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이 메인으로 기획돼"
12일 밤 10시 25분에 첫 방송
이재현 PD와 개그맨 조수연, 김상미 CP, 김원효, 정범균, 김지영, 이수경, 홍현호, 신윤승, 정태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대한민국 코미디의 자존심 '개그콘서트'가 새 단장을 마쳤다. 수많은 유행어와 스타 희극인을 배출한 '개그콘서트'가 폐지라는 아픔을 딛고 새로운 2막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KBS2 새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김상미 CP, 연출 이재현) 제작발표회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별관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상미 CP, 이재현 PD를 비롯해 코미디언 김원효 정범균 정태호 김지영 조수연 홍현호 그리고 윤형빈이 참석했다.
'개콘'은 1999년 방송을 시작해 일요일 밤을 책임진 간판 개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20년 5월 KBS는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변신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며 무기한 휴식을 알렸다. 사실상 폐지였다.
이랬던 '개콘'이 더 강력해진 웃음으로 3년 반 만에 돌아온다. 앞서 kbs는 올 5월부터 무대에 설 크루를 공개 모집해왔다. 제11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폐막식에서 무대를 미리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신구의 조화를 이룬 색다른 공연들로 새로운 방송을 꾸몄다고 밝혀 기대감을 높였다.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김상미 CP는 "새로운 얼굴이 많다. 새로운 피를 수혈했다"고 말했다. 이날 MC를 맡은 윤형빈 역시 "KBS 레귤러 프로그램에 신인을 메인으로 하는 게 쉽지 않은데 과감하게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이재현 PD는 "추억될 수 있는 콘텐츠는 많지 않다. 앞으로 그렇게 만들어가는 게 차이점"이라고 답했다.
김원효는 "그동안 선배들이 주축이 되고 후배들이 작은 역할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오히려 선배들이 받쳐주는 역할을 하게 됐고 신인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며 "미흡해 보일 수 있지만 그것조차도 신인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같이 웃으며 신인들도 키워나갈 수 있는 개그가 되길 바란다. 또 개그맨을 꿈꾸는 다른 사람들도 준비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개그맨 김원효와 정태호, 정범균(왼쪽부터)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
이수경은 "중2부터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고 20년 만에 꿈을 이뤘다. 댓글을 보면 일요일 밤은 '개콘 음악을 들으며 마무리했다'는데 시그널 음악 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게 저한테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튜브 채널 '폭씨네'를 운영 중인 김지영은 "옛날에 다문화 캐릭터로 '개콘'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다. 그런데 다시 이 캐릭터로 불러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유튜브와 차이점에 대해 "유튜브는 수위가 더 높다. 아기를 낳고 싶어 하는 외국 며느리의 도발 등이 나오지만 '개콘'에서는 고부갈등에 집중하며 순한 맛이다"라고 전했다.
홍현호와 조수연은 각각 10년 차, 11년 차이지만 인지도는 신인에 가깝다. 홍현호는 "제 부족이라 생각한다"며 "제 기수에 유튜브 스타는 많은데 공개 코미디 개그맨 스타는 많이 없다. 공개 코미디만 해도 유명해질 수 있고 인지도를 얻을 수 있음을 같이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연 역시 "보여준 게 많이 없는 것 같아 공개 코미디에 대한 갈망이 있다. 이번 계기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제가 할 일이다"라고 다짐을 드러냈다.
신인들만 있는 건 아니다. 과거 굵직한 코너를 끌었던 선배들이 든든하게 뒤를 지키고 있다.
정범균은 "다시 지어진 무대를 보니 처음 섰을 때 설렘을 다시 받을 수 있어 기뻤다. 그때는 멋모르고 내 개그만 준비했다면 지금은 도움이 되는 사람의 역할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원효는 "이 공간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다. 웃기지만 울기도 하고 감동도 받고 오늘도 들어올 때 울컥했는데 지금은 자기 집처럼 편하다"며 "KBS에 원망도 했고 다시 불러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를 들은 정태호는 "저는 (개콘이) 다시 생길 거라 믿었고 KBS 원망도 하지 않았다. '개콘'이라는 무대에서 집도 사고 결혼도 했다"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이재현 PD와 김상미 CP, 개그맨 이수경, 홍현호, 정태호, 조수연, 김지영, 김원효, 정범균(왼쪽부터)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
콘텐츠 시장이 변화한 만큼 이날 주요 키워드는 유튜브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였다. 특히 다양한 개그 프로그램이 OTT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 CP는 '개콘'과 OTT, 유튜브와 차이점을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어색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주말 밤에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게 지금까지 없다. 유튜브, OTT는 부모 자식이 같이 보기 껄끄러운 19금이 있고 세대 간 단절이 생긴다"며 " MZ 밈이 나오면 물어볼 수 있고 또 나이 드신 분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개그를 오히려 자식들이 물어보면 세대갈등도 적어지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김원효는 "모든 장르 중 유독 개그만 다른 쪽과 평가하는 것 같다. 뉴스 시사 예능은 유튜브와 비교를 잘 안 하는 것 같은데"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쟁심이 생겨야 자극이 생기고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률 5% 이상이 나오면 자신이 운영하는 김밥을 관객들에게 제공하겠다고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PD는 "(과거에는) 비교할 장르가 '개콘'밖에 없으니 경주마처럼 달렸다. 지금은 OTT가 개그계에 또 다른 붐, 받아들일 수 있는 친구라 생각한다"며 "'폭씨네' 콘텐츠를 받아온 것처럼 식상함을 탈피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정범균은 "'개콘'을 보신 분들이 이곳에 오고 싶다를 느낄 수 있게끔 하겠다"고 다짐했으며 정태호는 "'개콘'은 (OTT와 다르게) 가입하지 않아도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웃기는 게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제작발표회는 3개의 코너 시연으로 시작됐다. 전교생이 2명인 유치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금쪽 유치원'과 필리핀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이야기 '니퉁의 인간극장' 그리고 적극적인 여자와 이상적인 남자의 소개팅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가 연달아 무대를 선보였다.
다시 돌아온 '개그콘서트'는 12일 밤 10시 25분에 첫 방송된다.
culture@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