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웰메이드? 'YES' 추천? 'NO' [TF씨네리뷰]
입력: 2023.08.13 00:00 / 수정: 2023.08.13 00:00

웰메이드 작품 인정·극장 관객들의 선택은 미지수…9일 개봉

엄태화 감독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9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됐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엄태화 감독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9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됐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빈틈없는 짜임새는 엄태화 감독이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잘 만든 영화라는 점은 확실하다. 다만 올여름 '재미'를 기대하고 극장가를 찾은 관객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9일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새롭게 각색해 탄생했다.

작품은 평온한 일상에서 갑작스럽게 대지진이 발생하고, 모든 것이 무너지며 시작된다. 순식간에 깨진 평화는 남은 사람들에게 막막함만을 안긴다. 그런 도중 홀로 우뚝 솟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철옹성처럼 단단히 자리 잡은 황궁아파트 103동, 좌절 속에 피어난 '유토피아' 같은 공간에 살아남은 자들이 몰리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자신들이 선택받았다고 생각하게 된 주민들과 안전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아파트로 대피한 외부 생존자들의 공생이 시작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 속에서 주민들은 식량과 식수 등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결국 '선택받지 못한' 외부인들을 몰아내기로 한다.

주민과 외부인들로 파가 나뉜 상황 속 영탁(이병헌 분)은 주민 대표가 된다. 얼떨결에 쓰게 된 감투가 낯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지닌 권력에 익숙해지고 자리가 주는 책임감에 사로잡힌다. 사태는 점점 극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그 속에서 인간의 적나라한 민낯이 드러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이병헌의 연기가 돋보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이병헌의 연기가 돋보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영화를 내세웠는데, 작품이 말하는 '재난'은 어쩌면 지진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재난이 된 인간 군상일지도 모른다. 명확한 선과 악은 없지만 다양한 인간성이 극악의 상황에서 충돌하며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엄태화 감독은 묵직한 이야기를 촘촘한 전개와 비주얼로 그려내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압도되게 만든다. 특히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아파트가 가진 의미를 적절히 이용하며 공감마저 이끈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섬세한 연출은 한 감독이 작품의 공개를 기다리며 얼마나 수정의 수정을 거듭했는지 알 수 있게끔 한다.

이병헌은 영탁이라는 무거운 캐릭터를 자신의 장기인 완급조절을 이용해 완벽하게 풀어냈다. '눈알 연기'라는 호평처럼 극 중 이병헌의 초반 눈빛과 후반 눈빛은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며 영탁 그 자체임을 입증한다. 이번에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이병헌이다.

새로운 시도에 도전한 건 박서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전면에서 극을 이끌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사건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박서준은 과하게 튀지도, 그렇다고 존재감을 너무 죽이지도 않으며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이용해 밸런스 조절에 성공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신념'을 보여주는 인물도 있으니 박보영의 명화다. 다만 극적인 감정을 드러낼 때 등 중간중간 박보영의 본래 모습이 튀어나와 자칫 몰입이 깨질 때도 있다.

잘 만든 영화인 건 확실한데, 추천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잘 만든 영화인 건 확실한데, 추천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묵직한 내용이지만 이를 섬세한 연출과 호연이 뒤받치니 말 그대로 '웰메이드 영화'가 탄생했다.

다만 제한된 공간, 그것도 아파트 안에 고립되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민낯을 보여주는 점 등은 앞서 방송됐던 tvN 드라마 '해피니스'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일까. 보는 내내 두 작품을 비교선상에 두고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건 두 작품 모두 동일하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흥미까지 유발하며 긴 시간 내내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해피니스'와 달리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다소 아쉽다.

엄태화 감독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차별점으로 '현실성'을 강조했다. 그 말처럼 현실적인 면에서 작품을 본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충분히 매력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의 또 다른 관점인 오락 면에서 보자면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재밌는 영화'라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블랙코미디를 내세웠지만, 흥미를 크게 자극하진 못한다. 때문에 다소 늘어지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뜨거운 여름날, 휴가 혹은 여가 생활을 즐기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볼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 1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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