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달에 홀로 고립된 우주 대원 황선우 役
겸손함·여유 장착한 '만능캐'..."노래·연기,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파"
도경수가 영화 '더 문'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SM엔터테인먼트 |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누구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나 노래, 혹은 연예인을 마음 한편에 간직할 것이다. 내게 엑소가 그러했고, 바쁜 일상 속 만난 도경수는 '으르렁'을 듣던 학창 시절을 단숨에 떠올리게 했다. 또한 어린 시절 추억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억까지 만들어 주면서 과거의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안겨 줬다.
도경수는 지난 2일 개봉한 '더 문'(감독 김용화)에서 38.4만 km 너머 달에 홀로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작품이 첫선을 보인 지난달 25일, 황홀한 우주의 비주얼에 한 번, 도경수의 열연에 두 번 감탄했다.
그래서 더욱 그에게 궁금한 게 많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취재진이 적은 인터뷰 시간을 신청했다. 그리고 개봉 전날, 도경수를 만나기 위해 삼청동 인근 카페로 향했다. 서 있기만 해도 숨 막히는 날씨였지만, 인터뷰 장소로 가는 들뜬 발걸음을 숨길 수 없었다.
도경수는 38.4만 km 너머 우주에 홀로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 역을 맡아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었다. /CJ ENM |
4명의 취재진을 맞이한 도경수는 먼저 '더 문'을 본 소감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평소라면 직접 연기한 배우가 얼마나 영화를 새롭게 볼 수 있을까 싶지만, 그 작품이 '더 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품과 세트를 직접 제작하면서 현실감을 부여했으나 그 외에 상당 부분은 CG로 구현됐기 때문이다.
특히 도경수는 5~6줄의 특수 와이어를 매고 찍은 유영신이나 떨어지는 유성우를 피해서 달리는 장면 등이 스크린에 어떻게 담길지 궁금했다고. 완성본을 본 그는 "너무 재밌게 봤어요. 깜짝 놀라기도 했죠. 달에서 걷는 장면을 직접 찍었는데, CG처럼 느껴졌거든요. 감독님께 여쭤보니까 프레임을 덜어내고, 영상을 빨리 돌려서 완성했다고 하셨어요"라며 큰 눈을 반짝였다.
극 중 선우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우주에서 두 명의 대원을 잃고 홀로 남겨진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가지 않고, 예정대로 달에 착륙해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연기한 도경수는 우주 다큐와 훈련 영상을 보면서 관련 지식을 쌓았고, 직접 체험할 수 없는 부분은 상상력에 기댔다. 또 엑소 멤버로서 쌓은 경험치로 중력의 강도에 따라 달라지는 유려한 몸짓을 표현했다.
'하나를 정하면 끝까지 노력해서 해내는 점' 말고는 선우와 닮은 점이 없다는 그는 "고립을 표현하기 위해 검은 공간에 저를 넣어봤어요. 실제로 우주선이 생각보다 좁았고, 헬멧을 쓰니까 시야가 제한돼서 도움이 됐고요. 와이어 액션은 몸의 밸런스와 박자감 등이 필요했는데 그동안 안무를 외워 온 시간이 있으니까 합을 빠르게 습득했죠"라고 회상했다.
익숙한 여정보다 모험이 더 즐겁다는 도경수는 이번에도 도전을 택했다. 그리고 그는 홀로 달에 고립된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오로지 눈빛과 표정만으로 전달하며 120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이른바 '빅4'로 불리는 여름 텐트폴 대전에 참전한 도경수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한순간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도경수는 "'더 문'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SM엔터테인먼트 |
이날 작품에 관한 호평부터 열연을 향한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몸 둘 바를 모르던 도경수는 "칭찬을 들으면 그 누구라도 행복하죠"라고 환하게 웃어 보이면서도 "이번 작품에서 제가 잘했다고 느낀 건 움직임이에요. 늘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더 들죠"라고 겸손한 면모를 드러냈다.
'더 문'의 외피는 SF지만, 그 안에는 김용화 감독 특유의 용서와 구원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연기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도경수는 관객들도 이 같은 감정을 느끼길 바랐다. 또 "'더 문'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이라며 "장르적으로도 그렇고, 텐트폴 영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니까요. 쉽게 다시 경험할 수 없죠"라고 작품의 의미를 되새겼다.
2012년 엑소로 데뷔한 도경수는 '카트'(2014)로 연기 활동에 발을 들였다. '으르렁(Growl)' '중독' 등 제목만 들으면 바로 멜로디가 떠오르는 메가 히트곡을 내면서도 배우 활동을 쉬지 않았다. 이렇게 가수와 배우,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잘 잡아 온 그는 데뷔 12년 차에도 엑소 D.O.와 배우 도경수로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떨쳐내고 있다.
"앞으로도 가수와 배우의 일을 비슷하게 할 것 같아요. 뚜렷한 목표는 없어요.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요. 노래도, 연기도 너무 좋고 재밌으니까요."
도경수는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걸 배웠고, 여유를 찾았어요"라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
인터뷰 내내 도경수를 둘러싼 여유와 밝음을 느끼면서 문득 '알모경'이 떠올랐다. '알다가도 모를 경수', 조용히 있다가도 가끔 엉뚱한 행동을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11년 동안 그를 좋아하는 팬들도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는데, 한 시간의 대화만으로 어떻게 도경수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수수한 맨얼굴로 수줍게 인사했던 처음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수다를 떨듯이 편하게, 때로는 우직함이 깃든 답변을 이어가는 도경수를 보면서 한 가지를 확신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여유와 편안함이 그에게 찾아왔다는 사실을.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만 손해잖아요. 이렇게 생각하면서 단단해졌죠. 예전에는 경계하고, 감정을 억눌렀어요. 그런데 '왜?'라는 의문을 가지니까 성격이 변하더라고요. 다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기도 해요. 저도 30대가 됐고,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걸 배웠고, 여유를 찾은 것 같아요."
인터뷰가 끝나자 도경수는 취재진과 폴라로이드를 찍으며 영원히 남을 순간을 선물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옆에 선 그에게 '우주에 갔다 온 줄 알았다'고 슬쩍 말하자, 특유의 '하트 입술'로 화답했다. 좋은 마스크와 목소리 덕분에 아티스트로서 두각을 드러냈다고 생각했는데, 참 괜찮은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다는 걸 새롭게 알게 해준 1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