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오정세→정수정, 하나의 티켓으로 두 편의 영화 선사
김지운 감독과 배우 오정세, 임수정, 장영남, 박정수, 정수정, 전여빈, 송강호(왼쪽부터)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거미집'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
[더팩트|박지윤 기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신선한 영화의 등장이다.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다섯 번째 만남도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현장에는 김지운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이 참석해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특히 '거미집'은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가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에 이어 5번째 협업을 이룬 작품이자, 국내 개봉 전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의 메가폰을 잡은 김열 감독 역을 맡은 송강호는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반가운 영화의 등장"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서예원 인턴기자 |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은 가부장적인 집안과 헌신적인 현모양처, 그리고 순애보를 다뤘다면 결말을 바꾼 '거미집'은 여성의 욕망을 적극적이고 투쟁적으로 그려낸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극 중 김 감독은 뻔한 것을 뒤집는 인물이다. 자신의 세계를 뒤집으면서 새로운 걸 찾아내는 욕망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김지운 감독은 "지금 할 말은 아니지만, '거미집'이 잘 되면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을 장편으로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작품"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의 주인공이 감독인 만큼, 실제 김지운 감독의 가치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날 김지운 감독은 "김 감독의 대사는 제가 하던 말과 비슷하기도 하다"며 "예전에는 저도 혹독하게 고생을 시키는 감독으로 유명했었다. 하지만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엄청 고생해서 찍으면 그 에너지가 온전히 화면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배우 전여빈과 송강호(오른쪽)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거미집'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
송강호는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나올 거라는 집념 하에 재촬영을 감행하는 김열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이날 송강호는 영화 속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김 감독으로서 "개인적인 욕망과 욕심으로 결말을 재촬영하는데, 영화 속에서 바꾸려는 결말 자체도 굉장히 도발적이고 도전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송강호는 "영화 속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도 각자의 작은 욕망이 엮이고 점철된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욕망의 카르텔에서 허우적 되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상징하는 지독한 우화라고 생각한다"라며 "제가 영화 속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도, 제 마지막 표정도 다 정답이 없다. 보는 사람에 따라 결말에 대한 흡족함으로 읽을 수 있지만, 미진함일 수도 있다. 저도 볼 때마다 느낌이 달랐다. 지독한 메타포가 가득한 영화다. 그래서 관객들의 느낌도 다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송강호는 '거미집'의 참신함을 자신했다. 관객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한 그는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반가운 영화의 등장이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문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수정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서예원 인턴기자 |
임수정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로, 오정세는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로 분한다. 당시 작품을 찾아보면서 톤을 연구한 오정세는 "사실 처음에는 과장된 연기로만 느껴졌었다. 그런데 당시의 영화들을 계속 보다 보니까 톤만 과장될 뿐 진심이 있더라"고 회상했다.
전여빈은 신성필림의 후계자 신미도 역을, 정수정은 라이징스타 한유림 역을, 박정수는 영화 속 영화의 시어머니 역할이자 노장 배우 오여사 역을, 장영남은 제작사 백회장 역을 맡아 극에 활력을 더한다.
배우가 아닌 제작자의 입장으로 영화를 촬영한 전여빈은 "촬영 현장을 더 거시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이어 작품 속 작품에서 1970년대의 말투를 소화한 정수정은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감독님의 시범을 보고 확실하게 감을 찾았다. 현장에서 모두가 그렇게 연기하고, 그 당시 헤어와 메이크업을 하니 자연스럽게 톤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박정수는 "그동안 드라마를 많이 했었다. 거의 첫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정말 재밌는 작업 과정이었다"라며 "언제까지 연기 생활을 할지 모르겠지만, 영화에 더 힘을 쏟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우 장영남과 박정수, 정수정, 전여빈, 오정세, 임수정, 송강호, 김지운 감독(왼쪽부터)가 뭉친 '거미집'은 9월 27일 개봉한다. /서예원 인턴기자 |
그런가 하면 배우 정우성, 염혜란, 엄태구 등이 특별 출연해 극에 활력을 더한다.
이날 송강호는 다른 작품을 촬영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걸음에 달려와 열연을 펼치고 간 정우성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그는 "'밀정' 때 이병헌 씨가 그렇게 해줬다. 이제는 제가 신세를 갚아야 할 것 같다"고 약속했다.
코로나19로 한국 영화에 위기가 도래했을 때, 영화의 의미를 되새겼다는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은 현시대를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 시대의 풍자와 풍속을 재밌게 전달하고 싶었다. 당시 대중 예술 영화의 검열이 엄청난 억압 장치였는데 이를 극복하고 꿈을 실현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김지운 감독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작품을 관통한다고 밝혔다. 그는 "극 중 김 감독이 처해있는 상황을 확장한다면, 우리 인생도 모순과 불합리한 세계에 수도 없이 부딪힌다. 이를 이겨내고 꿈을 실현하는 게 작품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며 "또 영화를 만드는 집단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에피소드와 당시 시대상, 또 앙상블 코미디가 재밌는 장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한 장의 티켓으로 두 편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끝으로 전여빈은 "'거미집'은 영화 속 영화라는 매체 안에서 각자가 갖고 있는 크고 작은 욕망이 뒤엉키는 템포감 있는 작품이다. 이 리듬을 많이 즐겨달라"고, 오정세는 "티켓 한 장으로 두 편의 영화, 그리고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거미집'은 9월 2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