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우려에도 글로벌 OTT 플랫폼 송출 지속하는 이유
새 예능 편성·'놀뭐?' 멤버 교체 등 개편도…시청자 관심↑
한국 예능 프로그램 최초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시청 순위 1위에 올라 화제를 모았던 '피지컬 100'은 MBC가 제작해 손해를 보면서도 넷플릭스에 판권을 판매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넷플릭스 제공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2~4%대 시청률 부진을 겪는 예능과 타 방송사에 비해 화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드라마 등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MBC가 일부 우려 섞인 시선에도 새로운 시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피지컬 100' '나는 신이다' 등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자사 플랫폼에 송출하지 않고 글로벌 OTT 플랫폼에 판권 판매를 지속해 콘텐츠 회사로서 면모를 다지는 것은 물론, 신규 예능을 황금 시간대에 배치거나 간판 예능의 멤버 및 PD 교체 등 과감한 결단을 통해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복안이다.
5일 방송계와 MBC에 따르면 MBC는 올해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형태로 향후 미디어 환경에 대비할 전망이다. 박성제 전 MBC 사장에 이어 올해 바통을 이어받은 안형준 MBC 사장은 최근 MBC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기자에게 "지난해는 새로운 시도를 처음 세상에 알리는 형태였다면 올해는 조금 더 구체적인 형태로 시청자들에게 비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안 사장의 말처럼 MBC는 최근 대규모 제작비를 들여 만든 프로그램을 손해를 보면서까지 OTT 플랫폼에 송출하는 과감한 전략으로 이슈몰이에 성공한 바 있다. 특히 '놀면 뭐하니?'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등 5년 이상 방송되고 있는 MBC 간판 예능은 물론, 신규 예능도 시청률 부진을 겪는 와중에 진행된 일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례로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세계 TV쇼 프로그램 부문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한 '피지컬 100'의 경우, 제작비만 100억 원이 들어갔으나 MBC가 실제로 벌어들인 수익은 판권 금액인 12억 원가량에 그친다. 콘텐츠 흥행에 따른 부가 수익은 오로지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수익 구조를 알면서도 MBC가 만든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미래 전략에 투자한 모양새다.
MBC는 이런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사장은 공식 석상이나 사적인 자리에서 "MBC의 과거와 현재를 '미래'로 바꾸는 일에 결코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다. 아직 세간에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피지컬 100' '나는 신이다'에 버금가는 킬러 콘텐츠를 글로벌 OTT 플랫폼 공개를 목표로 제작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MBC '놀면 뭐하니?' 제작진은 5일 공식 입장을 통해 정준하와 신봉선, 박창훈 PD가 하차하고 6월 17일부터 2주간 휴식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MBC 제공 |
지난달 31일 공식 발표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개한 6월 대대적인 개편 방향도 이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5일 공개된 간판 예능 '놀면 뭐하니?'의 메인 연출 박창훈 PD와 고정멤버 정준하 신봉선의 하차가 눈길을 끈다.
MBC 토요 예능 '놀면 뭐하니?'는 3일 방송된 188회에서 3.0%라는 올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각에서 유재석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의 전원 교체와 프로그램 폐지설 등도 거론됐던 이유다. 이에 이번 PD 및 멤버 교체는 현재보다 미래에 투자하겠다고 천명한 MBC가 간판 예능에도 칼을 빼든 셈이다.
새 예능 프로그램의 과감한 시간대 배치도 눈길을 끈다. 4~5%대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일요 예능 '구해줘! 홈즈'가 목요일 밤으로 이동하고 이 자리에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이하 '태계일주2')와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이하 '안하던 짓') 등이 배치된다.
일요일 오후 9시 10분으로 편성될 '태계일주2'는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무계획으로 해외여행을 떠나 종잡을 수 없는 웃음 코드를 선사한 '태계일주'의 후속작으로, 시즌2에서는 인플루언서 덱스·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과 함께 인도로 떠나는 여정을 담을 예정이다.
역시 일요일 오후 10시 45분에 배치된 새 예능 '안하던 짓'은 멤버들간 궁합과 참신한 콘셉트로 오랜 시간 최정상급 인기를 구가한 '무한도전'의 스튜디오 녹화 버전 등을 연상시키는 콘셉트의 토크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개그맨 이용진 조세호, '프로 예능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주우재와 유병재, 그룹 슈퍼주니어의 최시원 등 고정 멤버 5명에 매주 새로운 게스트를 투입해 주말 밤 재미를 책임진다는 방침이다. 새 예능 '훅 까놓고 말해서'는 6월 중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MBC의 올해 기조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만해 보인다. 동시에 계획들이 실패로 이어진다면 새로운 시도를 지속할 원동력마저 잃을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시청률 부진 등을 이유로 수목극이 폐지되고 금토극만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쪽만 봐도 그렇다. 안 사장 역시 오찬에서 "MBC가 새로운 모델을 찾고 있는 것은 맞지만 OTT로도 선보이고, 공동 제작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는 것이지 OTT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진 않길 바란다"고 경계한 바 있다.
우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콘텐츠 왕국'으로 불리던 MBC가 위기 속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통해 올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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