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누구냐 넌③] '알바 모집'까지 하는데…예리한 창과 녹슨 방패
입력: 2023.11.29 00:00 / 수정: 2023.11.29 00:00

암표 문제 심각한데 처벌할 방법이 없어
"50년 전 만든 암표 법률부터 개정해야"


암표가 법의 사각지대에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임영웅과 아이유(왼쪽부터) 등 일부 가수들 측은 불법거래를 막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들을 하고 있다. /물고기뮤직, EDAM엔터
암표가 법의 사각지대에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임영웅과 아이유(왼쪽부터) 등 일부 가수들 측은 불법거래를 막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들을 하고 있다. /물고기뮤직, EDAM엔터

세계 팝의 중심인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 한국 가수의 이름이 매주 오르내리고 총 십만 관객이 넘는 규모의 월드투어도 비교적 흔해진(?) 요즘. 글로벌 K팝 시대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K팝 업계를 어둡게 하는 건 바로 '암표'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기가 많아질수록 불법거래가 더 판친다. '암표', 누구냐 넌?<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암표는 조직화되고 고도화됐다. 공연 업계 관계자들은 마약 판매 조직과 비슷하다고 입을 모은다. 윗선은 자동 반복 입력 프로그램 '매크로(Macro)'와 여러 아이디를 제공하고 중간에서 그걸 받아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실행을 시킨다. 성공하면 건당 몇만 원을 지급한다. 공연 현장에서 티켓을 건네주는 이들도 있다.

더이상 방치하면 안 될 정도로 암표가 만연해 있다. 그런데 이를 막을 법안은 딱히 없다. 일부 기획사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광범위한 암표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은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불법 거래 게시물이 수십 건 있었지만 지난 21일 오후 2시경 일제히 삭제됐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 물고기뮤직은 <더팩트>에 "불법 거래 관련해 조치를 취하고 있고 각 플랫폼에 강력하게 관리해 달라고 요청을 해놔서 팬 분들께서 발견 즉시 신고를 하면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계속 모니터링을 하면서 불법적인 암표 거래는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고 알렸다. 다각도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물고기뮤직은 또 다른 편법이 나올 것을 우려해 어떤 방법으로 불법 거래를 찾아내고 대처하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더불어 "암표를 구입하시지 말라고 팬 분들께 계속 안내하고 공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물고기뮤직은 콘서트 관련 보도자료마다 "콘서트 관련 예매 시작과 동시에 수백만 원 이상의 판매 공고를 내는 암표상들이 등장해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공연 문화와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기에 불법 거래로 간주되는 예매 건에 대해 사전 안내 없이 바로 취소시키겠다"며 불법 거래와 사기 피해에 주의와 당부를 거듭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에서 다른 콘서트들의 티켓은 그 어떤 제재 없이 불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은 소속사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기에 그나마 불법 거래 게시물이 사라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암표 판매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암표 근절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이하 음레협) 윤동환 회장은 <더팩트>에 "국내 플랫폼의 경우 신고를 하고 기획사에서 요청을 하면 불법 거래 올라온 게시물을 일괄 삭제 조치 하기도 한다. 그런데 해외 기반의 SNS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건 어떻게 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최근 팬콘서트를 앞두고 불법 티켓 거래를 신고한 팬에게 해당 티켓을 주는 일명 '암행어사 전형'을 도입해 화제가 됐다. 건강한 공연 문화를 위해 아티스트와 팬이 한마음으로 움직인다는점에서 의미는 있다. 다만 신고를 검증하기 위한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불법 거래를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SNS상에 대리티켓팅과 아이디옮기기 업자들부터 티켓 전달 아르바이트 모집 등 암표 판매를 위한 여러 꼼수들을 확인할 수 있다. /SNS 캡처
SNS상에 대리티켓팅과 아이디옮기기 업자들부터 티켓 전달 아르바이트 모집 등 암표 판매를 위한 여러 꼼수들을 확인할 수 있다. /SNS 캡처

결국은 제도가 뒷밤침돼야 하지만 관련 법률은 낡을대로 낡았다. 법률에서 암표는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 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이다. 무려 50여년 전 만들어진 그대로다.

해당 법률은 장소를 특정하기 때문에 온라인상이나 공연장 입구 외의 곳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건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조치라곤 기획사에서 티켓 예매를 취소하는 것 정도인데 그 티켓은 매크로로 확보한 수많은 티켓 중 일부에 불과하다.

업계의 지속적인 요구에 지난 3월 공연법 개정이 이뤄지긴 했다.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입장권 등을 부정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구매를 불법으로 정의하는 이 법은 내년 3월31일 시행된다. 그러나 매크로 사용을 입증하기란 무척 어렵다.

윤 회장은 "매크로 사용을 어떻게 입증하나. 티켓 팔았다고 갑자기 압수수색 할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물으며 "우선은 50년 전 만들어진 암표 법률 개정부터 필요하다. 지금은 공연장 입구에서 웃돈 받고 티켓을 넘겨야 암표다. 그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암표 법률 개정을 요청하는 청원을 제기했다.

암표로 몸살을 앓는 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블랙핑크가 지난 3월 대만에서 콘서트를 할 당시 암표 가격이 정가의 45배가량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에선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티켓이 고액의 암표로 거래돼 논란이 됐다. 해당 국가들은 곧바로 적극적인 조치에 나섰다.

대만은 암표를 판매하다가 걸리면 실제 판매 여부와 관계 없이 최대 50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암표는 액면가 또는 정가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재판매할 경우에 해당한다. 브라질은 암표를 거래할 경우 최대 4년의 징역형 및 티켓 가격의 100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암표를 막기 위한 법안이 총 7개나 발의되었으나 현재까지 5개가 계류된 상태다. 통과된 것 중 하나가 위에서 언급한 '매크로 방지법'이고 또 하나는 문체부장관이 공연 입장권·관람권의 부정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현실에 맞는 암표 규정 및 구체적인 처벌 방안 등은 없다.

윤동환 회장은 "명절 때 매크로를 사용한 업자들이 티켓을 싹쓸이해 난리가 나니까 이 티켓들을 바로 취소시키고 조속히 법을 만들었다. 그걸 보면 의지의 문제"라며 "티켓 정가보다 비싸면 암표로 규정하고 판매를 시도하면 처벌을 하는 법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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