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온'→'범죄도시3'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
배우 박상원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친형 어깨너머로 본 대본은 신세계였다.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낀 뒤에는 형을 따라 예고에 가고 싶었다. 그렇게 걷게 된 배우의 길, 쉽지 않았고 앞으로도 많은 고난이 있을 터다. 그러나 박상원이라면 곧 기회를 만날 것이라 자신한다. 그만큼 성실함과 책임감을 갖춘 배우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박상원이라는 배우를 알게 됐다. 개성 있는 마스크와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 오디션도 곧 잘 합격하곤 한단다. 아직은 널리 알려진 배우는 아니지만, 그의 '가능성'을 높게 사는 관계자들의 귀띔이었다.
필모그래피를 찾아 보니 더 흥미로웠다. 다양한 연령대는 물론, 학생부터 건달, 일본 조직폭력배까지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한다. 작품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아 그 캐릭터'라며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만난 박상원은 대화를 좋아하는 배우였다.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전달하면서도 중간중간 너스레까지 더하는 센스까지 지녔다. 순간 오늘이 첫 인터뷰가 맞는지 새삼 물어보게 될 정도였다.
박상원은 주로 독립영화를 위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런온'으로 방송매체에 데뷔하게 됐다. "오디션을 봤다. 감독님이 임시완 역할과 이정하 역할을 줬다. 좀 더 귀엽게 할 수도 없냐고 하더라. 이미 태닝이 좀 돼 있었다. 더 귀여울 수 없어서 끝났구나 싶었는데 불러주셨다. 제작진 앞에서 연기를 했는데 그때 준 대본이 그 역할이었다. 연기를 했더니 작가님이 그 자리에서 소름돋았다며 함께하자고 했다. 취미가 뭐냐고 해서 화분키우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고양이 키운다고 했다. 고양이 사진을 서로 공유하고 했다. 분위기 좋게 끝났다. 박규덕이란 역할이 없는데, 감독님 친구 이름이라고 하면서 역할을 주고 싶었다고 하더라. 롤에 대한 부분도 분량도 많이 챙겨줬다"고 밝혔다.
배우 박상원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이후 체고에서 체대로 진학을 한다. 바로 '라켓소년단'에서 박해수의 아역을 맡게 됐다. 앞선 작품이 캐스팅에 영향을 미쳤던 걸까. 박상원은 "오디션장에 갔는데 어떻게 알고 왔냐고 하더라. 오디션을 불러서 왔다고 하더라. 나이대가 안 맞는다고 하더라. 중학생을 뽑는다고 해서. 오셨으니까 일단 봐라고 해서. 고향이 전주여서 실제로 사투리를 쓰진 않지만, 주변에서 하는 걸 들으니까 그렇게 했는데 흥미롭게 봐줬다. 이런 저런 캐릭터를 해보라고 하더라고 권유해서 유쾌하게 끝났다. 캐스팅이 안 되더라도 그 시간을 재밌게 끝냈다. 나중에 연락이 와서 특별출연으로 박해수가 나오는데 아역으로 출연하라는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징크스의 연인'에서는 돌연 조직폭력배로 변신한다. 박상원은 해당 캐릭터를 "이상한 애였다. 특이한 애"라고 표현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감독님이 미팅을 불러줬는데 대본을 많이 줬다. 다 읽어오라고 해서 준비해서 갔다"며 갑작스럽게 윤상호 감독의 성대모사를 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이 깡패의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더라. 내가 단역이었을 때부터 김동영 형이랑 얼굴이 튼 상황이었다. 전주에서 우연히 만났다"며 "그러다 파트너로 만나게 됐다. 그때 우리는 무게감이 아니고 진주에 있는 소규모 사채업자의 아방한 모습이 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무겁게하기보다는 조금 더 헤롱헤롱하게 했다. 나쁜 짓을 하지만 빈틈 많은 투박한 모습이었다. 감독님이 분량을 챙겨줘서 마지막까지 갔다. 원래 6부에서 칼을 맞고 죽는 거였는데, 12부작까지 살려줬다. 덕분에 슬비(서현 분)의 결혼식까지 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영화 '범죄도시3'에 관한 이야기도 빼먹을 수 없었다. 특히 박상원은 '히로시 옆에 있던 문신 많은 사람'으로 많은 궁금증을 자극했다. '범죄도시3' 역시 오디션을 통해 함께하게 됐다. "앞선 작품 '도적'에서 일본어를 했었어서 입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오디션 기회가 됐다. 자신 있는 게 있냐고 묻길래 바로 일본어를 보여드려도 되냐고 했다. 마약에 엄청 취해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가 들이닥쳤을 때 괴력을 발휘해야 하는 느낌을 표현해야 했다. 사실 결과적으로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불러줬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그 역할이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초반부에 그 역할이 제대로 담겨야 관객들이 신뢰도를 갖고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박상원은 체중 감량까지 하며 열정을 보였다. 그는 "그때가 여름이었다. 땀 빼는 걸 계속 했다. 오르막길 뛰어오르기 등. 운동하는 몸이 아니길 바랐다. 잔근육은 있찌만 마약을 많이 해서 근육질은 아니길 원했다. 탈수 증상이 있는 것처럼 살도 많이 없어야 했다. 그렇지만 액션을 할 때는 미세한 근육을 보여지길 원했다. 운동도 유산소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래도 '범죄도시'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거잖아요. 때문에 기대감을 갖고 하다 보니 지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작품 때문에도 태닝도 했는데 색다른 시도였죠."
배우 박상원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박상원은 고등학생부터 조폭, 일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소화했다. 튀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계속해서 다양한 작품에 들어가는 이유였다. 그 비결이 있었을까. 박상원은 자신의 '목소리'를 꼽았다. 그는 "친구들 만날 때는 하이톤일 때도 있다. 하지만 분위기를 잡아야 할 때는 무게감 있게 중저음을 사용할 줄 안다. 그때 연륜이 있어 보이는 건지 보이스 착시현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짧은 헤어스타일의 힘도 있겠지만 외모의 힘이 더 큰 것 같아요.(웃음) 한 작품을 찍은 뒤 머리를 길러야지 할 때쯤 자꾸 다른 작품을 들어가게 돼요. 어쩌다 보니 기를 수가 없게 된 상황이죠. 저라고 나올 때마다 민머리를 고수하고 싶진 않아요."
박상원의 연기 가치관은 확실했다. 그는 "대본을 많이 보려고 한다. 모든 정보와 상상력을 동원한다. 대본이 머릿속에 정확하게 있으면, 어느 일상에서든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이 난다. 안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지언정 그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생각하다 보면 그 아이디어를 주변에 이야기했을 때 그게 좋은 아이디어로 변모될 때가 있다. 내가 잠깐 생각한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들의 힘을 빌려서 캐릭터의 한 성격이 되기도 한다. 그 작업이 재밌다"고 전했다.
배우 박상원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박상원이 생각하는 본인은 어떤 배우일까. 박상원은 "배우라는 직업이 예술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엔지니어라고 생각하고 싶다. 현장에서 각자 파트가 있다면, 나는 연기 파트에서 일하는 사람이지 않나. 맡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준비된 입장에서 그 역할을 완수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신뢰도가 쌓이다 보면 믿고 맡기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요. 전 제가 완벽주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프로페셔널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진심이 있고, 저 자신을 위한 성의라고 생각해요. 대충하는 건 언젠가는 티가 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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