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장소 변경 끝에 11일 상암 개최 확정
졸속 행정에 K팝 이용한다 비판도 나와
아이브, 뉴진스, NCT DREAM, 제로베이스원(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이 '잼버리 K팝 콘서트'에 출연한다. /더팩트 DB, 웨이크원 |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지금까지 이런 공연은 없었다. 수많은 불확실성과 논란을 거듭한 '잼버리 K팝 콘서트'가 공연 당일까지도 불안하다.
6일 전라북도 부안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날짜와 장소가 바뀌고, 또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가 변경됐다. 시일을 한참 앞두고 바뀌어도 말이 나올 사안들인데, 급한 불을 끄는 형태로 임박해서 바뀐 터라 잡음도 우려도 많았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출연 가수 라인업은 이틀 전인 9일에서야 나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공연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케이팝 슈퍼 라이브'(이하 '잼버리 K팝 콘서트')다. 심지어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인데 졸속 행정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팬들은 물론이고 업계에서는 우려가 쏟아지고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
'잼버리 K팝 콘서트'가 가시밭길을 걷게 된 건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비롯됐다. 부안 새만금이라는 장소부터 문제였는데 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더위가 이어지고 온열환자가 쏟아지면서 참가 학생들이 조기 퇴영하는 사태까지 벌어지자 결국 폭염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고자 '잼버리 K팝 콘서트'에 손댔다.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하면서 같은 날 개막하는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JUMF)은 물론이고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 개최를 일찌감치 예정했던 축구 FA컵 준결승과 같은 장소에서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K리그1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콘서트 전후로 무대 설치와 해체 그리고 잔디 상태를 고려해 연기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엔 잼버리 참가자들의 안전 문제,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인해 서울로 개최지를 바꿨다. 그렇다고 축구 경기를 되돌릴 순 없었다. 6일 전북과 K리그1 원정 경기를 치른 인천은 그대로 전주에 남아 FA컵 준결승전을 준비하다가 경기 연기 공문을 받고 7일 오후 인천으로 복귀한 터였기 때문이다.
잼버리가 준비 미흡으로 집중 포화를 맞고 '잼버리 K팝 콘서트' 날짜와 장소까지 바뀌면서 출연 가수 라인업이 다급해졌다. 정부가 여러 멤버들이 군복무 중인 방탄소년단을 출연시키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자 졸속 행정으로 인한 비판을 K팝 가수들을 내세워 진정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방탄소년단은 포함되지 않았고 뉴진스, NCT 드림, 있지(ITZY), 마마무, 더보이즈, 셔누&형원, 프로미스나인, 제로베이스원, 강다니엘, 권은비, 조유리, 피원하모니, 카드, 더뉴식스, ATBO, 싸이커스, 홀리뱅, 리베란테 등 모두 18개 팀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아이브가 전날 합류를 결정해 총 19팀이 됐다.
문제는 11일 같은 날 방송 예정이던 KBS2 '뮤직뱅크'가 사라졌다. '잼버리 K팝 콘서트'를 KBS를 통해 방송할 예정이었는데 같은 날로 겹치게 돼서다. 또 급하게 섭외를 해야 하다 보니 이미 '뮤직뱅크' 출연을 결정했던 가수들을 '잼버리 K팝 콘서트'에 끌어다 쓰려 한다는 의혹과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11일 '뮤직뱅크'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가수 라인업이 '잼버리 K팝 콘서트'로 거의 그대로 옮겨 왔고 공연 연출도 급하게 바뀌어서 '뮤직뱅크' 제작진이 맡는다. 그 전까지 '잼버리 K팝 콘서트'를 준비했던 연출자는 빠진 상황. 그렇다 보니 무대만 커진 '뮤직뱅크'라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잼버리 K팝 콘서트'에 출연하는 복수의 가수 매니저는 <더팩트>에 "'뮤직뱅크'에 출연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대만 커졌을 뿐 무대 관련한 소통도 그대로다"고 말했다.
'잼버리 K팝 콘서트'는 6일 새만금 야외무대(포스터)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 /KBS |
수많은 비판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날짜와 장소 그리고 라인업을 확정한 '잼버리 K팝 콘서트'는 그럼 성공적으로 개최될까.
당장 공연장 세팅부터 급한 상황이다. 보통 콘서트를 할 경우 일주일 정도 대관을 잡고 무대 설치와 좌석 배치 그리고 주변 상황 검토까지 꼼꼼하게 진행하는데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확정하고 발표한 게 공연 3일 전인 8일이다. 10일엔 폭우가 쏟아져 연출 리허설마저 취소됐다. 제대로 준비가 됐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10일 폭우로 인해 가수 리허설이 취소됐다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뮤직뱅크'처럼 애초에 공연 당일 아침부터 가수들의 리허설을 예정했다.
'뮤직뱅크' 제작진은 매주 여러 가수들의 무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비록 악조건이지만 출연진이 '뮤직뱅크'와 대동소이한 만큼 무대 연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동시에 '잼버리 K팝 콘서트'만의 차별점 없이 '뮤직뱅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무대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가수 라인업이 막강하다 보니 부작용도 있다. 공연장 출입을 위해 잼버리 단복을 구한다는 글들이 온라인상에 올라오는 것. 취지에 어긋나는 상황이지만, 주최 측이 이를 미연에 방지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 더불어 무대도 무대지만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11일도 비가 예고된 상황에서 관객들의 혼잡을 대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돌이켜 보면 예정대로 6일에 장소만 바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했어도 되지 않았겠냐는 의문이 든다. 저녁 시간에 공연을 하는데 무더위를 걱정하는 건 다소 지나친 걱정이다. 실제로 7~8월에도 많은 콘서트가 열린다. '잼버리'에 비판이 쏟아지자 지레 겁먹고 날짜와 장소를 바꿔 혼란만 가중했다. 전형적인 졸속 행정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어찌됐건 성공적으로 끝나길 응원할 수밖에 없다. 미흡한 준비와 개최로 세계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는 '잼버리' 여파가 최근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팝에까지 미친다면 큰 손실이다. 많은 이들이 '잼버리 K팝 콘서트'에 우려를 표하고 비판을 하는 것 역시 그런 마음에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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