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두 번째 솔로 앨범 'Impasto' 발매
"좀 더 크로스오버적으로 접근한 앨범"
라포엠 유채훈이 8일 두 번째 미니앨범 'Impasto'를 발매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타이틀곡 '하얀 사막'에 대해 "지쳤던 때의 마음과 지금 주어진 것들과 팬들에 대한 고마운 감정이 묻어 있다"고 소개했다. /모스뮤직 제공 |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유채훈은 '팬텀싱어3'를 통해 일약 스타가 됐다. 이후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2년여를 정신 없이 보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그로기 상태"에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 방황은 '모든 순간이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정착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두 번째 미니앨범 'Impasto(임파스토)'를 준비했다.
유채훈의 본체는 성악가다. 포항예술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했고 한양대학교 성악과를 수석 입학하고 수석 졸업했다. 2010년부터 팝페라로 활동을 했지만 설 무대는 많지 않았다. 그러다 2020년 JTBC '팬텀싱어3'에 출연해 그룹 라포엠으로 우승을 거머쥐면서 삶의 궤적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유채훈은 팀으로 솔로로 수많은 무대에 섰고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라포엠으로 미니 앨범 2장, 스페셜 앨범 1장, 싱글 4장을 발매했고 솔로 앨범 'Podium(포디움)'도 냈다. 라포엠으로 3년 연속 전국투어를 했고, 솔로 콘서트를 비롯해 정엽과 합동 콘서트를 개최했다. 굵직한 것만 이 정도니 "일주일도 못 쉬었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라포엠 결성되고 '팬텀싱어3' 끝나고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전부 처음 해보는 활동들이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했었어요. 라포엠 활동하면서 개인 앨범까지 낸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또 경연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했는데 극적으로 모든 걸 쏟아내야 하는 무대들이다 보니까 그게 쌓여서 작년엔 좀 지친 상태였어요. 그로기 상태였죠."
그를 잡아준 건 팬들이다. 팬카페에서 자신을 응원하고 기다리는 글이나 편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음악을 들려줄 무대가 없어서 서른 넘어서까지 고생했는데, 평생 다신 없을 활동들을 한 지금 복에 겨워서 징징대는구나'라고. 이 생각은 감사한 마음이 됐고 빨리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열망으로 자라났다.
'여러 계절이 알려준 우리 얘길 담아 첫 발자국을 떼 걷고 싶어/오랜 기다림에 사라진 나만의 신기루 매일 더 눈부신 my love/오아시스를 찾듯이 아직 너를 기다려 난 끝난 꿈을 기다려/파란 새벽을 또다시 걸어가 내 맘을 녹여줄 긴 환상 같은 꿈'(타이틀곡 '하얀 사막' 중)
빨리 팬들을 만나고 싶었던 유채훈의 바람은 8일 발매한 앨범 'Impasto' 타이틀곡 '하얀 사막'에 담겼다. 소중했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발라드 곡으로 어두운 새벽 속에서 희미한 빛을 따라 긴 여행을 떠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인데, 유채훈은 "지쳤던 때의 마음과 지금 주어진 것들과 팬들에 대한 고마운 감정이 묻어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앨범도 그렇고 타이틀곡 정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타이틀곡을 열어두고 갔는데 '하얀 사막'을 녹음하면서 지난 3년간 활동하면서 느낀 감정들이 묻어나서 노래를 부를 때 와닿기도 했고 대중적인 발라드에서 좀 더 확장한 느낌이 나서 타이틀감이라고 생각했어요. 감정들이 묻어나서 그런지 가사를 제일 빨리 외운 곡이기도 해요.(웃음)"
유채훈의 말 중 '대중적인 발라드에서 좀 더 확장한 느낌'이라는 대목은 그가 이번 앨범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다.
'Impasto'는 첫 번째 미니앨범 'Podium' 위에 유채훈 자신의 음악 색깔과 가치관 등을 덧입혀 온전한 본인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모스뮤직 제공 |
'Impasto'는 '반죽된'이란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로 다양한 방법으로 물감을 두텁게 덧칠하는 유화 기법을 일컫는다.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를 여러 번 색을 덧칠하고 섞는 과정에 비유했다. 첫 번째 미니앨범 'Podium' 위에 유채훈 자신의 음악 색깔과 가치관 등을 덧입혀 온전한 본인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트랙들 면면을 보면 확 와닿는다. 밴드 사운드 위에 클래시컬한 선율이 돋보이는 '동행', 길을 잃은 삶 속에서 희망찬 메시지를 영어 가사로 노래한 발라드 'Pieces(피시스)', 몽환적인 일렉 기타 사운드로 광활한 이미지를 이탈리아 가사로 표현한 'Il Fuggitivo(일 푸지티보)' 등 언어도 장르도 다채롭다.
"'Podium'은 '팬텀싱어3'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대중 음악에 가깝게 낸 앨범이에요. 'Impasto'는 완전히 크로스오버는 아니지만 조금씩 덧칠해 가는 앨범이고요. 지난 앨범에 비해 좀 더 크로스오버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접근했어요. 노래는 4곡이지만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Il Fuggitivo'가 원래 한글 가사였다. 그런데 노래를 들은 유채훈이 이 곡은 이태리어나 스페인어로 해야 더 크로스오버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작곡가에게 역으로 제안을 했고 번역과 성악가 검수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유채훈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순수 이태리어 크로스오버 곡이라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반면 '동행'은 굉장히 어쿠스틱하고 'Il Fuggitivo'는 록밴드 사운드가 특징이다. 각각의 작곡가들이 유채훈을 바라보고 해석한 음악들이다. 유채훈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다고 했다. 특히 '동행'은 유채훈을 가장 놀라게 한 트랙이다.
"가이드를 듣고 '이건 내 곡이 아닌데?' 싶었어요. 오히려 작곡가는 '크로스오버 가수가 음악이 바뀌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도 매력'이라고 했어요. 녹음할 때 힘을 너무 빼서 하니까 어색했는데 스태프 분들은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경연과 공연에 익숙해져서 크고 웅장한 것만 생각했나 봐요. 이런 음악도 좋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유채훈은 온전한 자신의 음악으로 한걸음 내디뎠다. 'Podium'이 예고편이었다면 'Impasto'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서곡이고, 'Podium'이 단편영화 시놉시스라면 'Impasto'는 그걸 확장해서 제대로 시작해보는 느낌이라는 게 유채훈의 설명이다.
"그냥 앨범 하나 내는 게 아니라 개연성을 이어가고 싶어요. 색을 조금씩 입혀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게요. 절 모르는 사람이 들었을 때도 '이 노래 좋은데 지난 앨범은 어땠지 다음 앨범은 어떨까' 그런 마음이 들게 하고 싶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가 나아갈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이번 앨범 편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kafka@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