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최우수작품상 비롯해 4관왕 영예
영화인들의 축제 제44회 청룡영화상이 화려한 밤을 수놓은 가운데, 30년을 지켜온 안방마님 김혜수와 아름다운 이별을 마쳤다. /KBS 방송화면 캡처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청룡영화상'이 30년을 지킨 청룡의 여인 배우 김혜수를 예우했다. 아름다운 이별을 장식한 가운데 김혜수가 출연한 영화 '밀수'는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했다.
제44회 청룡영화상이 24일 밤 여의도 KBS홀에서 개최됐다. 김혜수와 유연석이 시상식 MC로 진행 호흡을 맞췄다.
이번 청룡영화제가 더욱 관심을 받은 건 김혜수의 이별 때문이었다. 김혜수는 1993년 제14회부터 청룡영화제부터 1998년 제19회(진행 심혜진)를 제외하고 한 해도 빠짐없이 안방을 지켜왔다. 올해까지 총 30회라는 '최장 MC'의 기록까지 세운 김혜수였다. 다만 그는 30주년인 올해를 끝으로 MC를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청룡영화제도 배우들도 김혜수를 떠나보내며 예우를 갖췄다. 함께 진행을 맡은 유연석은 이날 "청룡의 여신 김혜수 선배님께서 청룡을 이끌어 온 지 30년이 되는 날이다. 선배님과 함께 이 순간을 이끌어 나갈 수 있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우성은 영화인들을 대표해 김혜수의 고별무대에 올랐다. 그는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러우면서도 슬픈 마음이 크다"며 "김혜수를 떠나보내는 건 오랜 연인을 떠나보내는 심정 같다. 청룡의 여인 김혜수에게 보내는 영화인의 연설을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청룡영화상을 이끌어 온 김혜수라는 단어를 어떻게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김혜수가 영화인들에게 줬던 응원, 영화인들이 김혜수를 통해 얻었던 위로, 영화를 향한 김혜수의 뜨거운 지지가 있었기에 지금의 청룡영화상이 있었다"며 "청룡영화상이 곧 김혜수고 김혜수가 곧 청룡영화상인 시간이었다. 영원한 청룡의 여인 김혜수에게 이 트로피를 전한다"고 말해 모두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30년이라는 긴 여정을 마무리한 김혜수 역시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우리 영화의 동향을 알고 지향점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청룡영화상과 인연이 무려 30회 햇수로는 31년이나 됐다"며 "한 편 한 편 너무 소중한 우리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 자리가 내게도 배우로서 성장을 확인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로 자리 잡았다"고 돌이켰다.
이어 "배우 김혜수의 서사에 청룡영화상이 함께했음에 감사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도 청룡영화상이 많은 이들과 함께 영화를 나누고 많은 이를 사랑하는 시상식으로 존재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청룡영화상의 진행자가 아닌 나도 조금은 낯설다. 연말이면 갖던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고 22세 이후 처음으로 시상식 없는 연말을 맞이할 김혜수도 따뜻하게 바라봐 주길 바란다"며 "1993년부터 지금까지 늘 나와 함께했던 청룡영화상,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유의미했고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배우 김혜수가 30년 지켜온 청룡영화상 MC를 내려놨다. /뉴시스 |
이날 최우수작품상은 '밀수'가 차지했다. 작품은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렸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해 극강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이에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출연진들은 서로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밀수'는 이를 비롯해 4관왕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출연배우인 조인성은 남우조연상, 고민시는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이에 조인성은 수상 후 "누구보다 기뻐해 줄 김혜수 선배님과 뜨거운 포옹을 하고 싶다"며 긴 소감 대신 김혜수를 치켜세웠다.
고민시 역시 "혜수 선배님의 청룡영화제 30주년 되는 소중하고 빛나는 날, 평생 한 번 받을 수 있다는 신인여우상을 내가 수상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밀수' 속 옥분이가 춘자 언니를 롤모델로 선택했던 것처럼 나 또한 선배님이 닦아놓으신 길을 잘 따라갈 수 있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혀 뭉클함을 안겼다.
주연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과 '잠' 정유미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 역시 수상소감과 함께 김혜수를 향한 경외심을 드러냈다. 정유미는 "내게 영원한 미스김 선배님 김혜수 선배님. 10년 전에 선배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아직까지 배우 일을 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너무 수고했고, 언제 어디서든 항상 아름답게 계셔주길 응원한다. 선배님과 이 상 함께 나누겠다"고 전했다.
독립영화 등 실력 있는 신진 감독들의 선전이 돋보이는 한 해이기도 했다. 이에 '올빼미' 안태진 감독은 신인감독상을 당당히 차지했다. 무대에 오른 그는 "세상엔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역사에 기록된 것, 기록되지 않은 것의 간극으로 담아내려 노력했다"는 뜻깊은 말을 전하기도 했다.
끝으로 '청룡의 여인' 김혜수는 공로상 격인 트로피를 받으며 영화인들의 축제 44회 청룡영화상은 막을 내렸다.
다음은 제44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명단
▲최우수작품상='밀수'
▲감독상=엄태화콘크리트 유토피아)
▲남우주연상=이병헌 '콘크리트 유토피아'
▲여우주연상=정유미 '잠'▲남우조연상=조인성 '밀수'
▲여우조연상=전여빈 '거미집'
▲신인남우상=홍사빈 '화란'
▲신인여우상=고민시 '밀수'
▲청정원 인기스타상=송중기 조인성 김선호 박보영
▲신인감독상=안태진 '올빼미'
▲최다관객상='범죄도시3'
▲음악상=장기하 '밀수'
▲편집상=김선민 '올빼미'
▲기술상=진종현 '더 문'
▲촬영조명상=김태경 홍승철 '올빼미'
▲미술상=정이진 '거미집'
▲각본상=정주리 '다음 소희'
▲청정원 단편영화상=유재인 '과화만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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