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의 긍정적 기여에도 중견가수들은 '뒷전'
라이징 스타들, 각종 행사 섭외 독식 '몸값'도 이미 '역전'
트로트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등장한 라이징 스타들이 행사 섭외 1순위가 되면서 기성가수들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왼쪽부터 홍지윤 김다현 양지은 송가인. /생각엔터테인먼트, 더팩트 DB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저는 요즘 행사가 거의 없어요. 어쩌다 불러줘서 무대에 오를 때가 있어도 대부분 오디션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어요. 서바이벌을 거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은 라이징 스타들은 히트곡이 없어도 인기는 넘칩니다. 커버송만 불러도 열광해요. 분명 내 히트곡인데 원곡가수보다 더 박수를 받으면 기분이 묘하죠."
U는 히트곡이 있는 중간급 트로트 가수입니다.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대중이 인정할 만큼의 인기 사다리에 올라섰죠.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렵다지만 한번 히트 물꼬를 트고 대중적 인지도가 쌓이면서 무명시절에 냈던 곡들까지 덩달아 히트하며 사랑받았습니다. 새로 내놓는 곡들도 이전보다는 쉽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 트로트 라이징 스타들의 팬덤 열광에 '레전드급 관록이 무색'
고진감래, 그는 뒤늦게 '대중가수'로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지만 신이 나기는커녕 요즘 우울합니다. 불과 수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환경 때문이죠. 팬덤을 몰고다니는 오디션 출신 가수들이 행사장 주도권을 쥐면서 입지가 크게 좁아졌습니다. 그역시 라이징 후배들의 등장 이후 점점 내몰린다는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미스, 미스터트롯' '블타는 트롯맨' 등 트로트 붐을 일으킨 오디션 프로그램의 긍정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성가수들은 사실상 설 무대를 잃었습니다. 방송과 각종 행사 섭외를 후배들이 독식하면서부터인데요. 몸값도 이미 오래전에 역전했죠. 레전드급으로 불리는 특A급 가수들조차 수십년의 관록이 무색할 처지가 됐습니다.
'미스, 미스터트롯' '블타는 트롯맨' 등 트로트 붐을 일으킨 오디션 프로그램의 긍정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성가수들은 사실상 설 무대를 잃었다. 사진은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당시. /더팩트 DB |
◆ 인기가 우선시 되는 풍토 속에 선후배간 끈끈한 정도 메말라
'인기가 서열을 매긴다'는 말은 결국 모든 기준점이 '인기'로 평가되면서 생겨난 말인데요. 인기가 곧 돈이다 보니 몸값도 상승하기 마련이죠. 라이징 스타가수들이 행사장 메인 섭외대상이 된 뒤 대다수 기성가수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선후배 간 끈끈한 정이나 돈독함이 사라진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심지어 데뷔 무렵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도 소통이 단절돼 최소한의 인간미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인기만 얻는다면 누구한테든 겸손하고 배려하며 살겠다'는 마음은 묻힐 때가 많습니다. 팬덤 열기에 휩싸이면 초심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히트곡이 있어도 뒷전에 밀리는 기성가수들의 자괴감을 이해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