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제작 중 '책임' 강조…사회에 묵직한 질문 던진 'D.P.' 시리즈
한준희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시즌제를 진행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면서도 또 하나의 숙제를 만난 기분이었다. 때문에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 안에서 치열한 고민을 하며 하고 싶던 묵직한 질문을 담은 한준희 감독이다.
한준희 감독은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2'(각본 김보통, 연출 한준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D.P.2'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시즌1 당시 신선한 소재와 묵직한 내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D.P.'는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이 확정됐고, 2년 만에 더 깊어지고 확장된 이야기로 돌아왔다.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기획을 했던 작품은 아니었던지라, 시즌2는 구성부터 고민이 깊어졌다. 한 감독은 "제작이 결정된 뒤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결과적으로는 보통의 시즌제가 아닌 한 작품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시즌1 마지막 회인 6회는 조석봉(조현철 분)이 스스로 총구를 겨누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한 감독은 "조석봉 사건을 겪은 주인공들 모두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시즌1은 현실적으로 답답할 수도 있고 무력해 보이는 식으로 끝을 맺었다. 그렇다면 시즌2에서는 한 발짝이라도 애쓰려고 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준희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
물론 쉽지는 않았다.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루더라도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 감독과 제작진은 특히 '책임감'을 강조했다. 한 감독은 "거창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책임'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우리의 태도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는 분들에 따라 우리 작품은 장르물일 수도 있고 드라마일 수도 있다. 다만 우리는 '책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또한 제작진들 모두가 이 에피소드나 소재를 사용했을 때 인물들에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질문을 많이 던졌다. 이 이야기를 왜 다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이야기했다"며 "이 소재를 다시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에피소드마다 나오는 소재는 취재도 많이 하고 정말 수많은 사건과 사고나 사례들을 찾아봤어요. 다만 준호와 호열이 만나야 하는 사람들, 만나서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을 먼저 생각했죠. 사건이 먼저이기보다는 인물이 먼저였던 셈이에요. 그리고 그 인물들에게 맞는 사연들로 준비해 나갔어요."
'D.P.' 시즌2는 김누리(문상훈 분) 일병의 총기 난사 사건을 시작으로 시즌1과 또 다른 여러 에피소드를 보여줬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준호열(안준호+한호열) 콤비'의 분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한 감독은 "준호와 호열이 모두 조석봉 사건을 겪지 않았나. 내가 좋아했던 선임이고, 내가 방관했던 후임이었다. 그런 인물의 안타까운 모습을 목격한 뒤 다시 아무렇지 않게 탈영병을 잡아낼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이게 오히려 더 영화 같지 않나. 두 사람 모두 앞선 일을 극복하기 위한 긴 시간이 필요했다. 내면의 어둠을 이겨내기 위해 애쓰면서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보니 두 사람의 '케미'가 줄어들었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준희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
앞서 시즌1에서 조현철 신승호 등의 발견으로 한준희 감독의 배우 기용은 시즌2에서도 기대를 모은 지점 중 하나였다. 이번에도 문상훈 정석용 배나라 최현욱 등의 활약이 빛났다. 매번 배우들의 새 얼굴을 발굴해 내는 비결이 있을까.
한준희 감독은 "인지도를 떠나서 캐릭터를 먼저 염두에 두고 가장 적합한 배우인지를 고민했다"며 "문상훈과 배나라 같은 경우는 정극 매체 경험은 없었다. 하지만 신선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표현할지, 그 모습이 어떻게 담길지 나 또한 궁금했다. 그래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D.P.' 시리즈를 비롯해 작품들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꼬집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는 한준희 감독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내가 무슨 사회 운동가도 아니고 그냥 영화 시리즈 만드는 사람"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어떤 소재를 사용할 때 최소한 그 지점에서 나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그다.
"'D.P.' 시즌2도 마찬가지예요. 무언가를 해보려고 몸부림치는 인물들이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흔적이라도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비록 결말이 해피엔딩이라곤 말하긴 그렇지만, 그럼에도 작은 것이라도 해낼 수 있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작품은 공개 3일 만에 공개 3일 만에 280만 뷰, 1천 50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글로벌 TOP10 TV 부문(비영어) 5위에 올랐다. 시즌1보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징병제라는 국가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한 감독 역시 "순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징병제가 아닌 국가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일 수 있어서 성적에 대한 기대는 안 했었다"면서도 "때문에 지금 성적만으로도 깜짝 놀랐다. 이렇게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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