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천우희'] 아담한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 에너지
입력: 2023.07.31 00:00 / 수정: 2023.07.31 00:00

'이로운 사기' 이로움 役으로 활약…다양한 직업군·방백 도전

배우 천우희가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H&엔터테인먼트
배우 천우희가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H&엔터테인먼트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작품 속 천우희가 맡은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강렬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막상 실제로 만난 천우희는 도대체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왔을까 싶을 정도의 아담한 체구로 180도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내 조곤조곤 자신의 의견을 전하는 그를 보고 있으니 깨달았다. 결코 그냥 나온 아우라가 아니라는 것을.

천우희는 지난 18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극본 한우주, 연출 이수현)에서 이로움 역을 맡아 활약했다. 작품은 공감불능 사기꾼 이로움과 과공감 변호사 한무영(김동욱 분),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절대악을 향한 복수극이자 짜릿한 공조 사기극을 그렸다.

이번 작품은 천우희의 다채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데다 다양한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일까. 천우희는 '이로운 사기'를 떠나보내는 소감으로 "시원섭섭하다"고 밝혔다. 그는 "9~10개월간 촬영을 했었다. 끝이 난 건 홀가분하지만, 공들였던 시간이 방송으로는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아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도 크다. 무엇보다 같이해 온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가장 아쉽다"고 전했다.

천우희에게 '이로운 사기'는 여러모로 감사한 작품이었다. 여성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제작을 결정하고 캐스팅을 거쳐 모든 촬영을 끝내기까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 기다리기도 했다. "대본을 받은 건 꽤 한참 전이었는데, 김동욱이라는 좋은 배우와 제작진들을 만나면서 오랜 기다림을 끝낼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여성 서사도 중요했지만, '이로운 사기'라는 제목부터 끌렸어요. '이로움'과 '사기'라는 것 자체가 결합할 수 없는 모순이잖아요. 여기에 과공감과 공감 불능, 변호사와 사기꾼이라는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들이 만나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지, 묘한 긴장감이 주는 흥미로움이 있었어요. 물론 사기꾼이라는 캐릭터 변신을 하는 것도 도전정신을 불러일으켰죠."

배우 천우희가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H&엔터테인먼트
배우 천우희가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H&엔터테인먼트

기다림의 시간을 해소하듯 천우희는 '이로운 사기'라는 판에서 마음껏 날개를 펼쳤다. 특히 그는 이번 작품에서만 재벌 상속자, 아동 심리 상담사, 간호사, 카지노 딜러, 금융 상담사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변신했다. 천우희는 이를 두고 "즐거운 역할 놀이였다"고 돌이켰다.

물론 어려운 지점도 있었다. 이로움이라는 기본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매 에피소드 접점 없는 여러 직업군을 소화하며 각각의 차별점을 둬야 했던 만큼 결코 쉬운 작업만은 아니었다. 천우희 역시 "모든 부분을 조율해야 하는 만큼 준비 과정도 꽤 길었다. 스스로도 버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어려움보다 즐거움이 더 컸던 촬영이었단다. 천우희는 "내가 아닌 다른 인물로 변한다는 게 연기의 매력인데, 한 작품 안에서 여러 변신을 할 수 있다는 건 당연히 더 매력적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연기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던 적이 없었고, 그럴 만한 역할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연기적으로 감정이나 깊이 있는 내면을 보여줬더라면, 이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을 보여줄 수 있다 보니 즐거웠다"고 전했다.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걸 구현해 나가는 점이 재밌었어요.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고유의 색채를 입혀 시각적으로 보이는 게 다 달랐으면 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발성이나 어투, 제스처, 걸음걸이 등 표면적인 것들이었죠. 특히 색감을 중요한 포인트로 잡았어요. 상속자일 때는 영하고 캐주얼 느낌을 살려 핑크색으로, 조금 섹시해야 할 때는 블랙으로, 교주 같은 느낌을 줘야 할 때는 흰색을 사용했어요. 욕심을 내서 의견 제안을 할 때가 많았는데, 그 제안이 잘 들어맞아서 회차마다 녹아져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배우 천우희가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H&엔터테인먼트
배우 천우희가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H&엔터테인먼트

색다른 시도는 또 있었다. '이로운 사기'는 방백(등장인물이 말을 하지만 무대 위의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약속된 대사)을 연출 기법으로 활용하며 마치 CF를 연상케 해 눈길을 끌었다. 천우희는 "방백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우리 드라마는 로움이가 10년 동안 갖고 있던 계획과 의도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만 했다. 물론 내레이션이라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는 카메라로 시선을 맞추고 모두가 '공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건 '방백'이 최적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물론 처음이라 낯설기도 했다. 천우희 역시 "카메라를 보며 연기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실수한 것 같아 멈칫하게 될 때가 있었다. 또 로움이가 사기를 치다가 갑자기 방백으로 전환이 되다 보니 한순간에 변화를 줘야 했다. 카메라의 기술적인 부분과 연기적인 부분이 잘 맞아떨어져야 했던 만큼 쉽진 않았다"며 "그래도 처음 해보는 시도인 만큼 잘 해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자연스럽게 대사량도 상당했다. 심지어 이로움은 기억력이 좋은 인물인지라 긴 대사를 한 번에 소화해야 했다. 색다른 시도에 더해 또 다른 큰 숙제였을 것으로 보였다. 정작 천우희는 대사를 암기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멜로가 체질'이 긴 대사로는 밀리지 않는 작품이다. 한 번 경험했다 보니 대사량이 많은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납득이 되는 대사면 충분히 암기가 된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전달하느냐'였다. 직업마다 다른 발성을 보여야 하기도 했고, 방백도 처음인지라 모두 낯선 시도였다. 이러한 지점들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가 최대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배우 천우희가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H&엔터테인먼트
배우 천우희가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H&엔터테인먼트

작품은 3~4%대(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를 유지하다 막을 내렸다. 천우희의 '변신'과 '도전'이 담긴 작품이었던 만큼 성적 면에서 아쉬움은 없었을까. 이에 천우희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사실 거짓말"이라면서도 "그러나 이제는 시청률이 주는 의미가 사라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멜로가 체질' 때도 1%의 시청률이었어요. 주위 반응은 좋았거든요. 저희끼리도 '우리 드라마 재밌다는데, 시청률은 왜 이러지'라면서 속상하기도 했죠. 그런데 보세요.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드라마로 언급돼요. 이번 드라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아주 좋은 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 끝나고 난 후 언젠가는 재평가받고 재발견되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끝으로 궁금했다. 천우희가 이로움이 변신한 '부캐'들에 각각 색감을 입혔다면, 천우희의 색감은 무엇일까. 이에 천우희는 "너무 뻔할 수도 있는데"라고 수줍게 웃더니 "많은 분들이 흰 도화지를 말하곤 하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색을 규정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물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색을 넣어도 그 색이 다 드러나고, 어떤 컵에 넣어도 모양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물처럼 한 곳에 국한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매번 이미지 변신을 바란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천우희라는 배우에게 다양한 모습이 있을 것'라는 믿음이 있었으면 하는 거죠. 그렇게 오랜 시간 연기를 하다 보면 하나둘 색채가 쌓일 테고, 그 뒤에는 많은 분들이 저마다 규정지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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