 사용했다. 전두광은 붉고 화려한 느낌을 주는 톤으로 이태신(정우성 분)은 상대적으로 색감의 임팩트가 적으면서 차가운 톤을 구축했다. 덕분에 두 사람의 대결 구도가 절정에 이를 때 더욱 입체감이 살아날 수 있었다.

이어 박 이사는 "이태신과 그 집단들이 등장할 때 실제 군복색이 다르더라도 화면에서 유사하게 느껴지도록 톤을 보정했고 전두광을 밀착마크 하는 노태건(박해준 분)은 그와 유사한 색감을 지녔다"며 "이렇게 대비되는 개인과 집단을 다른 분위기로 표현하며 각자의 가치 목표 지향점이 다르고 이를 따르는 집단들의 성향을 잘 나타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반적으로 아날로그 필름 효과를 내기 위해 질감을 조정하는 그레인을 부각해 관객들의 답답함을 유발했다. 박 이사는 "전두광이 위협적인 존재로서 은밀하게 방의 전등을 의도적으로 끄고 서로 간의 실루엣만 어렴풋이 비친다"며 "그가 뜻하는 바를 이루고자 어둠 속에서 타인들에게 말로써 의지를 전하는 데 이때가 그레인을 결정적으로 활용한 사례"라고 한밤중에 전두광 집에 군인들이 모여 작전을 도모하는 장면을 언급했다.

박 이사는 전두광은 붉고 화려한 느낌을 주는 톤으로 이태신은 상대적으로 색감의 임팩트가 적으면서 차가운 톤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덱스터스튜디오
박 이사는 "전두광은 붉고 화려한 느낌을 주는 톤으로 이태신은 상대적으로 색감의 임팩트가 적으면서 차가운 톤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덱스터스튜디오

최 대표는 하나회 무리의 위협적인 군화발부터 신사협정을 위한 통화 너머의 전두광의 묵직한 군화발과 이태신이 전두광을 대면하기 위해 철책 바리게이트를 뛰어넘는 비장한 군화발까지 군인들의 군화 발소리를 상황에 맞게 여러 사운드로 연출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이를 위해 최 대표는 폴리 아티스타라는 스태프가 직접 발소리를 내어 사운드를 녹음하는 '폴리 작업'을 통해 수많은 군화를 갖고 여러 장소를 직접 방문해 수차례 녹음을 거쳐 사운드 소스를 선별했다. 또한 그는 군용트럭 장갑차 탱크의 사운드도 디자인했다.

포병부대부터 시험 포 발사와 총장 납치를 위한 대치전 그리고 특전 사령관 체포의 총격전 등 군대의 여러 무기 및 장비에 시대적 사실과 영화적인 임팩트를 위한 사운드를 입혔다. 특히 실제로 군악대에서 군복무를 했다는 최 대표는 "당시 기억을 토대로 사운드 믹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서울의 봄'의 영상 배경 요소로 쓰이는 수많은 군인의 소리는 군중왈라를 녹음 및 편집해 전체적인 대사 사운드로 탄생했다. 사운드 믹싱을 하기 위한 소리 재료들은 2개월간의 작업 기간을 거쳐 만들어졌다. 이후 음악감독이 작곡하고 연주한 녹음 데이터를 전달받고 Dolby Atmos 적용을 위한 프리 믹싱과 파이널 믹싱까지 1개월을 더해 총 3개월간 완성시켰다.

확성기로 말하는 대사는 돌비 애트모스 극장에서 천정 스피커를 사용해 소리의 방향을 극대화했다. 또한 인물의 대사부터 군화발 소리와 총격전 등은 움직이는 과정에 따라 사운드 방향감을 최대한 극대화했다. 이를 설명한 최 대표는 "관객이 OTT에서 체감할 수 없는 시네마적 사운드를 제공했다"고 자신했다.

끝으로 박 이사는 '서울의 봄' 흥행에 관해 "산업의 위기에도 좋은 영화라면 결국 관객들을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영화인에게 따뜻한 봄날과 같은 희망의 메시지로 전해지길 바란다"고, 최 대표는 "OTT와 영화는 각각의 다른 영역이다. 같은 이유로 관객들이 극장을 찾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서울의 봄'의 흥행이 관객들에게 또 다른 체험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계속>

<관련 기사>

['서울의 봄'을 들여다봄①] 천만 향해 질주 중…영화계에 미친 영향은?

['서울의 봄'을 들여다봄②] "N차 관람한다면 이날"…약속의 12월 12일

['서울의 봄'을 들여다봄④] 정만식→정해인 "감사…근현대사에 관심 가져주시길"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