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양세종이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전역 후 첫 작품, 그것도 4년 만의 복귀작이었다. 공백이 길었던 배우 양세종의 작품 활동 소식은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작품을 가장 먼저 선보일지 관심을 모았던 가운데, 양세종은 '이두나!'와의 동행을 선택했다. 이유는 너무나도 양세종스러웠다. '이두나!'의 순수한 청년을 만나게 한 양세종의 순수한 선택이었다.

양세종은 지난달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극본 장유하, 연출 이정효)를 통해 4년 만에 작품 활동으로 복귀했다. 작품은 평범한 대학생 이원준(양세종 분)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K팝 아이돌 시절을 뒤로 하고 은퇴한 이두나(수지 분)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양세종은 아이돌이었던 이두나와 사랑에 빠지는 평범한 대학생 이원준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양세종은 <더팩트>와 만나 "주변 지인들도 그렇고 대중도 작품을 반복적으로 봐주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 감사했다. 나 또한 이미 두 번째 정주행하고 왔다. 처음에는 두나의 관점으로 봤다가, 두 번째는 원준이의 관점으로 보니 다르더라. 특히 두 번째 때는 울컥하지 않아도 되는 장면에서 두나를 보기만 해도 울컥하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럴 만도 한 게 사실 '이두나!'는 양세종의 복귀작으로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지난 2020년 5월 입대한 양세종은 무려 4년이나 공백기를 가졌기에 '이두나!'를 통해 많은 반가움을 자아냈다.

사실 배우에게 '복귀작'이 주는 의미는 강렬하다. 때문에 양세종이 '복귀작'으로 '이두나!'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양세종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제안받았던 작품 중 심장이 가장 뛰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두나!'는 군대에 있을 때 들어온 작품은 아니에요. 실제로 전역하기 전부터 여러 작품이 들어왔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심장이 뛰고 좋은 떨림을 받았던 작품이 '이두나!'였어요.. 조금 더 나아가면 이원준이라는 20대의 순수한 청년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외적인 부분은 나이가 들수록 바뀌는 부분이고, 그때 당시 느꼈던 정서도 변하고 있잖아요. 더 늦기 전에 원준이를 마지막으로 순수한 청년을 잘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배우 양세종이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이두나!'는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수지가 주인공 이두나 역할을 맡으며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수지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양세종은 "너무 좋았다"며 "사실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양세종은 세금 더 내라'라는 반응이다.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양세종에 따르면, 눈만 봐도 좋았단다. 그는 "리허설부터 촬영까지 모든 순간들이 행복했다.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묘한 감정들까지도 나와 수지, 감독님까지 모두 놓치지 않았다. 그런 순간들이 생길 때마다 '우리가 호흡이 좋구나'라고 새삼 느꼈다"고 전했다.

"처음 수지를 본 건 시상식이었어요. 당시 수지가 MC였거든요. 저를 비롯해서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수지가 등장하자 탄성을 내뱉었던 기억이 떠올라요. 막상 실제로 촬영하면서 지내는데 털털하고 착한 친구라는 걸 느꼈어요. 또 현장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함께하는 작업 자체가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에요."

양세종은 극 중 인물 이원준을 언급할 때면 '순수함'을 강조했다. 실제로도 원준의 순수함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단다. 그는 "'순수성을 표현하기 위해 세종이 네가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매일 던졌다. 답은 결국 한 가지였다. 어떻게 연기하든 진실되게 솔직한 마음으로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두나!'는 확실하게 해피, 새드로 나눌 수 없이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다. 때문에 여운이 남는다는 평도 많았다. 앞서 수지는 결말을 두고 "각자의 세상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세종은 달랐다. 그는 "어딘가에서 두나와 원준이가 다시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해피엔딩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배우 양세종이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를 복귀작으로 선택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넷플릭스

사실 양세종은 이원준에게 누구보다 몰입한 상태였다. 실제로도 인터뷰 오는 길 OST만 듣고도 눈물을 흘렸다는 그날 이날 원준이의 힘들었던 장면을 떠올리면서도 울컥했다. 그는 "원준이가 가장 힘들고 감정이 폭발했던 장면이 있다. 한정식집에서 시작해 지하철 장면이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울컥한다. 나는 괜찮다고 하지만, 많은 현실을 깨닫고 그러면서도 두나에 대한 미움보다는 걱정이 더 큰 원준이었다"고 돌이켰다.

"아직도 여운이 남아요. 사실 촬영은 올해 2월에 마무리됐어요. '이두나!' 홍보를 시작하면서 저도 9월부터 다시 대본을 보게 됐죠. 원준이를 떠나보냈다가 기억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대본을 통해 잠깐 다시 불러오게 된 셈이에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원준이가 된 것 같아요.(웃음)"

극 중 원준은 두나에게 화를 낼 때도 다정한 말투와 목소리를 잃지 않는다. 과연 이 모습이 양세종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일지 원준의 캐릭터 해석에서 나온 장면일지 궁금했다. 이에 양세종은 "실제 세종이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해 한 차례 더 웃음을 안겼다. 그는 "내가 원래 화를 참는 편은 아니었다. 다만 요새는 복싱을 해서 그런지 화나는 일이 생겨도 진짜 많이 참는다. 그럼에도 화를 냈을 때를 떠올리면 원준이처럼 하지 않는다. 흥분해서 상대방에게 소리를 지르진 않지만, 가라앉은 목소리를 한 채 논리적으로 다 말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사랑의 온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등 '이두나!' 외에도 순수한 청년을 연기했던 양세종은 군대를 기점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단다. 때문에 순수한 역할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그였다. 양세종은 "어쩔 수 없다. 나도 내 평소 모습을 보지 않나. 내가 생각해도 20대 초반의 순수한 역할은 원준이가 마지막인 것 같다.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군대는 배우 양세종이 아닌 인간 양세종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너무 축복받았던 것 중 하나가 생활관 동기들이 모두 착했다는 점이에요. 성향만 조금 다를 뿐이지만.(웃음)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면서 감사함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마음의 여유도 생겼죠. 그러다 보니 시각도 달라지더라고요. 지금은 주어진 하루들을 행복하고 감사하게 살고 싶어요."

배우 양세종이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를 시작으로 앞으로의 행보에 관해 귀띔했다. /넷플릭스

양세종의 답변을 듣다 보니 문득 그의 과거 중 하나가 생각났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소소하게 화제를 모은 '단순무식 세종이'라는 자기소개였다. 이를 언급하자 양세종은 탄식과 함께 "정말 지우고 싶은 과거"라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내 그는 "지금 다시 수식어를 만들 수 있다면, 생각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로우띵킹(low thinking) 세종이'로 하고 싶다"고 전했다.

20대 순수 청년과 작별한 양세종이다. 그런 그가 앞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일까. 양세종은 "더 좋은 연기를 계속 보여드려야 하지 않겠나. 시간이 흐를 수록 초심 잃지 않고 배역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여기서 확실하게 하고 싶은 건 20대 청년 역을 아예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멜로에 한정된 순수한 청년 역은 아니라는 거다. 연쇄살인마나 사이코패스라면 언제든 20대 청년을 할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언젠가 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어요. 모든 장르는 열어두겠지만, 이번에 멜로는 했으니까(웃음). 그렇다고 멜로를 아예 안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멜로 배제보다는 다른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을 것 같은 마음이 더 우선시 돼 작품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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