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지상파 코미디 부활 소식, 개그맨들 '시큰둥' 왜
입력: 2023.06.05 00:00 / 수정: 2023.06.05 13:06

"늦었지만 다행, 시청률에 흔들리다 폐지된 '개콘' 아류면 싫다"
코미디 프로, 다양한 시청자 입맛 충족 필수...공영방송의 책무


KBS가 개그콘서트를 폐지한 지 3년만에 신규 코미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오랜만의 지상파 코미디 부활에도 정작 기성 개그맨들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사진은 개그콘서트 방영 당시 녹화 장면 일부. /더팩트 DB
KBS가 '개그콘서트'를 폐지한 지 3년만에 신규 코미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오랜만의 지상파 코미디 부활에도 정작 기성 개그맨들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사진은 개그콘서트 방영 당시 녹화 장면 일부. /더팩트 DB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합니다. 무장 강도의 무차별 총격에 네 명의 멤버 중 두 명이 즉석에서 사망하고, 한 명은 가까스로 도망을 칩니다. 오도가도 못한 채 괴한의 총구 앞에 선 마지막 멤버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오줌을 줄줄 싸고 맙니다.'

실제 상황일까요? 일본 방송에 등장한 몰래카메라의 한 장면입니다. 다른 멤버들끼리 미리 짜놓은 설정에 한 명만 아무것도 모른 채 당하는 것인데요. 당장 죽을 것 같은 공포는 누구라도 두렵습니다. 바로 눈 앞에서 두 명이 총을 맞고 죽는 장면을 봤으니 '웃고 말' 장난은 아닌거죠. 이처럼 일본 코미디 예능은 파격을 넘어 매우 가학적입니다.

알고 보면 국내 코미디 예능의 원조는 바로 일본인데요. 국내 방송사 예능 PD들은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꼈습니다. 포맷이나 아이디어만 벤치마킹하는 게 아니라 제목과 등장인물 숫자, 심지어 벽에서 떨어지는 소품까지 똑같이 재현했습니다. 개편을 앞두고 아예 일본 숙박업소에 장기 투숙하며 연구하는 일도 있었죠.

영상콘텐츠 접근 방식이 넷플릭스 등 OTT로 빠르게 분산되면서 지상파 TV가 점차 외면당하는 추세다. KBS가 연말 코미디프로 편성을 목표로 현재 크루를 공개 모집하고 있다. /KBS
영상콘텐츠 접근 방식이 넷플릭스 등 OTT로 빠르게 분산되면서 지상파 TV가 점차 외면당하는 추세다. KBS가 연말 코미디프로 편성을 목표로 현재 크루를 공개 모집하고 있다. /KBS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 분산 다플랫폼 시대, 지상파 위상 축소

K팝, K무비,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전세계를 휩쓸어도 코미디 예능만큼은 일본이 한 수 위에 있습니다. 이는 소재 제한이나 규제(방송심의 등)가 우리와 크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시청자들도 오직 재미만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소재에 비교적 관대한 편입니다. 예능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천양지차로 크게 벌어져 있는 것인데요.

다플랫폼 시대를 맞아 지상파의 위상은 종편채널이나 케이블에 잠식돼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영상콘텐츠 접근 방식이 넷플릭스 등 OTT로 빠르게 분산되면서 TV가 점차 외면당하는 추세입니다. 더이상 지상파의 우위를 장담할 처지가 아닙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인데요. 이웃 일본 방송의 생존 방식을 다시 눈여겨 볼 필요도 있습니다.

시청료를 기반으로 한 공영방송 KBS는 수익성이나 시청률보다 다양한 시청자 층의 입맛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KBS
시청료를 기반으로 한 공영방송 KBS는 수익성이나 시청률보다 다양한 시청자 층의 입맛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KBS

'위기는 기회' 돌파구 필요한 시점, 전국민 사랑받는 코미디 '기대'

KBS가 '개그콘서트'를 폐지한 지 3년 만에 신규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소식입니다. 연말쯤 편성을 목표로 함께할 크루를 현재 공개 모집 중인데요. 오랜만의 지상파 코미디 부활에도 정작 기성 개그맨들은 시큰둥합니다. 왜 그럴까요? '개콘'은 한때 최고 인기를 누리며 명성을 날렸지만, 또 다시 시청률에 전전긍긍하는 아류는 싫다는 거죠.

시청료를 기반으로 한 공영방송 KBS는 수익성이나 시청률에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다양한 시청자 층의 입맛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가요무대' '6시 내고향' '전국노래자랑' 등이 대표적인데요. 지금은 웃음이 절실한 시기이기도 하죠. 남녀노소 모두가 박장대소할 익살 유머가 안방극장을 장악할 날을 기대합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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