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규 3집 'Zip' 발매
"편안하지만 실험적인 앨범"
자이언티가 지난 6일 정규 3집 'Zip'을 발매했다. 자이언티는 총 10트랙에 보다 깊어진 삶에 대한 성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더블랙레이블 |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무려 5년 걸렸다. 그 사이 회사를 설립하고 싱글도 냈으며 '쇼미더머니10' 미션 곡 '회전목마'로 사랑을 받아 체감은 덜하지만 상당히 긴 기간이다. 오랜만에 앨범으로 돌아온 자이언티는 여전히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지만 동시에 실험적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이언티는 지난 6일 정규 3집 'Zip(집)'을 발매했다. 2018년 발매한 'ZZZ' 이후 5년 만의 앨범이다. 자이언티는 트리플 타이틀곡 'UNLOVE(언러브)'(prod. HONNE), '모르는 사람', 'V(Peace. 피스)'(feat. AKMU)를 포함한 총 10트랙에 보다 깊어진 삶에 대한 성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싱글은 2년 만, 앨범은 5년 만이에요. 오래 됐죠. 왜냐고 물으신다면 회사도 설립했고 바쁘게 지냈어요. 'Zip'이라는 제목은 제가 창작을 할 때 제목을 먼저 짓기도 하고 그릇이 좋아야 뭘 담을지 생각을 하는데 편안한 음악에 자전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공간적인 의미의 '집'과 여러 장르를 담은 압축파일이라는 '집'의 의미예요."
앨범은 소개서와 같은 'How To Use(하우 투 유즈)'로 시작해 영국 출신의 뮤지션 혼네가 프로듀싱한 'UNLOVE', 빈티지한 매력의 재즈 풍의 곡 '모르는 사람',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트럼펫 연주자 베니베넥 3세가 참여한 '내가 좋아하는 것들', 악뮤가 피처링으로 함께 한 시부야 케이 장르의 'V'가 전반부를 채운다.
후반부엔 자이언티의 나른한 보컬이 돋보이는 힙합 알앤비 'NOT FOR SALE(낫 포 세일)', 몽환적인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는 알앤비 '투명인간',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의 피아노 연주와 어우러진 보컬이 잔잔히 스며드는 발라드 '불 꺼진 방 안에서'(feat. 윤석철), 사랑스러운 느낌의 '돌고래', 보사노바 리듬의 소프트 알앤비 '해피엔딩'이 이어진다.
자이언티는 "가요는 재즈가 될 수 없다고 하더라. 이번 앨범도 재즈인데 알앤비로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더블랙레이블 |
이 앨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바로 재즈다. 베니베넥 3세와 윤석철 피처링도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특히 그 정체성을 짙게 드러낸다.
"재즈는 배운 자들만 할 수 있는 음악이고 쉽게 접근했다가 망신당하기 쉬운 음악이에요. 주변에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고 저도 재즈를 좋아하고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도하게 됐어요. 본능적으로 하는 거랑 알고 하는 것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주변 의견을 수용하면서 했고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어요."
아쉬운 것도 있다. 재즈 음악이 주를 이루는 앨범인데 재즈 앨범으로 등록할 수 없었던 것. 그는 "2017년 발표한 '눈'도 재즈인데 유통사에서 가요는 재즈가 될 수 없다고 하더라. 이번 앨범도 재즈인데 알앤비로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안하지만 실험적인 앨범"이라고 'Zip'을 요약했다"
"플레이리스트에서 곡을 삭제할 때 언러브 누르잖아요. 리셋 증후군이란 게 있더라고요. 새로운 세대의 청년들이 글 올리고 지우고 하는 것처럼 관계 정리도 무감각해졌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뮤지션으로서 앨범 나온 지 오래 되기도 했고 그 사이에 내 음악을 지워갔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런 연관성에서 만든 곡이에요."('UNLOVE')
"주제가 모르는 사람이에요.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어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이 사람을 과연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남에게 드러낼 수 없는 어두운 면이나 감정이 있고 사각지대가 있는데 그래서 모두가 모르는 사람이 아닐까. 외로운 사람을 위한 곡이에요."('모르는 사람')
타이틀곡 중 하나인 '모르는 사람'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도 과연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담은 곡이다. 뮤직비디오에 배우 최민식이 출연했다. 사진은 뮤직비디오 장면. /더블랙레이블 |
'모르는 사람'은 뮤직비디오에 배우 최민식이 출연했다. 자이언티는 "출연해 주셔서 정말 영광"이라고 말했다.
"배우 최민식을 모두가 아는데 더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없는 분이잖아요. 곡의 테마에 맞는 분이었고 의견도 많이 전달해 주셔서 빌드업해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어요. 개미가 한마리 나오는데 최민식 배우를 대변하는 작품 중 '올드보이'에서 연관성을 가져오고 싶었어요. 크레딧에 콤마(,)가 들어갔는데 그게 사실 개미예요.(웃음)"
"베니베넥 3세는 미국 뉴욕의 재즈 아티스트예요. 재즈 아티스트 친구가 얘기하기로는 살아있는 재즈 아티스트 중에 제일 대단한 분이라 하더라고요. DM을 보냈고 작업을 하게 됐어요. 재지한 곡인데 피처링을 해주셔서 근본이 더해진 재즈예요. 좋아하는 걸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분위기를 전하고자 했어요."('내가 좋아하는 것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때 브이를 하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 공통된 움직임과 자세는 뭐지?' 해서 담아뒀다가 만든 곡이에요."('V')
꼼꼼히 뜯어 보면 새로운 시도들을 느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듣기에 편안하다. 언제나 창의적 힘을 지닌 음악들을 발표했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의 감정을 다독여주고 보편적인 우리의 삶을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그의 음악 방향성은 이번 앨범에도 이어진다. 더불어 그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정규 앨범은 진정성 있는 뮤지션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에요. 해가 지나면서 고민이 많아져요. 5년 전 앨범 냈을 때 중학생이던 친구들이 이제 스물이에요. 저를 리브랜딩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 친구들에게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0에서 다시 시작해 1만 만들자는 생각이고 이 앨범으로 그 정도는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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