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5년 만의 정규 앨범 '도시의 속마음' 발매
가장 많은 시간 보내는 도시 속 '작은 소녀' 이야기
이진아가 13일 정규 3집 '도시의 속마음'을 발표했다. /안테나 |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2014년 SBS 'K팝스타4'에서 이진아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음색이 '굉장히' 독특했고 그가 선보인 자작곡에 담긴 이야기는 친근하면서도 독특했다. 최대한 자신을 포장해 드러내놓기 바쁜 개인 SNS 시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꺼내놓으니 친근하면서도 독특하게 느껴질 수밖에.
이후 9년이 지나 정규 3집 '도시의 속마음(Hearts of the City. 하츠 오브 더 시티)'을 발표한 이진아는 여전히 그대로다. 지난 세월 동안 내공이 쌓여 그의 음악이 더 단단해진 덕인지 가녀린 음색에 힘이 붙은 듯 싶었지만,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나오는 걸 풀어내자"는 마음으로 쓴 12개의 곡은 예나 지금이나 내 이야기, 나아가 우리의 이야기다.
이진아는 친숙하지만 무섭고, 거대하지만 동시에 공허한 도시의 내면을 세밀하게 관찰해내며 저마다의 서사를 지닌 채 이 곳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했다. 처음부터 도시라는 앨범의 큰 틀을 만든 건 아니다. 이진아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도시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 풀어내니 그 범주에 담겼을 뿐이다.
"도시를 주제로 곡을 만들진 않았어요. 한 곡 한 곡 만들었는데 도시와 연결이 됐어요. 제가 도시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서 그러 게 아닌가 싶어요. 여행을 좋아하긴 하지만 여행을 매일 갈 순 없고 도시에서 매일 사니까요. 산책을 하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게 건물과 불빛이고 거기서 영감을 받지 않았나 생각해요."
무려 5년여 만의 정규 앨범이다. 앨범 타이틀을 그럴싸하게 설명하고 수식할 표현들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도 있을 텐데 이진아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난 소소한 사람이고 어려운 걸 이해 못 하고 쉬운 걸 좋아한다. 그래서 쉬운 곡이 많이 나오고 쉽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어쩌면 가장 익숙한 도시를 떠나있어서 도시에 대한 감상이 더 크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슬럼프를 겪었다는 이진아는 얼마 전 유럽으로 두 달여간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푹 쉬면서 매일 공연장을 찾아 재즈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을 대하는 순수한 마음을 되찾았고 이후 서울로 돌아와 곡 작업에 매진해 이번 앨범이 탄생했다.
"제 자신을 푸시하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었어요. 자고 싶고 놀고 싶으면 자책하곤 했었어요.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고 그런 내 마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나를 더 사랑하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억지로 하는 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마음과 자연스러움으로 내 안에서 나오는 걸 풀어내려고 했어요."
이진아는 거대하지만 동시에 공허한 도시의 내면을 세밀하게 관찰해내며 저마다의 서사를 지닌 채 이 곳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안테나 |
솔직하고 투명한 성격인 이진아. 그의 음악도 투명하다. 더블 타이틀곡인 'Mystery Village(미스테리 빌리지)'와 '도시의 건물'에 대해 "듣는 분들이 저를 걱정 없는 사람처럼, 세상을 아름답게만 보는 사람처럼 생각할까봐 우려가 조금 됐다"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새롭게 포장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Mystery Village'는 욕망으로 가득 찬 어무의 세계를 무표정한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뜨거운 용기를 지난 작은 소녀의 이야기다. 눈과 귀가 먼 채 중요한 것을 잃고 살아가는 시대를 미스테리 빌리지로 표현했다. '작은 소녀야 난 너를 믿어/이 세상을 바꿀 작은 사람은 바로 너야' 등의 가사로 위로와 희망을 준다.
'도시의 건물'은 바쁜 현대 사회에 쫓기기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세상의 일들을 즐겁게 탐험하는 이야기다. '세상엔 다양하고 재밌는 일 수없이 넘쳐나고 또 생기고 없어지길 반복해/우리 상상한대로 만들고 싶은 걸 건축하자' 등의 가사로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워도 성숙하게 받아들이자는 용기를 전하고자 했다.
'도시의 건물'이 현실 속 도시라면 'Mystery Village'는 상상 속 도시다. 두 곡을 큰 축으로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고민('여행의 끝에서'), 오고가는 인연('진정한 친구'), 도시를 빛내는 작은 불빛들('City Lights'),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위로를 주는 말('말') 등 평소 자신이 느낀 생각과 감정의 조각들을 꺼내고 다듬어 12트랙을 완성했다.
그렇게 만든 앨범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뭘까. 이진아는 앨범 속 도시를 각자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도시, 'Mystery Village' 속 '작은 소녀'를 자신의 자아라고 생각하고 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느낀 걸 듣는 사람들도 같이 느낀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바랐다.
"옛날 일기장을 꺼내봤는데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진 않았더라고요. 열심히 해야지 자책하고 그런 것도 똑같고요.(웃음) 결심한 거 이룬 것도 있는데 못 이룬 것도 있는데 잘 살아온 거 같다고 토닥토닥해고 싶은 요즘이에요. 부담이나 그런 걸 내려놓고요. 그래도 앨범에 열심히 돈을 썼으니까 이제 열심히 일을 해야 할 거 같아요.(웃음)"
kafka@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