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정' 진지희가 연기 경력 20년 만에 얻은 것들[TF인터뷰]
입력: 2023.12.09 00:00 / 수정: 2023.12.09 00:00

'완결정'으로 첫 성인 연 도전
"빵꾸똥꾸' 덕분에 이 자리 있을 수 있어"
"올해 연극·드라마·독립 등 목표한 바 이뤘다"


배우 진지희가 MBN 주말미니시리즈 완벽한 결혼의 정석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진지희는 한울금융그룹 회장의 손녀 한유라 역을 맡았다. /씨제스스튜디오
배우 진지희가 MBN 주말미니시리즈 '완벽한 결혼의 정석'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진지희는 한울금융그룹 회장의 손녀 한유라 역을 맡았다. /씨제스스튜디오

[더팩트 | 공미나 기자] 더 이상 "빵꾸똥꾸"를 외치던 어린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짧은 쇼트커트 머리에 한층 성숙한 비주얼, 발전한 연기력까지. 배우 진지희는 드라마 '완벽한 결혼의 정석'으로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 본격적인 발돋움을 시작했다.

진지희가 출연한 MBN 주말미니시리즈 '완벽한 결혼의 정석'(극본 임서라, 연출 오상원)은 가족에게 배신당한 후 과거로 돌아와 복수를 위해 계약 결혼을 제안한 여자 한이주(정유민 분)와 그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계약 결혼을 받아들인 남자 서도국(성훈 분)의 회귀 로맨스 복수극이다. 최고 시청률 2.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했고,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오늘의 대한민국 톱10 시리즈' 순위권에 드는 등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었다.

진지희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성인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성인 역할이라는 연기 하며 인지했다"며 "첫 성인 연기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촬영할 때 그저 캐릭터 자체에 몰두하려 했다. 다행히 주변에서 좋은 피드백이 많이 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웹소설이 원작인 '완벽한 결혼의 정석'은 파격적인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차별받던 입양 딸 한이주가 사고로 죽은 뒤 회귀해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회귀 전 남편 유세혁(오승윤 분)이 동생 한유라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가 하면, 회귀 후에는 서도국을 두고 한이주와 한유라가 다투기도 한다.

진지희는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언니 한이주(정유민 분)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갈등을 빚는다. /MBN 방송화면 캡처
진지희는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언니 한이주(정유민 분)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갈등을 빚는다. /MBN 방송화면 캡처

극 중 진지희가 연기한 한유라는 엄마 이정혜(이민영 분)가 이끄는 갤러리의 수석 갤러리스트로, 입양아 언니 한이주와 달리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캐릭터다. 그러나 좋아하는 남자 서도국을 한이주에게 뺏기고, 집안의 진짜 핏줄이 자신이 아닌 언니라는 것을 알게 되며 악행을 일삼는다.

진지희는 "유라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극 초반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점차 변화해간다.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려는 성장하는 면모도 있는 캐릭터"라고 애정을 담아 소개했다.

그는 감정의 폭이 큰 한유라 역을 제안받고 "연기적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말 하는 것보다 행동이나 표정으로 표현하는 게 더 많다. 그런 부분에 몰두해서 유라를 살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역할과 싱크로율을 묻자 진지희는 "어떻게 언니의 남자를 뺏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닮은 점을 찾기엔 유라가 이해가 갔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만 진지희는 "연기를 하며 유라로 살다보면 유라가 불쌍한 부분이 많다. 유라의 관점으로 보면 자기 뜻한 대로 되지 않은게 억울했을 수도 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거절당하면 상처가 클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진지희는 완벽한 결혼의 정석 속 한유라 캐릭터에 대해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성장하는 면모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씨제스스튜디오
진지희는 '완벽한 결혼의 정석' 속 한유라 캐릭터에 대해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성장하는 면모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씨제스스튜디오

진지희는 주요 남성 캐릭터인 서도국, 서정욱(강신효 분), 유세혁과 모두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진지희는 "쫑파티 때 유민 언니도 '네가 유일하게 세 남자를 다 만났다고'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세 남배우와 호흡에 대해 "각자 매력 있다. 성훈 오빠는 현장을 재밌게 만들어주는 분위기 메이커다. 신효 오빠는 친구처럼 장난을 친다. 세혁 오빠는 아역 때부터 봐와서 세 오빠 중에서는 연기하기 마음 편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연기가 어려웠던 장면으로는 한이주가 부친 한진웅(전노민 분)의 친딸이고, 자신이 가짜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10회 전체를 꼽았다. 진지희는 "이 회차에서 유라는 엄마의 거짓말에 충격을 받고 진짜 친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자신의 위치가 위협받는 걸 느낀다. 한 회에 모든 게 나오는데 유라의 감정변화를 시청자에게 잘 납득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양한 감정선 연결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고 말했다.

진지희는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가장 연기가 어려웠던 회차로 감정이 급격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10회를 꼽았다. /MBN 방송화면 캡처
진지희는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가장 연기가 어려웠던 회차로 감정이 급격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10회를 꼽았다. /MBN 방송화면 캡처

2003년 KBS 1TV '노란 손수건'으로 데뷔한 진지희는 '연애시대', '자명고', '해를 품은 달', '언니는 살아있다!' 등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지만 유독 악역을 맡을 때 큰 임팩트를 남겼다. 이에 진지희는 "잔잔하고 힐링되는 작품도 해보고 싶다. 그런 부분을 했을 때 다른 매력이 나오지 않을까.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마라만 먹어 봤으니 뜨뜻한 사골국물도 먹고 싶다"며 새로운 모습을 기대케 했다.

진지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은 여전히 여러 채널에서 재방송되고 있으며 유튜브나 숏폼 플랫폼에서도 꾸준히 인기다. 덕분에 '빵꾸똥꾸'라는 별명은 여전히 진지희를 따라다닌다. 진지희는 "그 캐릭터가 있어서 내가 이 자리에 있다"면서 "'빵꾸똥꾸'라는 이미지로 소비됐다기보다는 '죽을 때까지 나를 못 알아볼 사람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런 작품들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도 조금 더 디테일한 연기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진지희는 빵꾸똥꾸 캐릭터 덕분에 지금껏 연기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씨제스스튜디오
진지희는 "'빵꾸똥꾸' 캐릭터 덕분에 지금껏 연기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씨제스스튜디오

진지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주체성을 찾게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솔직하게 말하면 자의식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며 "그동안 아역으로 활동하며 배운 것들이 있지만 '내 생각이 들어간 행동을 했어나?'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조금 작품 하나하나 연기 할 때부터 자의식이 많이 들어갔다. 스스로도 성장한 드라마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20년 동안 배우로 살아오며 자의식이 부족했다니. 자세한 이야기를 묻자 진지희는 "20살 전까지는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며 "작품이 들어오면 하고, 끝나면 학교에 나가고 공부를 했다. 그러나 20살이 넘으며 연기를 꿈꾸는 또래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작품을 쉬고 학업에 몰두하면서 스스로 질문도 많이 했다. 그때부터 자의식이 들어오며 연기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연극에 도전하면서 연기 열정도 불타올랐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진지희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독립한 사실을 알렸다. 진지희는 "독립한 것도 자아를 찾아가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독립 후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스스로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연 초 진지희는 연극 '갈매기'에 출연하며 무대에도 섰다. '지붕뚫고 하이킥'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순재도 이 작품에 함께 했다. 진지희는 "이순재 선생님이 잘 컸다고 얘기해주셨다"면서 "선생님에게 의지하면서 작품을 했다. 갈매기는 워낙 선배님들이 많은 참여하는 작품이다. 후배로서 그런 연극에 참여하는 게 뜻깊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에게 연극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매개체"라고 덧붙였다.

진지희가 연기 경력 20년을 돌아보며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며 뿌듯해했다. /씨제스스튜디오
진지희가 연기 경력 20년을 돌아보며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며 뿌듯해했다. /씨제스스튜디오

최근 안방극장에는 진지희를 비롯해 이세영 김유정 박은빈 남지현 등 아역 출신들이 작품에서 활약 중이다. 진지희는 "아역 출신 배우분들이 한 작품의 메인 역할을 맡고 있으니 뿌듯하다. '아역은 아역에서 끝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다 같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아역이 좋은 베이스가 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고 뿌듯해했다.

'아역 배우 이미지를 이제는 탈피한 것 같냐'는 물음에 진지희는 "그 기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 중간인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이번 작품으로 많이 벗어난 것 같다. 제가 봐도 어렸을 때 얼굴이 제게서 잘 안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완벽한 결혼의 정석'을 마쳤으니 많은 분들이 '다양한 걸 시도할 수 있는 배우구나'라고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진지희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그는 "한 직종에 20년이라는 시간을 쏟았다. 그 자체로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어릴 땐 시간이 그냥 흘러갔을 수 있지만 중고등학생 때부터는 제 의지로 연기를 했다. 한 직업에 몰두해서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선택에 후회가 없게 하려고 더 노력 중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여러모로 2023년은 진지희에게 의미가 큰 한 해다. "꿈꿔온 것들을 올해 다 이뤘다"는 진지희는 "1월 1일부터 연극으로 시작하고, 독립도 하고, 독립한 모습을 예능에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나 혼자 산다'도 출연했다. 또 배우로서 작품도 하고 싶었는데 드라마도 찍었다. 이번 한 해는 후회가 없다.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냐'고 물으면 올해를 말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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