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욱, '도적'으로 발견한 새로운 얼굴 [TF인터뷰]
입력: 2023.10.09 00:00 / 수정: 2023.10.09 00:00

연이은 악역에 대한 부담 NO…누군가는 했어야 할 '이광일 役'으로 활약

배우 이현욱이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배우 이현욱이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도적'은 새로운 장르의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 배우도 있다. 보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배우 본인 또한 알지 못한 표정이었다. 덕분에 전 세계 시청자들이 알게 된 이현욱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지난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칼의 소리'(극본 한정훈, 연출 황준혁, 이하 '도적')는 1920년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모여든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 된 이들이 벌이는 액션 활극이다.

작품은 웨스턴 장르의 K-액션을 내세우며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렸다. 시대적인 배경과 장르적인 요소를 더한 '도적'은 촬영 기간만 10개월이 걸렸다. 이에 이현욱은 "10개월이란 촬영 기간이 짧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그만큼 기다리는 시간도 길었다. 아무래도 기다리는 건 더 길게 느껴지지 않나.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전 세계에 공개돼 감회가 새롭다. 많은 분들이 어떻게 봤을지 궁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CG까지 완성된 걸 보니 제가 예상한 것보다는 더 확장돼서 나온 기분이었어요. 어떤 작품이든 호불호는 있고 의견이 나뉘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많은 분들이 새로운 시도였다는 점에 주목해서 봐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배우 이현욱이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배우 이현욱이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극 중 이현욱은 이윤(김남길 분)이 모시던 도련님이자 최연소 일본군 소좌 이광일 역을 맡아 연기했다. 조선인이 일본 군장교가 된 이른바 친일파였다. 이광일은 같은 조선인 고문도 서슴지 않는 광일의 냉혈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남희신(서현 분)과 이윤에 대해서는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인물이다. 이현욱은 이러한 이광일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시대적 배경과 인물적 특성상 특히나 욕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출연에 앞서 망설여지진 않았을까 궁금했다. 이에 이현욱은 시대적 배경에 대한 걱정은 있었지만, 캐릭터에 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아무래도 처음에는 걱정이 됐다. 시대적 배경이 민감한 주제이다 보니 보기에 불편한 사람도 있을 거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문화와 정치를 별개로 생각해 주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분명 우리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도 분리해서 판단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친일파를 맡는 데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작품을 위해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역할이잖아요. 저 또한 배우로서 대작에 참여하는 경험에 의미를 뒀어요. 또한 이광일이라는 인물이 단순한 친일파가 아니라 당시 딜레마를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인 데다 복합적인 내면을 표현할 수 있었던 만큼 도전할 가치가 충분했죠. 선택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이유예요."

배우 이현욱이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에서 친일파 이광일 역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배우 이현욱이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에서 친일파 이광일 역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이현욱은 인터뷰 내내 이광일이란 인물이 단편적인 캐릭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 점에 초점을 맞추고 캐릭터를 구축했던 그였고, 촬영 현장에서도 세세한 행동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광일이란 인물을 미화하고 싶은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촬영을 준비하며 정말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이광일은 인간성이 결여된 사람인지, 아니면 무의식에 일말의 인간성이 존재하는 인물인지. 난 후자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친일파를 두둔하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여러 친일파가 존재할 거라 생각했다. 예를 들어 자연스럽게 친일로 흘러간 사람이 있는 반면 무언가의 목적을 위해 선택한 사람도 있었을 터다. 그런 관점에서 이광일은 자신이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바탕이 됐을 거라 여겼다. 그렇기에 100% 냉혈한은 아니고, 과거를 잊지 않고 순간적으로 망설일 때도 있는 모습 등을 표현하려고 했던 지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광일을 연기하기 위해 특히 신경 써서 준비했던 점도 정서적인 부분이었다. 여기에 자신이 싫어하는 목소리 톤까지 입혔다. 그는 "내가 듣기 싫어하는 데시벨의 말투가 있다. 자존심 부리면서 비아냥거리는 말투인데, 인간적으로도 배우로서 연기할 때도 안 좋아한다. 속은 안 그러면서 겉으로만 허세에 가득 차 애쓰는 말투 같아 싫어 한다. 하지만 '도적'에서는 이광일의 정서로 따지면 그 톤이 맞더라. 목소리도 더 낮게 멋있는 척하면서 할 수 있었지만, 캐릭터 특성상 싫어하는 톤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광일은 이윤과 복잡하고 감정적 서사가 있는 인물이다. 이에 이현욱은 "애증이 많았던 관계"라고 표현했다. 그는 "두 사람이 긴 시간을 보냈고, 그 기간은 애정이었고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광일에게 이윤은 남자가 봐도 멋있고 동경하고 닮고 싶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표현할 줄 모르기 때문에 섣부르게 티가 나진 않지만, 면천까지 시키며 친구 삼는 점 등 그가 얼마나 이윤에게 의지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그렇지만 이윤은 자꾸 자신의 곁을 떠나려고 하니 섭섭함에서 비롯된 자격지심, 열등감이 폭발했을 터다. 한 마디로 애정도 우정도 애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김남길의 K-웨스턴 액션을 내세우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신선한 장르에 도전한 작품, 이현욱은 처음 기획 방향을 들었을 때 어땠을까. 생각지도 못한 답이 나왔다. 그는 "'멋있겠네요' '새롭겠네요' 했다. 그렇지 않나. 나랑은 상관없었던 액션이었다. 남의 일 대하듯이 보고 평가했다. 사실 괜히 더 관심 가지면 내심 하고 싶을까 봐 더 그랬던 것도 있다"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이현욱이 연이은 악열을 연기한 점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넷플릭스
배우 이현욱이 연이은 악열을 연기한 점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넷플릭스

작품은 9회로 막을 내렸다. 결말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많았다. 때문에 시즌2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현욱 역시 시즌제가 된다면 더 많은 서사나 볼거리가 제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다만 확정은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김남길은 '서동요 기법'으로 시즌2에 대한 스포 아닌 스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소식을 귀띔하자 당황한 이현욱이었다. 이내 그는 "스포나 시즌2에 대한 확신은 남길 형이라서 가능하다. 내 위치에서는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 남길 형은 형이니까 가능한 것"이라고 명백한 선을 그어 다시 한번 웃음을 안겼다.

다수의 출연 작품에서 악역을 맡아온 이현욱이다. 이번 역시 악역으로서 새로운 매력을 하나 더 추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이어서 악역을 선보였던 만큼 연기 변신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기도 했다. 막상 이현욱은 악역으로서도 아직 보여줄 게 많단다.

그는 "사람들이 왜 매번 악역을 하냐고 묻는다. 그러나 스스로는 '이제 악역 그만하고 착한 역할도 해야지' 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럴 정도로 뭘 많이 보여드린 것도 아닌 것 같다"며 "악역마다 목적이 다 다르고, 그 모든 역할들이 다 내게는 도전이었다. '도적' 역시 이광일만의 목적이 다르니까 이를 차별화하면서 연기했다. 그 점을 봐준다면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현욱은 '도적'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단다. 그는 "이윤과 전투에서 총에 맞아 손가락이 날아가는 장면이 있다. 사실 난 당시 촬영 때 기억이 안 난다. 소리도 많이 지르고, 호흡도 짙게 내뱉다 보니 '화이트 아웃(주변의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는 현상)'이 왔었다. 때문에 당시 표정을 화면으로 처음 봤는데 '내가 저런 얼굴도 있었구나' 싶었다. 이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히 값진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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