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타운, 26년 전이나 지금이나 음악이 명함[TF인터뷰]
입력: 2023.12.13 00:00 / 수정: 2023.12.13 00:00

25주년 베스트 앨범 'Back II Analog' 발매
"휴대폰 내려놓고 몸과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음악"


업타운이 원년 멤버이자 프로듀서 정연준을 주축으로 김보형(루시)와 객원 보컬 베이빌론(왼쪽부터) 그리고 미국 래퍼 로렌 에반스와 함꼐 13년 만에 돌아왔다. /티캐스크이엔티
업타운이 원년 멤버이자 프로듀서 정연준을 주축으로 김보형(루시)와 객원 보컬 베이빌론(왼쪽부터) 그리고 미국 래퍼 로렌 에반스와 함꼐 13년 만에 돌아왔다. /티캐스크이엔티

[더팩트 | 정병근 기자] 긴말 필요 없이 이름만으로 정체성을 보여주는 팀들이 있다. 업타운(UPT)이 그렇다. 팀 구성에 변화가 있었고 오랜 기간 활동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업타운이 들려준 음악의 본질이 사라진 건 아니다. 1997년 데뷔 때부터 팀을 이끌어 온 정연준은 "업타운의 정체성은 나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닌 음악 그 자체"라고 말했다.

업타운은 1997년 정규 1집 'Represent(리프레즌트)'로 데뷔했다. 정연준을 주축으로 카를로스와 스티브 그리고 타샤(윤미래)로 구성된 팀이었다. 그들이 강렬하게 드러낸 흑인 음악은 센세이셔널했고 타이틀곡 '다시 만나줘'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규 2집과 타이틀곡 '내안의 그대'로 연이어 보여준 업타운의 음악은 독보적이었다.

3집부터 우여곡절이 있었던 업타운은 2006년 윤미래의 자리를 제시카 H.O(제시)로 채워 정규 5집 'My Style(마이 스타일)'로 컴백했고 2009년과 2010년에도 앨범을 발매했지만 그 과정이 들쭉날쭐했다. 1,2집 때 보여준 임팩트만으로도 업타운의 존재감은 상당하고 13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심장과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런 업타운이 13년 만에 나왔다. 독보적 여성 아티스트로 평가 받는 윤미래를 비롯해 데뷔 멤버들을 발굴하고 업타운을 세상에 알린 프로듀서이자 멤버 정연준이 또 한 번 업타운을 꺼내든 것.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고 그 결과물은 지난 1일 발매한 25주년 기념 앨범 'Back II Analog(백 투 아날로그)'다.

정연준은 스피카로 활동했던 김보형(루시)을 멤버로 합류시켰고 객원 보컬로 베이빌론, 미국 래퍼 로렌 에반스와 함께 했다. 정연준은 왜 이들을 택했을까.

"이 음악은 어떤 목소리가 어울릴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소울 펑크 느낌을 더 내고 랩 비중을 줄이면서 보컬을 늘리고 싶었거든요.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워낙 많은데 분위기만 내는 게 아니라 힘있게 노래하면서 춤도 출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원석이 보형이었어요."

"저도 힙합보다 알앤비에 가까운데 동시에 펑키한 음악을 하는 가수가 우리나라에 많지 않아요. 베이빌론은 그런 가수였고 제 의도를 잘 파악해서 해줬어요. 여기에 랩 파트에 로렌 에반스가 있어야만 했고요. 다만 보형이는 계속 같이 하겠지만 어떤 곡을 하냐에 따라서 객원 멤버는 계속 달라질 수 있어요."

타이틀곡 Back to Analog는 기존 업타운 곡들보다 랩의 비중을 줄이고 보컬의 비중을 늘린 오리지널 펑키 곡이다. 정연준은 가상 악기나 디지털 사운드를 최대한 배제하고 오리지널 펑키 사운드의 질감을 세련되게 만들어냈다. 사진은 뮤직비디오 장면. /티캐스크이엔티
타이틀곡 'Back to Analog'는 기존 업타운 곡들보다 랩의 비중을 줄이고 보컬의 비중을 늘린 오리지널 펑키 곡이다. 정연준은 가상 악기나 디지털 사운드를 최대한 배제하고 오리지널 펑키 사운드의 질감을 세련되게 만들어냈다. 사진은 뮤직비디오 장면. /티캐스크이엔티

정연준은 업타운 히트곡들 중 완성도 높은 곡들을 위주로 리메이크 또는 리마스터를 통해 재탄생시켰다. 여기에 신곡이자 타이틀곡 'Back II Analog'를 더했다. 걸출한 두 보컬리스트와 존재감 있는 래퍼에 정연준의 프로듀싱이 만나 업타운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완성해냈다.

"사실 5집 'My Style'까지가 업타운의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럼 13년보다도 더 오랜만에 나온 거죠. 만드는 사람 말고 듣는 사람으로서 음악을 바라봤을 때 힙합이 난리가 나고 알앤비 하는 친구들도 많아지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이런 시대에서 '다시 만나줘' 때보다 더 옛날 음악 스타일로 나왔을 때 반응이 어떨지 너무 궁금했어요."(정연준)

'다시 만나줘'는 펑키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힙합이다. 새 앨범 타이틀곡 'Back to Analog'는 기존 업타운 곡들보다 랩의 비중을 줄이고 보컬의 비중을 늘린 오리지널 펑키 곡이다. 정연준은 가상 악기나 디지털 사운드를 최대한 배제하고 그간의 음악 노하우와 지식을 쏟아내 오리지널 펑키 사운드의 질감을 세련되게 만들어냈다.

"전 운 좋게도 20살 때부터 다녔지만 예전엔 녹음실 들어가기가 어려웠어요. 요샌 컴퓨터만 있으면 다 만들고 온라인으로 발표하니까 문턱이 낮아지다 아예 없어졌다. 그러니까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못하는 사람도 튜닝해서 폼잡고 그러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좋은 사운드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을가 거기에 중점을 뒀어요."(정연준)

정연준은 음악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완벽주의자다. 그는 본인을 "환자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소한 것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루시와 베이빌론도 혀를 내둘렀다.

"녹음하다가 울었어요. 이런 건 처음이에요. 디렉팅을 해주시면 느낌은 알겠는데 그게 어려워서 안 나오는 거예요. 될 때까지 녹음을 하고 결과물을 보니까 왜 그렇게까지 하시는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정말 미세한 차이를 정확하게 짚어주시고 그 미세한 차이로 곡이 달리지는 걸 알게 됐어요. 왜 존경받는 프로듀서인지 알겠더라고요."(루시)

"제가 녹음을 빨리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녹음이 도무지 끝나질 않는 거예요. 음절 사이의 밴딩과 발음, 호흡의 종류와 데시벨까지 섬세하게 디렉팅을 해주세요. 이렇게까지 하면 뭐가 다르긴 할까 하면서 녹음했는데 와 진짜 이렇게 하니까 아웃풋이 완전 다르더라고요.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아서 정말 좋게 나왔어요."(베이빌론)

정연준은 마음으로 공연을 즐기고 춤추고 그래야 되는데 요즘엔 휴대폰에 묶여있더라. 적어도 과거로 돌아가서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아날로그 음악을 위주로 앨범을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티캐스크이엔티
정연준은 "마음으로 공연을 즐기고 춤추고 그래야 되는데 요즘엔 휴대폰에 묶여있더라. 적어도 과거로 돌아가서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아날로그 음악을 위주로 앨범을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티캐스크이엔티

'정연준의 완벽주의'는 타이틀곡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기존 곡을 리마스터한 트랙들도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다. 음악을 오래 한 뮤지션들이 들었을 때 "이 정도면 밸런스가 잘 맞는다"고 할 정도의 완성도를 추구했다. 정연준은 "이 나이에 미숙한 음악을 만들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런데 사실 완성도 높은 사운드는 두 번째로 중점을 둔 부분이다. 첫 번째는 따로 있다. 바로 마음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이는 신곡만이 아니라 리메이크와 리마스터한 기존의 명곡들에도 반영된 생각이다.

"요즘 공연장을 가보면 휴대폰으로 찍느라 더 바빠요. 마음으로 공연을 즐기고 춤추고 그래야 되는데 휴대폰에 묶여있는 거죠. 적어도 과거로 돌아가서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아날로그 음악을 위주로 앨범을 내고 싶었어요. 휴대폰 보지 말고 손잡고 악수하고 껴안고 다같이 음악을 즐기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정연준)

이런 진정성 있는 음악이 바로 업타운의 정체성이다. "멤버에 국한한 정체성이 아니라 음악이 업타운"이라는 정연준의 자신감을 앨범에 빼곡히 스며들었다. "내가 음악을 시작한 뿌리가 업타운과 듀스 음악"이라는 베이빌론은 그 진정성에 힘을 보탰고 루시는 계속해서 함께 그 정체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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