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삼포마을 입구 도로변에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
삼포, 황석영의 소설-이만희 감독 영화로도 익숙한 곳
포크가수로 출발한 강은철은 '강건너 저곳에' '그잃어버린 꿈' '그리움' '기도' '나룻배' '회전목마' '들꽃' '비에 젖은 편지' 등 주옥같은 노래를 많이 불렀다. /KBS '콘서트 7080'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유명 가요 속 제목과 가사에 등장하는 지명은 많다. 삼포(森浦)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소박한 해안마을이다. 포크 가수 강은철이 발표한 '삼포로 가는 길'이 히트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덕분에 지금은 창원의 관광 명소 중 하나가 됐다.
삼포는 또 소설가 황석영의 단편소설과 이만희 감독의 영화로도 익숙한 곳이다. 노래는 작곡가 이혜민이 넓은 바다를 향해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있는 동화 속 풍경같은 마을을 보고 반해 아름다운 가사를 만들고 곡을 썼다.
싱어송라이터 이혜민은 고등학생 시절인 1970년 후반 어느 여름 남해를 여행하며 한 해변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그는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소박한 마을 모습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췄고 동심을 생각하며 멜로디를 떠올렸다고 한다.
강은철은 가요계의 한 축을 이끌던 DJ 이종환 사단의 일원이었다. 79년부터 쉘부르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했고, 미국 포크듀엣 사이먼&가펑클의 노래로 유명세를 얻었다. /KBS '화요초대석' |
'바람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굽이굽이 산길 걷다 보면 한 발 두 발 한숨만 나오네/ 아 뜬 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님 소식 좀 전해 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강은철의 '삼포로 가는길' 가사)
이 곡은 고등학생의 눈에 비친 조용한 바닷가 풍경이 평화롭게 그려져 있다. 주옥같은 가사와 멜로디는 강은철의 목소리를 통해 빠르게 히트했다. '삼포로 가는 길'은 25년 뒤인 2008년 삼포마을 입구 도로변에 노래비가 세워졌다.
강은철은 1970∼1980년대 가요계의 한 축을 이끌던 DJ 이종환 사단의 일원이었다. 79년부터 쉘부르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했고, 미국 포크듀엣 사이먼&가펑클의 노래로 유명세를 얻었다.
덕분에 '한국의 폴 사이먼'이란 별칭을 갖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음악을 좋아했던 형님들이 어려서부터 폴 사이먼의 음악을 자주 들려주셨고, 중고등학교부터 아름다운 가사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강은철은 81년 '흩어진 마음'으로 정식 데뷔했다. '삼포로 가는길'은 팝송을 주로 부른 그에게 탐탁치 않았지만 제작자의 녹음강행으로 그의 인생곡이 됐다./팬카페 |
81년 '흩어진 마음'으로 정식 데뷔했다. 2집을 준비하던 중 제작자에게 '삼포로 가는 길'(83년)을 받고 처음엔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팝송을 주로 불러 전통가요 느낌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명 히트곡 중엔 가수의 의지와 다르게 운명적으로 인생길이 펼쳐지는 경우가 있다. 곡을 받고 맘에 들지 않아 다른 가수한테 기회가 넘어가는 일도 흔하다. 제작자의 녹음강행으로 '삼포로 가는 길'은 강은철의 인생곡이 됐다.
포크가수로 출발한 강은철은 '강건너 저곳에' '그잃어버린 꿈' '그리움' '기도' '나룻배' '회전목마' '들꽃' '사월의 여인' '흩어진 마음' '행복을 찾는 마음' '하늘을 향해' '비에 젖은 편지' 등 주옥같은 노래를 많이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