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포스터 게재·원주시와 갈등...이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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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개봉한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 영화다. /(주)도호엔터테인먼트 |
[더팩트｜박지윤 기자] 영화가 마주한 현실과 작품의 이야기가 궤를 같이한다. 주인공들은 굳이 떠도는 괴담을 무시하고 치악산에 올라 화를 입고, 영화 제작사는 미숙한 대처로 원주시민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작품 안팎으로 논란과 의문만 가득 남긴 '치악산'이다.
예정대로 13일에 개봉한 '치악산'(감독 김선웅)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로, 1980년 18토막이 난 시신 10구가 잇따라 발견됐다는 치악산의 괴담을 소재로 한다.
민준(윤균상 분)과 그의 사촌 동생 현지(김예원 분) 그리고 산악자전거 동아리 멤버들은 라이딩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치악산으로 향한다. 극 중 치악산은 현지의 아버지가 실종됐고, 토막 살인 괴담이 떠도는 곳으로 그려진다. 이를 알고도 현지네 산장으로 향한 멤버들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폐건물을 들르고, 우연히 만난 할머니로부터 '거기 가면 다 죽어'라는 의미심장한 경고를 듣는다.
하지만 동아리 멤버들은 이를 무시하고 예정대로 치악산으로 향한다.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그날 밤, 누군가가 산장의 냉장고를 습격한 후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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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인한 포스터부터 원주시와 갈등까지, 개봉 전부터 여러 논란에 휩싸였던 '치악산'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도호엔터테인먼트 |
'치악산'은 개봉 전부터 시끄러웠다. 김선웅 감독이 '해외 영화제용'이라며 자신의 SNS에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포스터를 게재해 논란이 불거진 것. 이어 원주시는 지역의 대표적 관광자원인 국립공원 치악산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고, 제목 변경과 대사 삭제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제작사와 원주시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고, 결국 원주시는 치악산'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및 영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유무형의 손해배상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제작사는 "제목만 보면 오해할 수 있지만 영화 내용을 보면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닌 걸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예정된 시사를 강행했다.
논란으로 인해 좋은 작품이 묻힐지, 노이즈 마케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결과물이 탄생할지 언론과 대중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치악산'이 베일을 벗었다. 그리고 작품은 아쉽게도 후자에 더 가까운 감상평을 안겨줬다.
극초반부터 '치악산'에 대한 언급이 계속 나온다. 물론 괴담과 토막살인 등 부정적인 단어와 함께 말이다. 현실에서 논란과 얽혀있는 만큼, 그냥 흘려 넘길 수 있는 대사도 더 또렷하게 들리면서 치악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
전형적인 공포영화처럼 흘러가다가 괴담의 실체를 초자연적 현상과 결합 시키는데, 서사나 설명이 부족하니 호기심과 긴장감 둘도 잡지 못한다. 현지의 아버지가 찾던 괴담의 실체를 다시 좇던 동아리 멤버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고대 문명과 비행물체 등은 다소 엉뚱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MTB 스포츠가 가진 스릴이나 쾌감은 공포 영화의 장르적 특징과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 하나 잘 어우러지지 못하니 결국 '이럴 거면 왜 치악산을 갔을까'라는 의문만 든다. 치악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워주면서 작품의 재미는 잡지 못한 것. 그야말로 최악의 결과물이다. 마지막 단 한 컷으로 반전 장치나 괴담의 실체를 설명하려고 하는데, 관객석 곳곳에서 헛웃음까지 터져 나온다.
굳이 좋은 점을 꼽자면, 김예원의 연기다. 미지의 존재와 존재하는 사람들, 그 중간에 있는 캐릭터를 만난 그는 공허한 눈빛으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열연으로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법원이 원주시의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치악산'은 무사히 스크린에 걸리게 됐는데, 얼마나 많은 관객이 이를 찾을지는 미지수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85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