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청하고 무해한 로맨스로 웃음+감동 선사...15일 개봉
'달짝지근해: 7510'은 제과 연구원 치호와 긍정 마인드의 소유자 일영의 무해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마인드마크 |
[더팩트|박지윤 기자] 로맨스와 코미디가 기분 좋은 균형을 이룬다. 주인공의 심리를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복잡하게 쓰지 않아도 되고,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나올까 봐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재거나 따지지 않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두 남녀의 로맨스는 풋풋함과 편안함, 그리고 뭉클함까지 안겨준다. 영화 '달짝지근해'다.
오는 15일 스크린에 걸리는 '달짝지근해: 7510'(감독 이한, 이하 '달짝지근해')는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 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 분)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9시에 출근, 12시에 점심을 먹고 22시에 잠을 잔다. 정해진 일과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 MBTI 극 J(계획형)인 치호의 하루다. 제과 연구원인 그는 과자 개발을 이유로 과자만 먹다가 영양실조에 걸리는가 하면, 도박판을 전전하는 형 석호(차인표 분)의 빚까지 대신 갚아준다.
유해진은 치호 역을 맡아 데뷔 첫 코믹 로맨스에 도전했고, 김희선은 일영 역을 맡아 20년 만에 국내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마인드마크 |
대출심사회사 콜센터에서 일하는 일영은 대학생 딸을 둔 미혼모다. 자신에게 욕하는 진상 고객에게 "욕 발음이 정말 뛰어나세요"라고 말하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대출금 상환 독촉에 시달리는 형을 대신해 대부업체를 찾아온 치호를 본 일영은 그의 순수함에 반하고, 두 사람은 '카풀'이 아닌 '밥풀'(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로 발전한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치호와 일영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여느 연인과 다르지 않다. 또한 각기 다른 이유로 둘의 사랑을 막으려는 주변 인물들로 인해 위기도 겪는다. 이렇게 '달짝지근해'는 두 남녀의 로맨스가 전부다. 하지만 익숙한 이야기가 결코 평면적으로만 그려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찰떡같은 캐스팅과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다.
앞서 '달짝지근해'는 유해진의 데뷔 첫 코믹 로맨스로 관심을 모았다. 이한 감독은 "희로애락을 균형감 있게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그를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는데, 작품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유해진은 일영에게 서서히 스며들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는 순수한 치호의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그가 연기한 치호는 살면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어디에선가 살아 숨 쉬고 있을 것만 같다.
'달짝지근해: 7510'은 15일 개봉한다. /㈜마인드마크 |
유해진은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는 심장에 놀라며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는가 하면, 난생처음 겪은 이별의 아픔을 감당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며 누구나 겪어 봤을 풋풋한 첫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아직도 그가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얼굴이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화성으로 간 사나이'(2003) 이후 20년 만에 국내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친 김희선은 특유의 명랑함으로 사랑에 빠진 순수한 소녀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또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차진 욕을 내뱉으며 사이다까지 책임진다.
유해진과 김희선의 빛나는 '케미'와 이한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더해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탄생했다. 그동안 '완득이' '증인' 등 밝고 따뜻한 영화를 보여준 이한 감독은 저마다의 아픔을 가진 두 남녀의 로맨스를 유쾌하고 풋풋하게 그려내면서 감성을 툭 건드리는 진정성까지 놓치지 않았다.
차인표는 양아치로 변신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진선규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초고속 승진에 성공한 줄 아는 제과회사 사장 병훈으로 분해 자아도취에 빠진 인물을 능청스럽게 그려낸다. 한선화는 무엇이든 그냥 넘기지 않고 세상만사에 과몰입이 특기인 은숙 역을 맡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여기에 임시완, 고아성, 정우성 등 화려한 라인업의 카메오 출연은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 타임은 11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