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쎈여자 강남순'서 세 모녀 히어로 펼쳐
"에미상 이후로 미래 궁금해져"
배우 이유미가 최근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로엔터테인먼트 |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흥행 가운데에는 배우 이유미가 존재했다. 그리고 올 하반기, 화제 중심을 TV로 옮겼다. 짧지만 강렬한 배우, 여리여리한 체구와 달리 반전매력을 가진 이유미는 이젠 '넷플릭스 요정'에서 '만인의 요정'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극본 백미경, 연출 김정식·이경식)은 선천적으로 놀라운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 강남순(이유미 분), 황금주(김정은 분), 길중간(김해숙)이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코믹범죄극이다. 'K-여성 히어로물'의 새 지평을 연 '힘쎈여자 도봉순' 이후 6년 만에 세계관을 확장해 돌아온 '힘쎈' 시리즈다.
이유미는 최근 강남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힘쎈여자 강남순'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얼굴에는 작품 속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카리스마와 원래 그가 가지고 있는 싱그러운 미소가 공존해 있었다.
"집에서 막방(마지막 방송)을 봤어요. 9개월 동안 찍은 드라마가 빠르게 끝나는 것 같아 너무 아쉽고 더 보고 싶고 섭섭하더라고요. 그런데 좋은 작품으로 잘 마무리한 것 같아 기분 좋게 보내줬어요. 초반엔 시청률을 확인했는데 너무 하는 것 같아 '일하는 거에 집중해야지' 하고 안 봤어요. 다 듣고 있긴 했어요. 주변에 좋은 에너지 드릴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했죠."
작품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모녀 히어로의 정의 구현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악당을 물리치는 순간들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10.4% 수도권 11.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유미가 생각하는 흥행 이유를 들어봤다.
"시원한 액션 등 볼거리가 있어서 많이 사랑해 주신 것 같아요. 대본을 읽고 귀여운 히어로 만화책을 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애니메이션 안에는 소소하지만 명확한 주제들이 존재하잖아요. 이 시나리오도 그랬어요. 히어로가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찾는 부분에서 악과 정의가 나누어져 있고 '히어로는 다 이겨낸다'는 투박함. 이게 사람들이 좋아한 부분인듯해요."
배우 이유미는 강남순이라는 역할을 통해 내면과 외면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바로엔터테인먼트 |
다른 히어로물과 가진 차이점을 논하라면 세 모녀의 주체적인 힘이다. 여기에 재력은 덤이다. 힘과 재력을 겸비하니 이겨낼 재간이 없다. 이유미 역시 여기서 오는 에너지를 짚었다. 또 러브라인을 만든 옹성우도 언급했다. 옹성우는 현재 군 복무 중이다.
"모녀 관계에서 힘이 좋다는 게 가장 첫 번째예요. 힘센 여자들이 나이대별로 있는 것이 새로운 시도고요. 그런 설정에서 오는 특별함이 있거든요. 딸처럼 '남순이구나~' 봐주시니 어느 순간 '엄마'라고 부르고 가족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옹성우와는) 카톡으로 잘 나온 신을 캡처하거나 웃긴걸 보내면서 주고받고 있어요. 잘 지내는 것 같더라고요."
이유미가 맡은 캐릭터 강남순은 다소 독특하다. 괴력을 가진 채 태어났고 한국말은 반말 밖에 못한다. 생각하는 것도 엉뚱하다. 그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선 '어린아이 같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웃어른에게 존댓말을 하는 건 기본이잖아요. 걱정이 됐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딸이 반말을 하는데 한 번도 기분 나빴던 적이 없대요. '악의 없는 반말은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는구나' 생각했어요. 순수한 느낌, 말의 맛을 살리고 몽골어를 하다 할머니에게 한국어를 배웠으니 특유의 말투를 가져왔어요. 사건들이 생기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 후반으로 갈수록 톤도 낮췄고요."
이유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아픈 사연이 있고 어두운 역할이 많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삶의 의지가 없었고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친구들 사이를 갈라놓는 빌런을 영화 '박화영'에서는 비행청소년을 연기했다. 이에 비해 강남순은 한없이 맑고 선하고 밝다. 이유미는 강남순을 통해 내·외적으로 성장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주변에서 밝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사건이 생겼을 때 오래 남지 않고 '그럴 수 있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회로들이 발전했어요. 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는지 몰랐는데 남아있더라고요. 안 좋은 영향은 아니고요. 딥한 캐릭터를 했을 땐 또 다른 성장이 있어요. 심도 있는 속마음을 고민하며 '나는 어떻게 할까?' 물어보며 내적 성장을 해요. '오징어 게임' 이후에는 외적 여유로움을 찾았달까요. 내적 성장과 더불어 다양한 경험을 하니 사람을 대할 때, 일할 때 여유로움이 생겼어요."
배우 이유미가 "'오징어 게임'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면 '힘쎈여자 강남순'은 저라는 사람의 성장에 대한 터닝포인트다"라고 밝혔다. /바로엔터테인먼트 |
성장은 도전으로 이어졌다. 이유미는 시나리오를 고를 때도 시도에 주안점을 둔다고 밝혔다. 그리고 강남순 같은 초능력이 있으면 생각한 순간이 많다고도 전했다.
"궁금한 게 많은 캐릭터를 보게 돼요. 궁금증이 생기는 순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강남순도 초인적으로 세게 태어난 이 친구의 마음이 너무 궁금했어요. '삶을 살면서 어떤 느낌일까?'를 생각했고 영상물로 확인했을 때 어떻게 보일지도 궁금했죠. 아직 안 해본 캐릭터가 많기 때문에 하나를 정할 순 없지만 전 또 궁금한 걸 선택할 것 같아요."
그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지난해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드라마 부문 여우게스트상을 받았다. 비영어권 드라마의 에미상 수상은 최초이며 이유미는 에미상을 수상한 첫 한국 배우가 됐다. 명예로운 상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클 터다.
"기분이 좋았고 실감도 잘 안 났어요. '무조건 행복해야 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집에서 혼자 시간을 가졌는데 '그동안 연기한 길이나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고민했어요. 부담되긴 하지만 한편으로 미래가 너무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무서우면서도 잘 견디기 위해 '나를 좀 더 탄탄하게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했고 그 안에서 '시청자들에게 보답이 될 수 있는 배우가 되자'라는 마음이 커졌죠."
2009년 데뷔해 단역부터 차근차근 밟아온 이유미의 성장과 도전은 계속된다. OTT로 시작한 인기지만 이젠 TV 주연으로서 입지도 다졌다.
"어릴 때부터 배우를 하다 보니 제자리에 있으면 못 버틸 것 같은 느낌이 커요. '어떤 작품을 하든 얻는 게 있어야 한다. 성장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어요. 새로운 시도와 성장이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덕분에 오랫동안 할 수 있고 재밌어요. 저는 성장에 여유로움이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조급한 마음이 있어야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이번엔 여유로운 마음으로 성장해 보자. 변환점이 된 것 같아요."
끝으로 '힘쎈여자 강남순'은 이유미 필모그래피에 어떤 '성장'으로 남을까.
"(작품을 통해) 많은 가능성을 배웠어요. 할 수 있는 연기의 틀을 넓히는 계기가 됐죠. 좋은 영향을 줬기 때문에 많이 밝아졌고 원래도 밝았지만 더 밝은 사람이 될 수 있으니 다양한 캐릭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저의 모든 작품이 대표작이에요. '오징어 게임'이 인생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라면 '강남순'은 저라는 사람의 성장에 대한 터닝포인트예요. 다양한 걸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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