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의 숨겨진 진실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25일 개봉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오픈 더 도어'는 과거 교민 사회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컨텐츠랩 비보 |
[더팩트|박지윤 기자] 장항준 감독이 예능에서 볼 수 없는 '본업 천재' 모먼트를 장착하고 돌아왔다. 6년 만에 정통 스릴러물을 들고 10월 극장가 문을 두들긴 그는 짧은 러닝 타임 안에 스토리와 구성을 촘촘하게 짜며 서늘한 미스터리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영화 '오픈 더 도어'다.
25일 스크린에 걸리는 '오픈 더 도어'(감독 장항준)는 미국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 이후 7년 비밀의 문을 열어버린 한 가족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로, 과거 교민 사회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오픈 더 도어'는 장항준 감독이 영화 '기억의 밤'(2017)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스릴러이자, ㈜컨텐츠랩 비보의 대표이자 방송인 송은이가 영화 제작자로 나선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서영주, 이순원, 김수진(위쪽 부터)은 72분이라는 다소 짧은 러닝타임에서 열연을 펼치며 간결하지만 강렬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컨텐츠랩 비보 |
작품은 한밤중 미국 뉴저지의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지극히 평범한 일상으로 시작된다. 치훈(서영주 분)은 매형 문석(이순원 분)의 집에 방문해 함께 술을 마시고, 추억을 꺼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치훈은 엄마(강애심 분)을 잃게 된 한인 세탁소 강도 살인 사건을 거론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갑자기 매형에게 "왜 자신의 누나를 때렸느냐"고 따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압박에 코너로 몰리던 문석의 입에서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얼어붙고, 치훈과 문석 사이에는 숨도 편히 쉬지 못할 극도의 긴장감만 가득하다. 그날의 진실과 마주한 두 사람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가운데, 첫 챕터의 문이 닫힌다.
'오픈 더 도어'는 방송인 송은이(왼쪽)가 영화 제작자로 처음 나서며 오랜 시간 우정을 이어온 장항준 감독과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컨텐츠랩 비보 |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오픈 더 도어'는 총 다섯 개의 챕터를 통해 차분하게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새로운 챕터의 문이 열릴 때마다 시간은 역순으로 흘러간다. 인물들의 서사와 감정이 켜켜이 쌓여가는 게 아니라, 서서히 벗겨지면서 인간의 욕망과 본질에 더 가까워져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물론 챕터1과 챕터2는 인물들 간의 대화가 주를 이루면서 비교적 속도감이 느린 탓에 다소 지루함이 느껴질 수 있지만, 이를 넘기고 나면 한 가족의 이면에 가려진 진실이 대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하게 한다. 무엇보다 마지막 챕터의 문은 결국 닫히지 않은 채 끝나면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결코 돌아갈 수 없는 머나먼 그리움의 시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여운을 남긴다.
'기억의 밤'으로 감독의 저력을 다시금 보여준 장항준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걸 들고 돌아왔다. 크게 한 방을 터뜨리는 반전이나 자극은 없지만 극의 전개를 역순으로 바꾸면서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재밌게 전달하고, 적절한 음악을 더해 작품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여기에 이순원과 서영주 그리고 김수진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활약을 펼친다.
다소 짧은 분량 속 다섯 개의 챕터는 연극적인 구성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익숙하게 봐왔던 영화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다양한 시도가 반갑기도 하다. 부담되는 티켓 가격 탓에 관객들이 극장을 예전만큼 찾고 있지 않아서 상업영화와 궤를 달리하는 '오픈 더 도어'에 얼마나 많은 발걸음이 향할지 모르겠다. 다만 한번 그 문을 열면 서서히 빠져드는, 작지만 알찬 영화가 등장했음은 분명하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72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